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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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주식시장이 오를까요?”
“알아서 잘해달라”
“그 펀드 언제 매수하면 좋을까요?”
“제 펀드 언제 팔면 좋아요?”
“언제쯤 원금이 될까?”
“꼭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고 도대체 왜 이럽니까! ”
“내가 들어가면 꼭 이래…미치겠다. 정말 ”
“누가 곁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리고!”
“삼성전자 지금 사는 건 어때?”
“야...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그때 샀으면 지금 수익율이 얼마야?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지난번에 내가 팔고 싶었는데 왜 말렸어!”
“거봐 거봐. 내 말이 맞쟎아! 그때 팔았어야 했다구. 괜히 말려가지고 팔지도 못하게!”
“매도시점 좀 잘 봐주세요”
“내가 잘 할 것 같으면 왜 증권회사에 맞기겠어요? 매수 매도 시점 잘 봐달라고 맡기는 거지!.”
나의 일터는 이런 말들이 난무한다.
"내일 주식시장이 오를까?" 이런 물음에 나는
"모른다"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거나, 그냥 웃어 넘기거나, 그럼 거기 왜있어?' 하는 반응이다. 사실 몰라서 모른다고 말하는 거다.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지만
반반인 확률을 맞추기가 그리 어려울 수가 없다.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다른 나라의 사정까지 들먹인다. 우리가
고려하는 시장의 범위는 이제 제한이 없다. 그것이 원인인지 알 수 없는 일들도 많다. 같은 현상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란 그것에
반응하는 시장변수(개인투자자, 외국인, 기관투자가, 각종 기금들 등)들의 몫이다. 동일 변수에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시황관이란
것이 있다. 그것에 맞추어서 말을 하기는 한다. 상대를 잘
모르는 경우에는 더욱 사전 설명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지식 정도를 알 수 없으니 어떤 방법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한 두 마디 말을 섞어가며 상황파악을 하면서 말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더라도 결론을 내가 정확히 내리지는 못한다.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마무리를 할 뿐이다.
“알아서 잘해달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예”인지 “아니오”인지 분명히
말씀하셔야 합니다”
알아서 잘 해 달라는 주문같이 어려운 것은 없다. 좋지 않게 관계가 전개될 개연성이 제일 많은
주문이다. 가끔 이런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영업직원이 있다. 사람의
관계는 모든 것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주문을 하는 사람도 주문을 받는 사람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말하는 자신도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의 생각대로
해 달라는 것과 같은 말인데 시시때때로 변하는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그때마다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겠는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 주문으로 봐야 한다.
뭘 잘 해 달라는 건가. 상대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해도 가능하지 않은 주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뀐다.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았다고,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하곤 한다.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것은 고객만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일을
하는 나도 내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내가 실수한 일보다는 내가 잘 한 일이 먼저 생각나니까.
며칠 전 동네에 있는 홍어집엘 갔다. 꼼꼼한 냄새 때문에 음식점 문 앞에도 못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그 냄새로 인하여 유혹을 받는 사람도 있는 만만찮은 음식이다. 오랜만이라 주인아저씨는
반갑게 나를 맞았다. 삼합에 소주 한 병을 주문을 하고 앉았다.
"아직도 그 동네 계시죠?" 하고 물으신다. "네, 여전하죠"했다. 조금 있으려니 한 부대의 남성들이 들어선다. 외국인도 섞여있었는데
어느 사무실의 회식인듯하다. 간간히 들려오는 대화의 내용으로 미루어 송별회자리이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자리. 왁자지껄하다. 우리도 소주한 벙을 비우고 추가 한 병을 시키고 난 즈음이다. 주인아저씨가
내가 앉은 테이블에 잇닿은 자리에 앉으시며 "지점장님...왜
나는 사기만 하면 떨어지죠? 주식도 그렇고 펀드도 그렇고.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예요. 펀드하나는 50%하락한 것도 있어요. 일년 전에 가입한 건데" 하신다. 나는 그냥 웃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의 고객 누군가도 다른
이를 붙들고 이러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잘 아는 홍어집사장님은 마치 내가 그 돈을 관리했더라면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으로 말을 하는 거다.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을까 싶다. 일년 전에 가입한 펀드가 절반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없는데..하는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언제 가입했고 펀드이름은 어떤 겁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표현이 과장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사기만 하면 빠진 것이 아닌 것도 알게
된다. 중간에 수익이 나서 매도했던 상품들의 기억은 사라지고 현재 보유중인 손해난 것만 생각하고 있는
거다. 수익은 조금밖에 못 챙겼고 보유중인 투자상품은 손실이 크다는 말이다.
고객이 가입할 당시의 시장상황을 복기시켜준다. 현재의 시장상황도 설명해준다. 홍어집사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관리를 맡은 직원이 최선을 다했을거라고 말해준다. "저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대응하셔야죠." 사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가 있을 수 있으니 다른 종류의 상품을 안내해줄
상황이면 그 정도를 이야기하고 만다. 영업에 욕심을 내어 볼 수도 있다. 내 욕심으로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절인연이 맞아야 한다. 언젠가 이 사장님은 나의 고객이 될 개연성이 크기는 하다.
매도나 매수시점을 물어오는 고객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 시점은 바로 오늘입니다. 방향을
모르니 일단 오늘 50%매매합시다.” 주로 바로 실행한다. 일부라도
실행한다. 아주 제한적으로 고객의 의사결정을 미루게 하는 경우가 있다.
누가 봐도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서 물어올 때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고객이 견딜힘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매매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매매를 하도록 권하기도 한다. 이때는
돈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선택을 하지 않으면 한 발자욱도
진전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이다. 그것이 돈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선택한 후에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은 나의 일과 무관하지 않은듯하다.
매일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내게 물어오는 질문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답을 할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현재만 나의 영역이다. 오늘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안내하는 일. 이것이 나의 영역이다. 금융시장에는 일시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한때 명성으로 행복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들의 전설만 존재할 뿐이다. 전설로 남은 영웅은 현업에서 적정한
시기에 손을 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설의 대가 중 한 사람을 소개한다. 전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저자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놓은 상태이다. 인터넷으로는 확인불가상태다.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 부제는 종목선택과 매매타이밍이다. 그는 일본인이고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월가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증시변화와
관련해 ‘4계절론’을 정립했다. 사계절이
없는 나라의 사람들은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겠다. 우리와 이웃한 나라이고 사계절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 가는 이론이다. 19세에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하여 44년이 되던 해에 출간된 책이다. 어느 학문이나 한 분야에서 이론을
정립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투자는 미래를 궁금해한다. 과거를
알아야 하는 이유도 미래에 과거가 반복된다는 전제에서 의미가 있다.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다. 시장환경은 매일 변한다. 변한 듯 하면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 한 이론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책이 출간되던 시기와 현재는 달라진 것도 많다. 작은 부분은 달라졌지만 큰 흐름은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수요와
공급. 한 방향으로 쏠림이 과하면 방향을 틀게 되는 이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부분, 경제주체들의 존재이유. 투자시장에
개입하는 모든 당사자들은 돈을 따기 위해서이다. 단 한 곳 정부만이 존재이유가 조금 다르다. 그마저도 점점 경제논리로 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부동산위기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시장논리의 한계를 맞게 된 것이다.
우라가미 구니오는 주식시장을 금융장세(봄) 실적장세(여름) 역금융장세(가을) 역실적장세(겨울)로 설명한다. 추운 겨울을 견디면 어느 샌가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듯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동성(돈의 양)으로 주가가 오르는 시장을 '금융장세'라하고 봄에 비유한다. 한여름
신록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따가운 햇살에 곡식이 익어가듯, 경기와 실적이 함께 회복되면서 주가 상승이
절정에 달하는 '실적장세'를 여름에 비유하고. 결실의 계절 가을은 경기회복은 지속되지만 긴축정책이 시작되면서 주가가 꺾이는 시장을 '역금융장세'.라 한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 실적과 주가가 함께 하락하는 '역실적장세'의 겨울이다. 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동행성이 있지만 시차도 존재한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축은 회사의 실적과 유동성, 정부의 정책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이다. 어떤 축에 의해서 시장이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특징의 금융시장이 생긴다.
장세에 따라 투자하면 좋은 기업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연동한다. 그럼에도 매일 주가는 변하고 또 하루 아침에 기업의 실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님에도 시장에서의 가격변동성은 크다. 시장에 많은 이론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재는 두 가지 이다. 펀더멘틀fundamental 분석과 센티먼트sentiment분석이다. 전자는 기업의 가치에 근거한 분석이고 후자는 챠트로 설명하는 기술적인 분석이다. 기업의 가치를 정하는 부분은 많은 논란이 있다. 그것은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보통은 펀더멘틀분석에 의해서 종목를 선정하고 센티먼트 분석에 의해 매매타이밍을 선정한다. 둘 중에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느냐? 또는 둘 중 하나만 기준으로 삼느냐? 는 운용자 또는 투자자의 몫이다.
4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말미의 맺음말이 인상적이다.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양자(펀더멘틀fundamental
분석과 센티먼트sentiment분석)의 결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우선 일의 기본을 배우고 몇 차례 예상하지
못했던 난국을 극복하고 경험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주식투자만큼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세계는 없는 것 같다.
대가의 마무리를 보자.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라 했다. 말은 쉬우나 실전은 무서운 이야기이다. 실패를 하면서 배움을 얻는 것. 실패가 두려운 자에게는 배움도 없다. 실패로 부터 배움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실패로 끝이 난다. 어떤 마무리를 하는가는 스스로의
선택영역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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