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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 10시 30분 등록

아들아 힘을 다오

 

내 아들의 강박은 나로 인한 것 같다. 아들의 눈가에 어려있는 주눅과 겁에 질린 모습을 지켜보는 아비의 심정은 곤욕스럽다. 아들의 주눅은 어디서부터 비롯 되었을까. 무엇이 아들을 겁에 질리게 했을까.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게 압박을 받아 어린 삶이 두려움을 지니도록 부추겼나. 고함치며 뛰어 놀아도 모자랄 아이를 세상의 어둠 속으로 몰아친 모든 것에 이 아비는 분노한다. 아들아, 혼자서 힘이 들겠지만 훌훌 털어버렸으며 좋겠다.

 

분노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여섯 살, 아들이 가진 두려움의 실체는 어쩌면 나로 인한 것이었음을 감지한다. 출생이라는 대격변을 치루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엄마의 품 안이었고 이 세계의 아픔과 현실을 인지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그런 아이의 세계에 사소한 잘못을 단죄하는 아버지의 고함은 지상의 천국을 침범한 최초의 틈입자의 무자비한 공격에 다름 아니지 않았겠는가. 아비는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서툴고 무엇보다 잘못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제 아비의 기준에 달려 있었던 터라 그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더구나 세상의 모든 금기와 터부, 기준, 상식, 예절이라는 허구를 아비의 호통에 의한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체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아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속박과 두려움의 영혼으로 타락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정신분석학 보고서에는 유아기 고착이라는 것이 있다 한다. ‘당사자는 유아기의 벽에 갇혀 있다. 이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는 문턱을 지키는 사람으로 버티고 있어서 그들의 징벌을 두려워하는 소심한 영혼은 문을 열고 외부 세계로 나오는 재생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관대한 부모가 아이의 자립과 관계성을 망친다고 하지만 반대로, 부모가 문턱을 지키고 서서 지적과 가부 판단을 일삼아 아이에게 강요할 때, 아이는 외부세계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가진다는 말이겠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미래 세계의 상징이요 딸에 있어서는 미래 남편의 상징이라는데 도대체 나는 아이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밤에 잠자지 않는 아이를 호통쳐서 재우고, 밥상머리 예절이라며 강압적인 밥 먹이기와 밤중에 오줌을 싸면 이튿날 두 번 다시 않겠다는 확약을 기어코 받아내고, 동생과 싸우면 아비가 나서 응징하고, 몸을 긁어댄다 고함치고, 시끄럽다 화내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장난감을 당장 치우라며 강요하고, 그렇게 나는 고함치고 호통치고 화내고 강요하고 압박했다. 아비의 등은 아이가 보는 카메라 앵글의 시선이다. 아비의 뒷모습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아이의 앞으로의 살아갈 모습이다. 나는 아빠로 불리어지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아이가 나를 보며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할 것임에도 나는 아이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자격이 없음에도 아비의 삶을 살아야 할 터, 이 고행적인 삶의 무게가 저주스럽지만 나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나의 아들도 이 무게를 느끼며 살아갈 테고 이미 내 아버지는 이 무게를 감당하고 있지 않은가.

 

아들을 다시 아이의 세계로 돌려 세울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꽤 걸릴 일이겠지만 내가 아비로서 깊은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다. 생명이 슬프고 시간은 허망하지만 나에게 우주 속에 삶이 주어졌다. 내 안의 두려움을 없애고 아들의 두려움을 말려 내야 하지 않겠는가. 아들아, 이 슬픈 아비가 노력하마 힘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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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13:03:12 *.175.250.219

무엇이 먼저일까. 안일까 밖일까

아마 둘 다 아니겠니...부단히도 털어내려 힘을 쓰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우리네 삶이다.

우리는 오래전 전국시대를 살고있다. 무기를 손에 들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고지순한 동기가 아비에게는 있는듯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감내해야하는 몫이 있을테고

아비는 아비대로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있을테지....

지켜보면서 한발 한발...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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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21:28:23 *.165.2.191

오늘따라 비가와서 그런지 너의 글이 담배연기처럼 내 맘속에 쏙쏙 스며든다.

나도 너처럼 꼭 그랬던 것 같아.

왜? 첫째한테 유독 그래야만 했는지 돌이켜 보면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어.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주눅들고 겁에 질린 모습이 많이 없어졌어.

3학년때까지만 해도 낯선 곳에 가서 사람들하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심지어 같은 반 친구들을 밖에서 만나도 삐쭉거리고 못 본척하고 그랬거든.

그러던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달라지더라고, 조금씩 자신의 본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자심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해.

 

그래서 요즈음 큰 아이를 보면 고마워서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서 뭐든 원하면

해줄려고 그래. 지난 번 준이 집에 갔을 때, 성희 누님이 아이가 무언가를 원할 때

낮은 것보다 최고를 해주라고 하셨거든.

시간이 지나면 너의 아이도 너의 피를 느낄 때가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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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7:06:14 *.122.200.138

아들을 위해 아버지 화이팅^^

분명 아들이 자랑스러워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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