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 조회 수 3365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죠셉 캠벨이 쓴 <신화와 인생>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물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입니다. 캠벨을 존경하기에 언젠가 융의 책을 접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카를 구스타프 융이 제자인 아니엘라 야페와 함께 쓴 자서전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읽었습니다. 이전까지 융에 대해 아는 거라곤 성격유형지표인 MBTI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학자라는 점뿐이었지만 자서전을 몇 장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융이란 인물에게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융은 자신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함축했습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여기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이해하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융은 “나의 생애는 하나의 과제, 하나의 목표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으로 통합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주요과업’은 마음(인격)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무엇과도 비교해볼 수 없다.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과업은 융에게 있어 삶의 중심점이자 그의 모든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주제에 평생을 천착하여 ‘분석심리학’을 정립했습니다. 분석심리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융은 “이 심리학은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기초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시간 치열하게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여 자신의 사상을 정립했습니다. 저는 그의 자서전과 분석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그의 심오한 사상과 방대한 저작물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적 탐구와 성실한 연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그는 말합니다.
“나의 저술들은 내 생애의 정류장들이라 여겨질 만하다. 그것들은 나의 내적 발달의 표현이다. 무의식 내용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는 내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 떼어놓을 수가 없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읽는다고 해서 분석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뭔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융의 자서전을 읽으며 소름끼칠 정도로 치열한 자기탐색에 감탄했습니다. 이 감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경이로움입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완벽한 연구와 이해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융의 헌신적인 노력은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 것 같습니다. 만년의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지나간 것에 만족한다. 내 인생은 풍성했으며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일어난 것들은 그야말로 기대 밖의 일들이었다. 나 자신이 달라졌더라면 많은 일이 다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그렇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 오늘 소개한 책 : 카를 구스타프 융 저, A. 야페 편집, 조성기 역,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김영사, 2007년
*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은 오랫동안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제게 이 책은 경이로운 자기탐색으로의 초대장입니다. 융과의 만남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 만남이 무엇을 보여주고 어디로 이끌지 두렵고도 설레입니다. 그게 무엇이고 어디든지 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7 |
스며들기 ![]() | 김용규 | 2010.02.18 | 3253 |
856 | 신기루가 아닌 오아시스를 향해서 [1] | 문요한 | 2010.02.17 | 3185 |
» |
경이로운 자기탐색으로 초대하는 책 ![]() | 승완 | 2010.02.16 | 3365 |
854 | 골목길이 천국으로 변한 사연 [2] | 신종윤 | 2010.02.15 | 2943 |
853 | 왜 신을 괴롭히는가? [3] | 부지깽이 | 2010.02.12 | 3076 |
852 |
꽃은 그냥 피지 않는다. ![]() | 김용규 | 2010.02.11 | 3463 |
851 | 맛 있는 인생 [3] | 문요한 | 2010.02.10 | 3095 |
850 |
자기 삶을 움직이는 힘을 재발견하는 공간 ![]() | 승완 | 2010.02.09 | 3420 |
849 |
축하는 좀 해가며 살자 ![]() | 신종윤 | 2010.02.08 | 3055 |
848 |
그 중에서 호흡이 최고니라 ![]() | 부지깽이 | 2010.02.05 | 4632 |
847 |
명(命) ![]() | 김용규 | 2010.02.04 | 3073 |
846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2] | 문요한 | 2010.02.03 | 3320 |
845 |
훌륭한 역할모델의 전형, 파블로 카잘스 ![]() | 승완 | 2010.02.02 | 4975 |
844 | 당신이 거북이라면 [2] | 신종윤 | 2010.02.01 | 3624 |
843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 부지깽이 | 2010.01.29 | 5169 |
842 |
그리움, 그것 ![]() | 김용규 | 2010.01.28 | 3173 |
841 | 왜 아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까? [2] | 문요한 | 2010.01.27 | 3069 |
840 |
“우연히 만났으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 | 승완 | 2010.01.26 | 3325 |
839 |
책이 나왔습니다. ![]() | 신종윤 | 2010.01.25 | 3277 |
838 |
세 사람의 비밀 ![]() | 부지깽이 | 2010.01.22 | 49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