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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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회사일 할 때 사석에서 고민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묻는 말의 궁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모을까였습니다. 사장자리에 앉아 있었다고는 하나, 돈과 친하지 않은 내게는 난감한 질문이었습니다. 이곳 숲에 살기 시작하면서도 더러 고민을 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이 내놓는 질문의 핵심은 조금 다릅니다. 말이 덮고 있는 모든 장식을 떼어내고 나면 질문의 요지는 어떻게 하면 더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을지 입니다.
산중에 살며 괜히 아는 척 책 한 권 지어 세상에 내놓고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강연입네 씨부렁대며 사는 것이 내 삶의 일부라고는 하나, 요새 유행하는 코치나 카운셀러도 아니고 깨달음을 얻은 수도자도 아니어서 이 역시 난감한 일입니다. 평화와 행복이 오직 제 마음 안에서 피어나거나 흩어지는 것임을 이제 겨우 조금 알아가고 있는 놈인 것을, 또한 그것이 세상사 중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거늘,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그가 납득할 수 있고 또한 스스로의 몸에 익힐 수 있겠습니까?
다만 찾아와 함께 한 시간이 서운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한 나의 조언은 그저 ‘농사하라!’ 입니다. 자그마한 채마 밭 하나 가지면 좋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처지가 대부분이니 다음에 올 때는 빈 화분 하나 사오라고 권합니다. 그것에 내가 기대어 사는 숲의 흙을 담고 숲의 일원을 이루는 이들 중에 마음에 드는 식물 조금 드릴 테니 그렇게 하시라 합니다. 혹은 화분에 고추나 상추라도 심어 볕 좋은 창가나 베란다에 두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돕고 취해보라 권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혹은 심지어 엉터리로 참여한다 해도 곁에 농사를 두면 그보다 큰 공부가 없음을 알게 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 비범하거나 꽉 찬 삶으로 기록된 이들 역시 농사의 중요함을 삶의 일부로 익히며 살았습니다. 世間兩件事耕讀. ‘세상사 중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있으니 농사와 독서’로다! 추사선생은 생가 기둥에 이 글을 걸어 농사와 책 읽기의 중요함을 늘 품었습니다. 다산 선생은 두 아들에게 “나는 국상으로 바쁜 중에도 오히려 만송 열 그루와 노송나무 한 쌍을 심었다.”라고 이르며 농사하라 역설한 바 있습니다. “가능한 한 음식 생산에 참여하자. 마당이나 베란다, 해가 들어오는 창문에 화분이 있다면 거기에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키우자. 주방에서 거름이 될 만한 것들을 조금씩 모아 흙을 비옥하게 하는 데 사용하자. 조금이라도 당신 스스로 음식들을 키워야만 땅으로부터 시작해 씨앗으로, 꽃으로, 열매로, 음식으로, 찌꺼기로, 결국 썩어가고 다시 땅으로 되돌아가는 아름다운 에너지 순환을 깨달을 수 있다. 당신은 스스로 키운 그 음식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그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 음식의 전 생애를 알고 나서 그 음식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게 될 것이다.” 웬델베리가 남긴 이 조언은 부자연스러운 삶으로 인해 겪는 수많은 문제들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내려준 신통하고 확실한 처방전입니다.
또 눈이 내렸지만 이제 농사철입니다. 농사하십시오! 그러면 그대 삶이 더 자연스럽고 조금 더 자유할 것입니다. 언제 화분 들고 오시겠어요? 알아두세요. 산마늘은 유료입니다. ^^

나를 유지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예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승님 꿈 프로그램 마지막날 단식 후에 처음으로 그 야채 전골을 먹을 때,
마치 밥알 하나하나를 이루는 세포가 품은 맛까지도 느껴지는 느낌이었던 그 느낌!
그 느낌을 유지하며 먹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자주 생각하며 음식을 먹게 됩니다.
살아 있는 당근을 뽑아 금방 먹으면 그 맛이 어떨지 저도 조금 압니다.
올레길은 언제 다녀오신 겁니까? 선생님.
저도 2월에 제주에 들렀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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