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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10시 29분 등록

내가 코칭을 한지 1년 정도 되었을까?

‘K대 최고경영자 과정’ 마지막 수업 코칭 특강에 초대되어 강의를 하러 갔다.

난 의욕에 넘쳐 100장 정도의 장표를 준비해서 봉평으로 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한참 주고 싶은 것이 많을 때였다. 즉 의욕만 넘칠 때였다.

또한 내게 주어진 짧은 특강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하는지 잘 모를 때이기도 했다.

 

 

 

난 정말 토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청중들은 그것을 다 먹지도 못한 채 소화불량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준비한 강의 내용을 초스피드로 다 마치고 나왔다.

이어지는 후속 강의나 잉여 코칭은 없었다.

 

 

 ‘완벽한 강의 실패’

 

 

난 아쉬울 때 끝내야 하는 법을 몰랐다.

뿐만 아니라 내 강의는 전략도 기획도 없는 강의였다.

 

오바마와 힐러리가 2007년 미국 대선에서 보여준 일화다.

작은 카운티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서 두 후보의 연설이 있었다.

먼저 도착한 오바마가 연설을 시작했다. 그런데 장소는 300명이 채 들어가기도 버거운 작은 강당이었다.

한 시간의 연설이 예정 되어 있었지만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 하고 ‘20분’ 만에 연설을 마쳤다.

서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뒤에 도착한 힐러리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작은 마을에 운집한 사람들을 보고 ‘신이 나서’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넘도록 연설을 했다.

 키워드 중심 보다는 꼼꼼히 논리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설명했다.

연설이 끝났을 때 청중의 반은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내 입장에서 보면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모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무리하게 된다.

회사에서 경쟁 피티를 하기 위해 준비하다보면 100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준비해 온다.

직원들에게 슬라이드를 좀 덜어내자고 해도 다 제 자식 같은지 빼 버리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청중의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하기 보다는 나 중심으로 전달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보지만,

청중과 동떨어진 일방향의 전달이나 제한된 시간 내에 넘치는 정보는 청중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특히 나누어진 유인물과 동일하게 슬라이드를 읽는 것은 최악이다.

사람들에게 다 전해주려 하기 보다는 철저히 청중 중심에서 자신의 강조점을 부각시키면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것이다.

 

 

강의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낯선 청중 앞에서 강의를 할 일이 생기면   시간을 더 많이 들여 준비하게 된다.

청중 분석은 치밀하게 철저히 할수록 좋다는 것을 알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준비에 몰입하다 보면 내 중심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

나는 분명히 그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 갔는데, “ 아니 이건 아닌데?” 하는 현장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지금이야 여러 버전의 슬라이드를 준비해갈 여력이 있지만 초보 강사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머리가 하얘진 적이 있을 것이다.

 

 

 

스피치 할 때 청중 분석이 제대로 되었다면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반드시 해야할 일입니다. 왜그럴까요?  바로 여기에 여러분의 이익이 있습니다. ”

많은 청중들 중에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의사결정권자다.

내가 프리젠테이션 해야하는 회사의 의사결정권자 스타일을 안다면 슬라이드를 구성하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맞춤식 스피치를 준비할 수 있다.

 

 의사결정권자의 성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직선적 스타일, 분석적 스타일 , 정치적 스타일이다.

 

직선적 스타일은 디스크 유형의 (D)유형으로 성격이 급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한다.

이런 사람에게 수많은 자료와 근거는 짜증을 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핵심만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간결하고 명확한 어휘도 중요하다.

 

분석적 스타일은 신중형 (C) 유형인데, 이런 스타일은 치밀하고 꼼꼼한 것이 특징이다.

작은 수치에도 민감하며 깨알 같은 글씨도 빠지 없이 읽는다. 많은 근거와 사례.

통계자료들을 당신의 말보다 더 신뢰한다.

특히 근거를 제시 할 때도 근거의 출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스타일은 다소 우유부단 할 수 있는 안정형 (S,) 스타일이다.

참석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가장 중요시 하는 타입이다. 프리젠테이션 동안 관망하고 있다가 최종 분위기를 보고

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스타일에서 중요한 것은 이벤트적 요소 인데 비주얼이나 동영상을 통해 참석한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박수나 감탄등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프리젠테이션은 청중 중심적 스피치이다. 따라서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을 하는 것을 훈련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내가 원하는 말이 아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준비 할 때 그들은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주도권을 나에게 넘겨준다. 내일도 낯선  곳에 가서 강의를 해야 한다.

주최측에서 말한 주제로  슬라이드와 컨텐츠를  준비해 놓아도 다시 한번 시뮬레이션을 하며 점검을 한다.

 

 

 

내가 준비한 자료들이 정말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정보일까?

내가 그 사람들이라면 과연 나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끊임 없이 내 마음 속에서 그들을  상상하며 그들과 대화하다보면

나에게 청중을 향한  "아 하!" 의 순간이 온다.

 

 

청중 분석은 어떤 부류의 청중을 만나도 ..........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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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13:31:26 *.114.49.161

저같아도 청중을 배려하는 오바마에게 호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디스크가 여기서도 적용이 되는군요. (디스크 맞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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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16:40:42 *.120.78.130

ㅋㅋ 맞아 콩두야~

그젠가 퇴임하는 힐러리도 멋지더라..

퇴임을  아쉬워하는 정부 부처 직원들이 부러웠삼.

우리도 그런 공직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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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13:43:35 *.23.223.37

이 글은 등단 PT와 데뷔강의를 앞 둔 제게 정말 필요한 교훈을 준 글입니다. 배치도 아주 잘 된 느낌이어요. 중간에 오바마 힐러리 연설 예시는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간 것 같아요. (제 느낌에 ㅎㅎ)

또 청중에게 '이익'을 언급하는 것은 강의할 때 듣는 이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듯! 


청중을 4가지로 나누었을 때 끌려온 포로, 놀러온 친교자, 쉬러온 휴식자, 배우러 온 주도적,적극적인 청중으로 분리된다고 하던데 어떤 청중인지에 대한 분석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늘 어떤 상태의 아이들인지를 염두해두고 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언니 글의 최대 수혜자는 내가 아닐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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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15:11:33 *.120.78.130

히히.....그러넹 ~

기분 좋다

등단 피티가 성공하도록 ...ㅋㅋ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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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09:43:43 *.30.254.29

저도 딱 100장의 장표를 발표했던 기억, 벌써 3년 전 이네요.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열정과 의욕의 과잉은 종이의 앞뒷면일지도 모르지요.

 

의사결정권자의 DISC 유형에 따른 발표 방법도

많이 공감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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