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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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전부터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고 싶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 드디어 이 산방에 예쁜 콩나물 시루가 도착했습니다. 시루를 잘 씻은 뒤 이미 두어 달 전에 사두었던 ‘쥐눈이 콩’ 조금을 물에 잘 불려놓았습니다. 시루 바닥에 삼베로 만든 보자기를 깔았습니다. 그 위에 불리지 않은 콩을 한 켜 깔고 다시 그 위에 불린 콩을 깔았습니다. 삼베 보자기를 까는 이유는 콩나물 뿌리가 시루 밖으로 비집고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불리지 않은 콩과 불린 콩을 켜로 나누어 두는 이유는 오랜 시간 콩나물을 즐기기 위함입니다. 위쪽의 불린 콩과 아래쪽의 딱딱한 콩이 시차를 두고 자라 올라올 테니까요.
나무 막대기로 만든 받침을 너른 물 받침 항아리에 받치고 그 위에 콩나물 시루를 얹었습니다. 콩에게 흠뻑 물을 줍니다. 하루에 너 댓 차례 물을 주는 일을 반복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일 없이도 콩나물은 쑥쑥 자랍니다. 하루쯤 지나면 불린 콩이 싹을 틔웁니다. 이후 콩나물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기 시작합니다. 적당히 자라면 필요한 만큼 뽑아서 요리를 하고 밥상에 올리면 됩니다. 먹어보면 누구나 시중에서 사먹는 콩나물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비교할 수 없이 신선하고 아삭하고 담백합니다.
내가 콩나물을 직접 기르는 이유는 단지 콩나물 값을 아끼고자 함이 아닙니다. 또한 아삭하고 신선한 나물을 취하려는 욕심 때문만도 아닙니다. 진정한 이유는 이 과정이 나처럼 게으른 자도 쉬이 해볼 수 있는 간단한 농사요 자기 성찰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은 치열하고 각박해진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하고 무수한 비법의 문 앞을 서성인다지만, 나는 여태 자연과 농사일을 곁에 두고 실천하여 나를 살피고 바로 세우는 것보다 강력한 비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그 성찰에 기반해 나아가게 하는 데 자연에 머물며 호흡하거나 스스로 작게라도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 으뜸 동력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에 둔 콩나물 시루와 산마늘 화분은 매일 내게 말을 건넵니다. 그들이 물을 달라 속삭일 때 나는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원천이 욕망임을 배웁니다. 겨울을 이겨낸 마당의 매실나무와 벌통 곁에 설 때면 나는 추위를 견딜 용기를 배웁니다.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아도 어두운 숲의 한 자락에서 당당히 제 삶을 지켜내는 좁다란 난초들을 바라보며 삶이 무수한 관계들의 그물이요 그들의 은혜로 채워진다는 것을 배웁니다. 내 안에 그들이 머물고 떠나는 때마다, 한결 담담히 삶을 대하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난무하는 삶의 비법 앞에 번번히 낙망해본 그대라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해보았는가? 콩나물 시루 곁에 두고 물을 주어 그들의 성장과 헌신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자연을 그대 곁에 두고 그들을 가슴으로 끌어와 그대를 바라본 적 있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인류의 스승인 그들에게 그대 삶을 물어보았는가? 그렇게 해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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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삶’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주말 강의의 수강신청이 곧 마감됩니다. 숲과 자연, 또는 농촌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는 이들에게 이미 그 삶에 뛰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제가 그 길을 안내하려는 강좌입니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에서 ‘에코 CEO’라는 과정으로 2학기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은 ‘숲과 자연, 또는 농촌’을 주제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스승님 가르침처럼
부족하지만 제가 더 깊어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나눠보려 합니다.
스승님 말씀처럼 자연과 농사가 때묻지 않은 블루오션이자 새로운 세상인 것을,
그 일을 누리며 사는 삶이 진정 충만하고 자유로운 삶임을 나누고 싶습니다.
스승님께서 주신 '에코 CEO'라는 이름이 욕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산에 잔뜩 산마늘을 심고 있습니다. 눈부신 4월이면 저들 중에 제게 잎 한 장씩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잎 모아서 꼭 선생님과 함께 맛보고 싶습니다. ^^
뵈올 날 까지 강녕하십시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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