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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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문득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어느 날 문득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주변에 누군가 있음에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꼭 닫아
놓아서 일까요? 사람들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아무도 내가 어떤 외로움을 느꼈는지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무언가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서점을
우연히 지나칠 때 책 제목이 나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책 속의 단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그 순간 나는 다른 세계로 여행을 합니다. 그 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는 소년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읽으면서 감동받았던 순간들은 시공간을 넘어서 나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아오다가
혼자 독립했을 때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고 외롭다는 느낌으로 변해갔습니다. 누군가와
말하기가 두려워지면서 점점 무인도에 혼자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해 갔습니다. 그 때, 제목처럼 나의 마음을 열어 준 책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테디 베어’라는 별명을 가진 어린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남부, 어떤 도시를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낡은 무전기에서 갑자기 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아빠가 사용하던 무전기로 소년은 “한 달 전에 눈이 엄청나게 오던
날, 트럭을 몰던 아빠는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면서 지금은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나가야 되고, 밤 늦은 시간에 가끔 엄마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소년은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합니다. 트럭
기사는 볼륨을 높였습니다.
“평소에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리가 불구인 저를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태우고 돌곤 하셨어요. 이제는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시는 18륜 트럭을 타볼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트럭 아저씨가 혹시 이 근처를 지나갈 때 무전기로 연락을 주세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트럭을 탈 수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 무전기가 아저씨와 연결시켜 줄 거라고 믿어요.”
트럭 기사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어왔습니다.
“어린 무전기 친구, 너의
집이 어딘지 말해 줄 수 있니?”
트럭 기사는 급송 화물이 있음에도 곧장 트럭을 돌려 아이가 일러 준 주소로 향합니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트럭 기사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스무 대가 넘는 18륜 트럭들이 소년의 집 앞 도로를 세 블록이나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수 킬로미터 안에 있던 모든 트럭 운전기사들이 무전기를 통해 소년과 트럭 기사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그 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어린 소년의 얼굴에서 행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트럭 운전기사들은 차례로 아이를 태우고 난 뒤,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떠났습니다. 트럭 기사는 눈물을 글썽거리는 채로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무전기를 트는 순간, 또 다른 놀라움이 찾아왔습니다. 한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트럭 운전사 아저씨들, 여기
테디 베어의 엄마가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들 모두를 위해 우리가 특별한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제 어린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셨으니까요. 제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이 무전을 마쳐야겠군요. 신께서 여러분과 항상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온 몸에 전해지는 전율은 제 영혼의 울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혼자만의 삶이 아니었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느낌에서 누군가를 만나 처음 말을 건네는 순간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말하는 ‘마음의 문’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마음의 문이며, 바로 신을 향한 마음의 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감동 뒤에는 새로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날 저녁,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나는 영어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늘 같은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How are you today?”
“I’m
fine, and you” 대신에 “Fantastic!”라고 대답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나를 불렀습니다. 평소에 말 없이 앉아 있던 나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았던 것입니다. 나는 수업에 들어오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영어로 떠듬떠듬거리면서 말했습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그 감정을 그대로 느꼈을까요?
“Beautiful
story!”라고 말하면서 영어 선생님은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마치 책 속의 소년이
된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소년이
무전기를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았듯이 나는 소년의 이야기를 읽고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비밀은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2. 내가 ‘Hangelita’인 이유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선생님은 나를 보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조금씩 저도 닮아갔습니다.
어느 날 환하게 웃는 나의 얼굴을 보고는 ‘당신의 웃음은 백만불짜리 미소’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웃고 있으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런 웃는 모습으로 다가가면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영어 선생님의 이름은 ‘Angelita’입니다. 글자 그대로 나에게는 천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일까요? 나의 아이디가 ‘Hangelita’인 이유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이어져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저의 첫 영문자인 ‘H’를 붙이게 된 것입니다. ‘H’가 사다리 모양이어서 누군가의 마음을 이어주게 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외로운 기분이 들 때나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면 이메일이나 편지를 보냈습니다.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변함없이 답장에 담겨있었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책상 앞에 붙여두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가끔 기도를 하고 있으면 그 분의 전파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는 그 분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소년이 트럭 기사와 무선으로 통화하듯이 말이죠. Angelita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안테나를 가지신 분입니다.
Angelita의 따뜻한 영혼은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Angelita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녀가 보내주는 편지와 카드를 받을 때면 우리 가족은 글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에게 편지내용을 읽어줄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Angelita와의 인연은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회사에서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입니다. 어릴 적 말로만 듣던 고아원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 곳에는 여러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고, 그 때 특별한 소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저의 아들보다 어린 아이였습니다. 그 날 나는 고아원 건물을 청소해주는 봉사였습니다. 청소가 끝나고
방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들어온 것입니다. 아이는 사회 복지사 선생님을 보고 ‘엄마, 다녀왔어요’라고 말하고는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수줍어하며 선생님 뒤로 가서 앉고는 저를 쳐다 보았습니다. 아이의
눈빛은 맑았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이의
손은 따뜻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테디베어' 소년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이야기 속에 소년과 소년의 엄마가 제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뜨거워졌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읽었던 느낌 그대로 였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 다시 그 소년에게 이어져갔습니다.
지금 Angelita은 미국에서 지체장애인을 돌보는 선생님입니다. 그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이어져 있어서 일까요? 소년의 생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트럭운전사가 소년의 소원을 들어준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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