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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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절세의 미인이다. 그녀의 이름은 왕소군(王昭君)이다. 한나라 원제의 궁녀였다. 원제는 궁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 없어 화공에게 궁녀들의 얼굴을 그려 바치게 했다. 왕은 그림을 보고 낙점을 했다. 궁녀들은 화공인 모연수(毛延壽)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그려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도도한 왕소군은 모연수에게 뇌물을 쓰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화공은 그녀의 얼굴을 일부러 추하게 그려 왕에게 주었다. 당연히 왕소군에게는 왕을 모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나라는 흉노 문제로 늘 골치 아파했는데 당시 흉노의 왕이 한나라의 미녀로 왕비 삼을 것을 원했기 때문에 원제는 못생긴 왕소군을 흉노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흉노의 땅으로 떠나기 위해 예를 올릴 때 보니 왕소군이 궁녀들 중에 제일가는 미녀임을 알게 되었다. 뇌물을 주지 않아 얼굴을 추하게 그린 사정을 알게 된 왕은 화공 모연수를 주살했다. 그러나 왕소군은 쓸쓸히 흉노의 땅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그 땅에서 묻혔다. 당나라 때의 시인 동방규(東方逵)는 '왕소군'이라는 시를 지었다. 그 중 한 부분이 바로 유명한 다음과 같은 시다.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을까 (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온 것 같지가 않네 (春來不似春)
저절로 옷 허리띠 헐거워지니 (自然衣帶緩)
몸매를 가꾸기 위함 아니네 (非是爲腰身)
삭막한 북쪽 오랑캐 땅이라고 하지만 화초가 없지는 않으리라. 다만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이역 땅에서 꽃을 대하니 봄날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음이리라. 날마다 야위어 허리띠는 점점 헐거워지니 그녀의 외로움과 처연함이 저절로 전해져온다. 왕소군은 흉노의 땅에서 죽어 그곳에 묻혔다. 겨울이 되어 풀이 모두 시들어도 그녀 무덤의 풀만은 늘 푸르렀기에 사람들은 그 무덤을 청총(靑塚)이라 불렀다.
왕소군이 만약 화공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아마도 왕의 총애를 입어 영화를 누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왕소군은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 만약 모연수가 뇌물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아마 제명대로 살다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모연수는 뇌물을 안 받는 것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왕소군은 뇌물을 주는 것이 나을 뻔 했고, 모연수는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이 좋을 뻔 했다면 이 무슨 모순인가요 ? 그래서 우리는 확인하게 됩니다, 모연수는 뇌물을 받지 않고, 왕소군은 그러므로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면 최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깨끗한 사회가 좋은 사회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사회'를 미워하는 이유이며, 애를 써서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자기 경영은 겨울이 되어 풀이 모두 시들어도 푸른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 푸른 마음은 고독입니다. 고독하지 않으면 겨울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자신의 가지에 달린 잎과도 결별을 해야합니다.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조차도 버려야합니다. 그 푸른 마음으로 다음해 봄에 꽃과 신록으로 되살아나는 것, 자신을 버티는 힘, 추위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나목으로 견디는 것, 자기 경영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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