-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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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무릅쓴 선택
‘관포지교’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관중과 포숙아가 남다른 우정 관계에 대해서 많이들 알고있다.
관중은 귀족의 후예였으나 그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몰락한 상태여서 청년시절을 빈곤하게 보냈다.
젊은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서 장사를 하며 떠돌아 다녔다. 관중은 어려운 생활 가운데도 총명하고 배우기를 좋아했으며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학문과 무예를 익히고 병법을 깊이 연구하였다.
관중은 자기를 낳아 준 사람은 부모지만 자기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라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내가 초년에 어려울 때 일찍이 포숙아와 장사를 하였다. 장시를 해서 생긴 이익을 나눔에 있어서 내가 많이 차지하였는데도 포숙아는 나를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직히 포숙아를 의해 일을 꾸몄으나 도리어 더욱 어렵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숙아는 나를 어리석다고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을 하다가 보면 유리한 경우도 있고 불리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히 세 차례나 벼슬길에 올랐으나 세 번 다 군주에게 쫓겨났다. 그러나 포숙아는 내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내가 때를 못 만났다고 이해해 주었다. 나는 일찍이 세 번 전쟁에 나가 세 번 다 도주하였다.
그런데 포숙아는 나를 비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나에게 노모가 있음을 이해해주었기 때문이다. –사기, 관안열전-
이런 관계만 놓고 보자면 포숙아는 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관중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를 대 해 주었던 것 같다.
좀 더 이야기 진도를 나가보면, 생의 위험한 순간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장사를 하면서 벼슬의 기회를 엿보던 관중과 포숙아는 여러 번 실패한 끝에 마침내 제 희공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제 희공은 공자 규를 좋아해서 관중과 소홀을 공자 규의 스승으로 삼고, 포숙아는 공자 소백의 스승으로 삼았다.
포숙아는 제 희공이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공자 소백의 스승이 되는 것에 대해 별로 내키지 않아 병을 청하여 나가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관중은 포숙아에게 공자 소백의 스승이 될 것을 설득하였다. 비록 당시로서는 군주가 공자 규를 더 중시하였지만
정치 상황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자 규와 공자 소백 가운데 누가 앞으로 후계자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운명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듯, 제나라 희공의 뒤를 이은 양공은 부도덕한 군주로서 실정을 거듭하다가 살해당하고 제나라에는 내란이 일어났다. 이때 관중과 포숙아는 이미 학정을 피하여 각기 공자를 모시고 외국에 도피하여 있다가 자기가 보좌하고 있는 공자를 군주에 앉히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포숙아가 모시고 있던 공자 소백이 먼저 제나라 도성에 입성하여 군주의 자리에 취임하여 환공이 되었다.
이때 관중은 자기가 보좌하던 공자 규를 군주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라이벌 관계에 있던 상대편 공자 소백, 즉 환공을 죽이려 하였다. 그래서 환공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러나 환공은 운 좋게도 혁대에 화살이 맞아 죽지 않았고, 싸움은 환공의 승리로 끝났다.
관중이 활을 쏘아 죽이려 했던 환공이 죽지 않고 살아서 군주의 자리에 취임하였으므로, 권력 투쟁에서 실패한 공자 규와 관중의 운명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 규는 죽음을 당했고, 그를 모시던 소홀도 따라 죽었다. 이때 관중도 자신이 모시던 공자 규를 따라 죽어야 마땅하였다.
이때 포숙아는 자기를 재상으로 앉히려는 환공을 설득해서 자기 대신 관중을 재상으로 적극 천거하였다.
포숙아는 관중의 다섯 가지 장점을 들며 다음과 같이 환공을 설득했다.
“신(포숙아)이 관중만 못한 것이 다섯 가지 있습니다.
백성에게 관대하게 은혜를 베풀어 백성으 사랑하는 것을 신은 관중만 못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기강을 잡는 일을 신은 관중만 못합니다.
충성과 신의로 제후와 동맹을 맺는 것을 신은 관중만 못합니다.
예의를 제정하여 천하에서 본받게 하는 것을 신은 관중만 못합니다.
갑옷을 입고 북채를 잡고서 군문에 서서 백성들이 모두 용맹하게 하는 것을 신은 관중만 못합니다.
관중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장차 자식 같은 백성을 잘 다스리려면 백성의 부모, 즉 관중을 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관자, 소광-
관중은 포숙아의 강력한 천거에 힘입어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 40년 동안 환공을 보좌하여
제나라를 새롭게 개혁하여 부강한 나라로 발전 시켰다.
이때 제나라가 중심이 되어 중원의 제후국의 힘을 단결시켜서 주나라 왕실을 받들고
외적의 침략을 물리침으로써, 중국 문화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죽음을 무릅쓴 제 환공과의 만남, 친구인 포숙아의 천거로 40년이란 세월을 주군으로 환공을 모셔야 했던 관중의 운명.
그러나 큰 야망을 가지고 있던 관중은 자신의 뜻을 펼쳐 큰 나라를 이롭게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구약 성서에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는 장면이 있다.
야곱은 믿음의 조상인 이삭의 아들인데,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로 태어났다. 형 ‘에서’는 사냥을 좋아하고 호탕한 성격 이여서 아버지 ‘이삭’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고, 체격이 외소한 ‘야곱’은 집안에서 어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버지가 장자에게 축복을 해주는 의식이 고대 부족들 사이에서 행 해 졌다.
이런 전통에 따라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많은 아버지 ‘이삭’이 둘째 아들을
장남으로 잘 못 알고 모든 축복을 둘째인 야곱에게 해 주었다.
축복이 바뀌는 엄청난 사건이 두 형제 사이에서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일로 형 ‘에서’는 동생
‘야곱’을 원수 취급하게 되었고, ‘야곱’은 형의 칼날에 몸을 숨기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형 ‘에서’는 400명의 군사를 몰고 동생 야곱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 날 밤에 야곱은 ‘얍복 강가’에 홀로 남아 ‘삶 과 죽음’을 눈 앞에 두고 하나님의 천사를 붙잡고 자기를 축복 해 주지않으면 놓아 줄 수 없다고 밤새 씨름을 하였다.
새벽이 되어도 야곱이 필사적으로 천사를 놓아 주지 않자 환도뼈를 쳐서 위골이 되어도 놓아주지 않자 야곱을 축복해 주었다. 그 날 이후로 ‘야곱’의 이름은 ‘이스라엘’이 되었다.
야곱은 이 격투로 죽음을 면했다. 생(生) 과 사(死)의 경계에서 신 과 사투를 벌인 후 그의 정체성은 작은 부락의 ‘촌장’에서 이스라엘의 ‘시조’로 변화 하는 순간 이였다.
관중 과 제 환공의 만남, 야곱의 기도는 ‘경계의 선’에 선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노자.장자는 이명(以明)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면서 ‘대립면, 즉 경계에 서서’
라는 말로 사물을 볼 때 ‘경계에 서서’ 판단 과 선택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도가에서는 자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도 '경계에 서' 있을 때 가능 한 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조직은 어떠한가?
이런 경험은 개인뿐 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일어 날 수 있는 일 들이다.
‘경계에 서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외람된 이야기 같지만, 경영자 뿐 아니라 조직원들까지도 '혁신 증후군'에 매달려있다.
늘 ‘혁신’을 외쳐서인지, ‘혁신’에 치여산다.
이런 혁신은 우리를 피곤 하게 만들고, 조직은 '피로 증후군'에 눌려 있을 수 밖에 없다.
혁신을 주창 하면서도 내부에 많은 안전 장치들을 믿고 긴장감이 없는 혁신을 한다.
오늘날 조직의 혁신은 ‘경계에 서서 추구하는 변화’ 이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두려운 일이다. 힘을 가진 자의 반격이 무섭고, 자리를 보전해야 하는 자의
정치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조직도 ‘경계에 서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경계에 설 수 있는가?
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채 노를 젓어데는 어부와도 같다.
험난한 파도와 공존하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어 가는 조직만이 경계에 선 혁신을 추구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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