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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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구본형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꿈을 얻었고, 그 꿈을 평생 좇으며 살아가려고 하는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3년 전, 그러니까 2005년 12월 10일에 저는 구본형 사부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아주 장문의 횡설수설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 몇 달 동안 편지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였지요. 몇 번의 도전(?) 끝에 겨우 보낸 그 편지를 참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유치하고 민망합니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다’는 제 말에 그는 “저를 만나고 싶다면 연구원에 지원하거나 꿈 프로그램에 등록하세요” 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마음이 정말 간절한지 시험해 보신 것 같습니다. 제게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꿈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열 달 뒤 우리는 만났고 사부님은 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았을 때 그가 눈물을 머금고 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눈이 아주 반짝였습니다. 그러나 눈을 제외하고는 아주 평범해 보였습니다. 처음엔 ‘소장님’ 하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되었고, 이제 ‘싸부님’이 되었습니다. 호칭은 점점 편해지는데 사실 점점 그를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상하지요? 처음엔 그렇게 까불었는데 말입니다. 더 깊이 존경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과 말보다 당신의 행동과 성품과 인생을 존경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3년 동안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 동안 참 많이 울었습니다. (남자 새끼가 왜 이렇게 울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자 거품이 걷히고 아무것도 아닌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사부님을 깊이 알게되자 저는 저는 점점 작아지고 당신은 점점 커졌습니다. 길을 찾아 떠났다가 그 끝이 보이지 않자 울어버리는 철부지처럼, 다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길을 잃은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 3년 전의 간절한 편지를 읽어보니 저는 그 동안 한번도꿈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 반짝이는 눈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톰한 입술이 저를 ‘눈물이 많은 열혈아’라고 부드럽게 불러주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제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부님은 늘 니체의 말을 빌어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제자야말로 최악의 제자다” 라고 말합니다.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저는 그런 그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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