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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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2013. 2.24 대한민국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교통사고를 넘어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 자살율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성적 문제, 공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전체 학생의 1/3에 해당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현실이다. 2년 전 전세계적으로 각 지역사회에 가장 시급한 청소년 건강 이슈에 대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본사의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제를 들여다 보던 중 발견한 사실들이었다. 아이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으로서 온전히 삶을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제공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잊고 싶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교육은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 경제를 파탄내는 주범에서 나아가, 가족의 형태를 바꾸고 가정을 해체하는 원인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체계를 우습게 뛰어넘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 공교육의 한계와 사교육의 부담을 벗어나고자
원치 않는 이산 가족이 되는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 결과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너무
드물다. 언제부터 교육이 이토록 대한민국 국민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패악을 부리게 된 것일까. 오바마가 칭찬하듯이, 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오늘날 세계 11위의 나름 경제대국으로 일어서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유교적인 전통에 더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실력있는 인재들을
제대로 발탁하겠다는, 그 시대로서는 파격적인 과거제도를 통해 만들어진 교육지상주의의 전통이
우리에게는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입신양명이 공부의, 교육의
목적이 되었을 때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계층을 막론하고 높은 교육열과 전반적인 학력의 증진, 제로에 가까운 문맹율은 분명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교육의 목적과 주제에 있어 일방성이다. 여기가 굴곡 많은 역사를 공유한 유대인의 교육을 들여다 볼 지점이다. 5000년의 유랑생활과 학살과 핍박을 살아남아 찬란한 성공을 이룬, 유대인이 무엇을 공부했고 왜 교육을 칼처럼 갈아왔는지 되새길 지점이다. 유대인은 5천년 역사 동안 신성한 성전을 세우고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대신, 끊임없이 추방당하고 학살당하는 핍박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도 계속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으로서 교육을 추구했다. 인간성을 연구하고,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연구하며 모진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지혜를 쌓아 후손에게 전하면서, 배움을 행동으로 옮기는 교육을 평생의 목적으로, 매일의 일상으로 삼아 왔다.
수학과 영어와 논술을 공부하고 스펙을 쌓느라 자신을 알 여유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답답한 입시 관문을 건너도 인생이 존재한다는, 나의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 줄 진짜 공부가 필요하다.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과 건강하게 관계 맺으며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공부, 사회를 ‘스스로 뛰어들어 나를 세울 기회의 장’으로 바라볼 자신감과, 그 과정에서 직면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현실의식을 심어줄 인생 공부가 필요하다. 재테크와 경영 서적 속에서 길을 잃은 성인들에게는, 나 자신을 믿고 새로운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매일 매일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사막의 별이 되어줄 인생 공부가 필요하다.
모든 민족은 전체가 공유하는 배움과 철학이 있다.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과 지혜가 있다. 그것을 정리하고 모든 이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되새겨 필생의 배움으로 살려낸 유대 민족의 성공은, 모든 민족에 유효한 교훈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등한시했다. 원래 우리는 작지만 어떤 강대국도 영원히 굴복시키지 못한 민족이었다. 모든 강대한 문명의 영향 속에서도 가치를
발하는 제 것을 갖고 있는 민족이었다. 그걸 다시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알고, 더 넓게 우리 인류의 이야기를 알고 인간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역사를, 철학을, 문화인류학을, 심리학을 만나 넓어지는 생각의 지평을, 소수의 사람들만 누리지 않도록 모든 교육 과정에 처음부터 심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이야기를 통해 이뤄진다. 탈무드가
구전의 교육이었듯이, 우리 교육에 결핍된 인간성에 대한 공부, 자신을
알고 사랑하기 위한 공부를 이야기로 만나게 해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 토크 콘서트란 형태의
강연이 대세인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비슷한 이유에서 올해부터 초등학교 교과 커리큘럼에 스토리텔링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는 것도 같다. 문제는 제목이 달라졌을 뿐 주제는 여전히 국영수사과라는 기본 입시과목에 한정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제집과 참고서가 시중에 선보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제발, 이제는 매해 개편을 거듭하다
못해 난수표에 가까워진 교과과정을 잠시 좀 놔두고 아이들이 자신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생각하여 행동할 수 있는 자생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 교육을 고민해보자. 인문학이라 이름해도 좋고 인성 교육이라 이름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게 해줄 따뜻하고 냉철한 인간성의 교육이 우리에게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