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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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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10시 29분 등록

"북 리뷰 및 칼럼 제출 현황 본인이 계산하여  자신의 성적표 들고 참석해라.

전체적으로 하는 모임은  웨버 중심으로 논의하여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해라. 별도로 개인 면담 있다

1년 전 면접 여행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이야기/질문을 들고 참가 해라." 

 

연구원 마지막 오프수업과 수료여행을 공지하신 스승의 글이다. 내어주신 과제를 작은 수업에 적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 / 질문

 

"꾸준히 열심히 해 봐야겠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구원 시작하기 전에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거든요. 난독증 환자가 된 기분입니다. 글을 읽어도 그 의미가 정리되지 않는 상태는 제가 미물이 된 느낌이었거든요. 파리나 바퀴벌레 하루살이, 초파리만한 사이즈의 곤충이 생각났어요. 지금은 열등감의 실체가 보이고 그 분수령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 컬럼, 하루 한 문장의 글을 생활화 하는 삶 말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데 다른 사람이 아닌 너(길수)는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니? 한마디를 듣고 싶었습니다."

 

다른 생각 하나.

 

'책은 아무나 쓰는 거다. 그래서 나는 쓰지 않을 테다'에서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책을 써야겠다'로 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적어도 3권을 쓴다. ? 세 권을 쓰고 나면 작가로의 삶이 가능하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생生의 정오正午에서 바라본 나의 오전은 자발적 선택이 아닌 삶이었다. 환경이 만들어낸 선택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어쩌다 올라탄 자전거에서 내리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다. 온전히 책임을 다하느라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이제 속도를 늦추고 자전거를 기울여 한 쪽 다리를 땅 위에 내리고자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가던 길을 가라.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라. 아니면 같은 속도로라도 가라. 할 수 있다. 능력이 되는데 왜 안 하느냐? 그 길로 가면 돈이 보인다. 돈이 싫으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안 하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 속도를 내라고 지금까지의 방향이 맞는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미 나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는데...’ 이제 아주 천천히 갈 거다.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갈 거다. 자전거에 올라탄 삶이 아닌 나의 두 다리로 걸어가는 삶 말이다. 한 발자국 씩, 매일 매일 쉼 없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을 거다. 모래주머니를 찬다고 해서 발을 들어 한 걸음을 내 딛기 어려울 정도의 무게는 아니다. 조금 묵직한 모래주머니, 그것은 다리에 근육이 붙을 정도의 무게이다. 무리해서 관절에 이상을 가져올 만큼 무거운 것을 선택하지 않을 거다. 조금, 아주 조금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이제 그만 살아야지 않겠니?"라고 누군가가 속삭이는 그 날까지 두 다리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한 선택이다.

친구는 말한다. “그렇게 살아서 뭘 할건데?나는 답한다. “뭘 할려고 하는 것 아닌데….

뭔가 이루려고 하는 삶이 아니다. 목표가 정해진 삶이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한마디 덧붙인다.

“살아보니 이게 제일 재미나서 그런 건데…, 다른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알려줘”그는 대답한다. “없어”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아야 하는 돈의 액수가 있는 것도 괜챦다. 넓혀야 하는 아파트 평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다음에는 뭘 할건데? 목표는 늘어날 거고 돈은 더 많이 있었으면 할 테고 집을 마련하고 나면 별장이 필요할거다. 물욕은 끝이 없다. 바닷물이 갈증을 해소해 주지 않듯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제어하지 않으면 끝을 모른다지식에 대한 욕구라도 다르기야 하겠나 싶다. 읽을 꺼리도 넘쳐나고 알아야 할 지식도 끝이 없다. 글에 대한 욕심도 끝이 없겠지. 어쩌면 눈에 보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고독하게 할지 모른다. 더 허탈하게 할지도 모른다.

 

연구원 마지막 과제로 읽은 순자荀子 16편 강국彊國에는 이런 글이 있다.

 

“미세한 것을 쌓아 가는 데 있어서는 月이 日을 이기지 못하고, 철時이 달을 이기지 못하고 해歲가 철을 이기지 못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은 일은 가벼이 보고, 큰 일이 닥친 뒤에야 흥분하여 대책에 힘쓴다. 그래서는 늘 작은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 사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작은 일은 자주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많아서,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크다. 큰 일은 드물게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적어,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작다. 그러므로 날을 잘 쓰는 사람은 왕자王子가 되고, 철을 잘 쓰는 사람은 패자覇者가 되고, 일이 잘못된 후에야 보충하는 사람은 위태로워지고, 매우 태만히 구는 사람은 망하게 된다. 재물이나 보물은 클수록 존중되지만, 정치와 교화와 공적과 명성은 이와는 반대로 미세한 것들을 잘 쌓아 가는 사람이 빨리 그것을 성취시킨다. 시경詩經에 “덕德은 터럭과 같이 가벼우나,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잘 들어 올리는 이가 드무네.”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잘해가야 큰 공적을 이룰 수가 있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라”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자기계발서 들의 슬로건이다. 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을 놓쳐버리면 후회하게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다. 속도의 삶이 필요한 구간도 있다. 중요한 일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중요한 일과 작은 일은 어찌 보면 다른 이야기일수 있으나 다시 생각하면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중요하고 작은 일을 하고자 한다. 하루를 해도 재미있고 매일 해도 질리지 그런 일 말이다. 삶의 시선을 바꾸고 속도를 바꾸어서 살기로 한다. 해가 바꾸지 못하고 철이 바꾸지 못하는, 달이 바꾸지 못 하지만 하루는 바꿀 수 있는 그런 삶 말이다.

 

수료여행에 동행을 못한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길수야! 너는 네 문제를 혼자 잘 해결하니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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