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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11시 02분 등록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과거의 똥쟁이의 삶이 아닌 현재 저의 삶입니다처음 변경연에 들어왔을 때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마흔을 준비하던 서른 아홉, 2012년은 저에게 평생 동안 잊을 수 없는 시간이며, 새로운 인생을 찾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두 번의 아름다운 여행이 있었고, 주옥 같은 책들이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런 변화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저의 분신인 뿌꼬가 등장하고, 아마도 똥쟁이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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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의 행복여행

 

 세상에 온갖 불만을 해결하는 '뿌꼬'라는 회사원이 있었다. 그는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불만으로 꼬이고 엉켜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주었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보면서 불만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그는 어떤 이야기라도 귀 담아 듣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슬퍼하고 축하해 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마주할 때면 항상 눈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그는 정해진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화가 오면 직접 사람들을 찾아 갔다. 문을 열면 뜨거운 불을 내 뿜은 성난 용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의 온화한 눈빛을 보고 나면 화를 가라 앉히고 순한 양이 되었다. 어느새 불만은 사라지고, 자신들의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이야기들, 평소에는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불만의 원인이었던 자신들의 슬픔을 이야기했다.

 

 뿌꼬를 찾는 사람과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가 사람을 찾으러 가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전화로 상담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의 책상에는 전화기와 컴퓨터가 늘어났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다시 만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그의 음성만 들을 수 있었다. 뿌꼬는 전화상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어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그의 눈은 상대방의 눈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고, 형식적인 대답만 늘어 놓았다. 반짝이던 그의 눈은 빛을 잃어 갔으며, 마음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웃음도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그의 능력은 그만 힘을 잃고 말았다.

 

 뿌꼬의 마음 속에는 서서히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전화기 위에 올려져 있는 수화기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들을 수 있는 귀와 미소 지으며 말할 수 있는 입이 꽉 막힌 채로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조심스럽게 수화기 뒤에 연결되어 있는 선을 잡았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연결 코드를 잡고는 전화선을 빼버렸다.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하기 싫었다. 하지만, 잠시 후에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세상은 그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뿌꼬, 심각한 불만이 들어왔는데 자네가 한 번 가보지 않을래?"

 팀장의 목소리였다.

 "오늘은 아무도 만나기 싫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내면 안될까요?"

 "벌써, 자네가 간다고 이야기 했어."

 얼마 뒤면 그는 서른 아홉이었다. 예전에 활짝 웃던 자신의 모습이 자동차 백미러에 아른거렸다. 시동을 켜고 오랜 만에 네이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바로 10m 앞에서 우회전하라고 말한다가는 거리는 39km, 남은 시간은 50분이었다. 문득 뿌꼬는 인생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네비게이션에게 묻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서른 아홉은 마흔을 채우기 직전의 숫자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이미 바닥난 숫자, 무언가를 다시 채워야 하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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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6:12:36 *.154.223.199

저는 개인적으로 어른 남자 뿌꼬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아요. 한젤리타

그러고보니 한젤리타는 변경연 연구원을 하면서 마흔앓이를 하고 있군요.

웃는 얼굴이어서 저런 이에게도 그런게 있나 싶었다는요.

하지만 웃는 얼굴 뒤에도 다른 것들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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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4 02:41:51 *.194.37.13

누님이 공감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마흔이 되어서 그럴까요?

이번 주 책인 사부님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을

읽으면서 나에게 다시 풍덩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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