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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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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17시 16분 등록

안타까운 죽음들

 

그것은 목숨을 내어 놓는 일이다. 그대의 아들이 그대의 친구가 그대의 누이, 오빠가 그곳을 간다고 상상해야 하는 것이다. 아래가 보이지 않는 설벽에서 자칫 미끄러져 추락하거나 심각한 고산증세로 숨이 넘어가고 폐에 물이 들어차거나 동상으로 손끝, 발끝이 썩은 나목과 같이 시커멓게 변해갈 때 그대는 그대의 목숨을 내놓고 죽어가는 이를 살려낼 자신이 있는가. 히말라야는 그런 곳이다. CF의 연예인들이 미끈한 얼굴을 하고 나와 하얀 설산에 둘러싸여 낭만을 즐긴다. 형언할 수 없이 기쁜 표정으로 멀리 동트는 햇살을 바라보거나 히말라야의 밝은 달빛아래에서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밤을 즐긴다. 우리는 자본과 상품의 기만적인 허구성을 꿰뚫어야 한다. 신영복 선생은 말한다. ‘CF가 보여주고 약속하는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그런 허구가 히말라야의 모습들을 침범하여 상품성을 높이는데 활용되는 것이 거북살스럽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눈 사태와 악마의 입, 크레바스에 빠져 발버둥 치는 산악인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이겠는가. 나는 지구촌의 히말라야가 거기를 오르는 자들만의 것이라는 유아적 소유욕을 드러내고자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로 가, 지겹기 짝이 없는 회사인간의 탈을 벗어내기를 누구보다 희망한다. 단조로운 인생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단조롭지 않은 길로 들어서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있으며 그 단초가 히말라야에서 시작되었음을 나의 사례를 들어 담담하게 소통하고 싶다. 바람을 타고 날아 영혼을 모이스처하는 그곳을 내 아는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수백 번 다녀 오고 싶다. 그러나 다만, 오르는 일 자체가 상업화 되고 상품화 되는 것을 경계한다. 탐험과 극기의 가치가 자본화 되고 돈벌이의 수단이 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을 오르는 자에게 돌아가는 장면을 누누이 목격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뛰어난 현지의 가이드를 고용하고 경험 있는 등반가들을 모집하여 대규모 상업원정대를 꾸리고 자금을 쏟아 붓는다. 8,000미터 이상을 오른 인간의 가치를 허구적으로 각인시키고 참가자들은 그 허구성에 부응하여 등정자의 지위를 스스로 부여해 너도나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개고생에 동참한다. 일생 동안 단 한번도 아이젠으로 걸어보지 못한 사람들, 안전벨트를 처음 메어보는 사람들, 피켈을 난생 처음 매만져 보고 양끝을 들어 신기한 듯 이러저리 살피는 사람들을 데리고 히말라야를 오른다. 단언컨대 그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사고는 예견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위험을 당하면 서로를 돕지 않기 때문이다. 철저히 허구로 치장된 히말라야의 모습을 돈으로 처바른 결과는 죽음이다. 일반인들을 호도하여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산을 상업화 시킨 인간들에게 주는 혹독한 시그널이다. 그것은 같은 히말라야에서 극기와 탐험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이다.

 

동료의 죽음을 보듬고 동상으로 까맣게 변한 발을 씻어줄 수 있어야 한다. 눈사태 속에서 동료의 이름을 부르고 떨어진 크레바스 속으로 제 몸을 던져 아무개야 어디 있냐고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히말라야에 등반 시즌이 찾아왔다. 매년 상업등반대의 사망자가 늘어간다. 나는 그 죽음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이다. 에베레스트는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수가 227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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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22:23:48 *.137.98.177
경험을 사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책 한권을 두고 씨름하지 않고 요약본을 뒤적이는 것과도 같구요. 쉽게 등정하는 에베레스트 사실 솔깃합니다. 안전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약간 숨이 찼다가 풍광을 보고 다녀왔노라고 떠드는 것도 좋은 추억이겠죠. 그러나 내 다리가 검게 변할 가능성까지 감내하고 절망까지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의 모양새여야 하는가? 나는 사실 아직 감이 안옵니다.ㅡㅡ 그래서 오빠가 신기해요. 산으로 부른 그 심정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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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6 08:28:33 *.54.105.248

에베레스트 8천미터 이상 올라갔을때,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라고 네가 말해준

그 곳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산소마스크를 끼고도 숨쉬기 어렵고, 팔을 들거나

발을 내딛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인간의 운명을 그 곳에서 멈추게 해 버린다.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신의 영역을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 멈추지 말고 한 걸음씩만 옮겨가자.

눈을 뜬채 영원히 그 자리에서 얼어붙지 않도록 말이다.

신은 움직이는 자에게 자신의 영역을 허락하겠지"

 

너의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 하루도 너를 생각하며, 겸허하게 한걸음씩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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