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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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일이 힘들고 지겨워요. 과감히 이직을 해볼까, 사내에서 경력 전환을 해볼까,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죠. 막연히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정을 내릴 수가 없으니 그냥 고민만 하고 있는 거죠. 보름 후면 서른인데 아직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제가 참 한심해요. 어찌해야 할까요?”
날씬한 몸매에 긴 생머리, 갸름한 얼굴의 그녀에게는 아직 대학생 같은 풋풋함이 묻어 났다.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회사에 다니는 4년 차 영업사원 강주임. 강주임이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모집 공고를 보고 별 생각 없이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도 덜컥 합격을 하게 된 것이다.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 작년에 서울로 발령도 받았다.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월급도 올랐다. 그런데 그녀는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다.
가끔 커리어 컨설턴트에게 선녀보살 수준의 신기(?)를 기대하는 후보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슬로건은 ‘내 마음 나도 몰라’.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당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아니 이것은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무르팍 도사도 답을 주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도대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 이게 10대, 20대들의 공통된 독백이다. 이름하여, 3대 무지의 법칙! 아주 이른 시기부터 거쳐야 했던 속도경쟁 속에서 내면의 지혜와 힘을 박탈당한 탓이다.”
고미숙이 말한 10대, 20대의 무지의 법칙은 30대가 되면 사라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단단해 진다. 20대의 대학졸업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꿈보다는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유명한 회사와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를 찾아 자리가 있는 부서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렇게 몇 년을 일하고 나면 30대에 접어들게 되니 대학시절 했던 진로고민은 30대에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회사에서 원하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도 삶이 무료하고 불행한 서른 즈음의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을 탐구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자아탐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성격유형 검사로 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MBTI, 에니어그램, 다중지능검사, 스트렝스파인더 등은 공인된 검사들로 자신의 성향과 강점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러한 검사들 중 일부는 인터넷 상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전문업체에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그렇게 해야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과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검사를 받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결과나 일관된 메시지가 발견될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될 수 있으니 잘 잡고 있기를. 그 실타래를 잡고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주변인들에게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해 검사 결과와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자신과의 파워 인터뷰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대답하기 쉬운 것들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인터뷰 방법이 중요할 터, 효과적인 파워 인터뷰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코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입증한 바 있는데 고민을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해답을 찾아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다음의 순서로 글을 써보길 권한다.
우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생각해본다. 5가지 정도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선별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기술한 후 순위를 매긴다.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사회적 성공이나 부와 명예 등이 상위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행복, 건강, 사랑, 봉사 등이 중요한 가치로 지목될 것이다. 항상 무언가를 배우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장, 배움, 의미 등이 중요할 것이다.
다음은 자신의 강점과 재능을 기술해 본다. 이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부모님이나 친구, 은사의 칭찬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다. 앞서 각종 검사에서 얻은 힌트를 기반으로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어떤 일을 잘했고 즐겼는지 고민해 보자. 리더십이 있고 자기 주장이 명확해 반장을 줄기차게 했는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에서 책을 보고 공상을 즐겼는지 잘 생각해 보자.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자신의 재능이 눈에 들어보게 되고 관련된 성과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기술해 본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과목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할 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생각해보자. 또는 어느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IT기기를 좋아해 신제품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얼리 어답터도 있고, 화장품을 손수 만들어 쓸 정도의 지식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자, 이제 자신이 얻은 힌트들을 조합할 시간이다. 경력 계발 전문가인 리처드 볼스는 <경력(Career) = 직업(직종) + 분야(업종)>으로 정의한다. 이때 직업은 강점과 재능을 바탕으로, 분야는 흥미야 관심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좋아하는 얼리 아답터라면 IT회사의 영업사원이 적성에 맞을 것이다. 언어 재능이 뛰어난 화장품 마니아는 화장품 회사의 홍보팀에서 일하면 행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이때는 앞서 정의한 자신의 가치 순서를 고려해야 한다. 부와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명의 회사에서 박봉을 받으며 일하면 불행하다. 반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매일 야근에 시달린다면 다른 선택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당신이 만약 서른을 앞두고도 아직도 진로를 고민 중인 직장인이라면 어쩌면 이는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해라. 왜냐하면 이 때가 다소 부담 없이 직종과 업종을 옮겨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30대가 깊어갈수록 경력 전환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또한 5년 이상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회를 잡아라. 더 이상 고민만 하지 말고 자아 탐구와 자신과의 파워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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