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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10시 53분 등록

별을 지니다

 

 

미궁 초입에서, 뒤에 두고 온 대장을 생각합니다. 대장과 동행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직접 만난건 대방동 여성회관에서 있었던 <필살기> 책 저자강연회에서 싸인을 받은 것 뿐이었어요. 그런데 꿈에서 그를 여러 번 먼저 만났습니다. 이 꿈이야기를 레이스 기간에 썼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가장 인상깊은 꿈은 세 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1차 서류전형인 20페이지 개인사에서 떨어진 6기 연구원 지원서를 보내고 난 직후에 꾼 것이었어요. 중국 천안문 광장 같은 데서 수많은 무사들이 죽고 죽이는 홀로그램, 그리고 뒤집어진 글자로 용 두 마리가 등용문이라 씌어진 현판을 물고 오르고 있었죠. 그런데 나는 수련원으로 되돌아와서 회색과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어요. 변경연이 나에게 광장의 의미일거라 생각했어요. 등용문 고사를 찾아 읽었어요. 수많은 미꾸라지들이 뜀뛰기를 하다가 어떤 물고비를 뛰어넘으면 용이 된다던가요? 그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어떤 물굽이나 개인이 아니라 양질전환의 법칙이 가능하게 하는 절대양을 채우는 평범한 미꾸라지의 끈질긴 노력이었어요.

 

두번째는 네모난 스퀘어에서 막춤에 텀블링을 했는데 대장이 다른 이와 함께 나를 안보는 듯 보더니 네 글자로 된, 무술과 춤의 중간인 걸 메모지에 적어준 것이었어요. 대장을 만나면 춤과 무술의 중간인 나의 길에 대해 알게 될 거란 기대가 생겼습니다.

 

세번째는 바닷가 마을에 태어나 살아 왔으면서도 한 번도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았던 내가 입은 옷 채로 덥석부리 선장의 배를 집어 타고 나간 거였어요. 나는 샬랄라 원피스에 슬리퍼 차림이었고, 배를 타본적이 없어서 앞으로 나갈 때마다 난간을 잡고 땀을 뻘뻘 흘렸지요. 그 와중에 내 옆에 있던 이들을 유심히 보았어요. 내 왼쪽에 3, 오른쪽에 3명이 있었어요. 왼쪽에는 썬글라스 낀 멋진 남자와 양 옆에 여자와 남자가 있었어요. 오른쪽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중성적인 이, 자유분방한 이가 있었어요. 나는 그이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거의 배의 중간이었지요.

 

어쨎든 나는 2013년에 덥석부리 선장의 파랑색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섰습니다. 8기 연구원이 된 거지요. 썬그라스 낀 멋진 리더는 하영목 웨버님, 그 양옆의 좌우 수호자 격인 두 사람은 남자는 길수형님, 여자인데 도구를 많이 가진 여자분은 샐리언니랑 깔리여신님이었어요. 길수형님이 내게 남자로 경험된 것은 그녀의 캐릭터가 내가 반응하기 좋은 남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두 사람은 세린과 재용, 중성적인 사람은 이준과 한젤리타, 그리고 가장 자유분방한 사람은 나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은 여성인데 남성적인 특징이 많은 사람, 한젤리타는 남성인데 여성적인 특징이 많은 사람으로 내게 느껴졌습니다.

 

그를 만나면서는 과제에 치여서 별다른 일이 없었어요. 마지막에 가서요, 원래 쓰고 싶었던 책이 나가리 나고, 뜬금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주제인 신화쪽으로 주제가 잡힌 뒤에 다시 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나더러 노랑과 분홍꽃이 피어난 눈 앞의 꽃섬에 가라고 한 것, 그리고 지난 주 칼럼에서 다룬, 미궁으로 들어가는 우리 일행을 엄호했던 꿈이었습니다. 꿈에서 이런 식으로 자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실제로 내가 표현하고 인식하는 것보다 내 무의식에서 대장과의 만남을 받아들이는 느낌은 더 큰 것 같습니다.

 

레이스 기간에 권윤정의 열정은 붉어서 돋보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내 속에 열정이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없는 밋밋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살아오면서 누구도 내 안에서 열정쪼가리의 흔적이나 싹을 보아준 이가 없었고요. 그건 충격이었어요. , 대학 때 2년 쉬던 학교에 복학하면서 상담실에 찾아가서 전과기록이나 노비문서와 같은 성적증명서를 보여주면서 이런데도 학교에 복학해서 잘 적응해 지낼 수 있을까요?’를 물어보는 나에게 그 상담선생님은 말했습니다. 한참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이건 에너지가 많은 사람의 흔적이다. 방향을 잡지 못했을 뿐이다.” 말했어요. 그 때처럼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대장이 보아준 열정이 내 속에 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만 잘 믿어지지 않았지요. 그의 칼럼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어요. ‘붉은 색보다 푸른 색이 더 뜨겁다.’ 그렇지요. 불완전 연소의 붉은 불꽃보다 푸른 불꽃은 완전연소인거지요. 

 

배에 타고 난 뒤에는 대장이 말했습니다. “권윤정은 팀의 허리로 모두 성실한 속도와 보폭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그러나 쉬기도 해야겠지.”  성실코드라고는 없는 것 같은 나에게 또한번 이상한 멘트를 했습니다. 나는 너만 잘 하면 우리 팀은 다 잘 가니까 너하나만 잘 데리고 다니세요.”라고 알아들었습니다. 사람 말을 곡해해서 듣는 이상한 재주라니. 언제나 나 자신이 미심쩍었고, 이 불신을 부지런히 증명해냈습니다. 수많은 지각과 날림으로요. 

 

나의 신화를 발표하던 날도 나는 지각을 했습니다. 문을 못 열고 들어가서 밖에 실루엣을 비추며 서 있었어요. 재용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어요. 나는자기 신화를 찾아가는 이들을 돕는 여자캐릭터를 발표했고 메데이아를 인상깊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작업으로 나의 신화 찾기는 완료된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 과제는 모호하고 펄럭입니다. 앞으로 계속 찾아가는 거겠지요.   

 

강원도 솔수펑이 한옥팬션에서 있었던 오프수업때 글쓰기에 대한 몇 가지 기술적인 지침을 주셨어요. 오프수업 기록을 찾아보아야 그걸 알겠어요. 노력할 필요없이 기억에 남은 것은 웃통이 훌러덩 드러난 나라의 원피스와, 그 날 길수행님이 양평에서 맛있는 발효식품을 잔뜩 가져왔고, 흰 색 리본이 달린 느티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던 거예요. 그 날 밥상을 차려주신 목사님이 소개하던 이와 내 지인이 결혼을 했어요.

 

술김에 수업했던 나의 내적사건, 외적 사건 베스트 5 수업은 힘들어서 짜증이 많이 났어요. 뒤에서 혼자서 몇 번 울었어요. 대장은 우울증에 대해서 자기답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말해주었습니다.

 

시칠리아에서는 사랑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저녁을 과식하고서 100% 졸았습니다. 그런데도 몸에 시칠리아 바람이 흔적으로 남았어요. 경품 같은 개평도 얻었어요. 특수교사가 재수할 때 불쑥 들어온 재해가 아니라 내가 어릴 때부터 관심 가지던 분야의 일이라는 발견이었어요. ‘사랑을 기억하는 강도와 비슷하게 나는 장애나어려움이 있는 주변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어요. 현재와 과거가 새로운 관점으로 말미암아 다르게 된는 계기였어요. 만약 사랑을 찾는다는 이유로 여덟살 때를 돌아볼 숙제가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겁니다. 제일 큰 소득은 과거의 사랑이 아니라 현재의 사랑입니다. 나는 시칠리아 여행 동안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내게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요. 로밍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사랑이야기를 하고 듣는 동안, 그리고 늘 있던 연락이 없으니 내가 어떻게 상대를 생각하는지가 선명히 알아졌어요. 그는 연구원 기간 동안 좌충우돌하는 내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연구원 과정의 어부지리를 주웠어요. 장례식 송별사를 읽다가 그와 더 알아갈 기회와 시간을 얻지 못한 걸 안타까워 하는 나를 발견했고, 그 때 돌아오는 버스가 정차한 압구정에서 전화를 걸었지요. 내 장례식에 올거냐 물으니 그가 아마 그랬을 거라고 했지요. 광화문 채부동잔치집에서 그와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었죠. 소주와 잔치국수를 먹고 맨발로 광화문광장의 잔디밭에 들어갔어요. '들어가지 마시오' 라고 적혀있는데요. 거긴 밥잘 선생님이 알려주신 식당데인데요, 밥잘선생님은 대장이 알려준 데라고 했어요. 우리는 며칠 전에 청첩장을 들고 대장을 만나러 나섰다가 채부동잔치집에서 국수만 먹고 돌아왔어요그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거라고 결혼을 정의했어요. 어제 나는 그와 결혼식을 했습니다. 이제 잠시후면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9, 10, 11, 12월 과제는 재미없었어요. 목차와 서문, 프로필을 다듬는 시기였어요. 나는 답보상태, 또는 퇴보를 거듭했습니다. 이유는 내가 쓰려던 것이 빠구맞은 것에 대한 집착을 놓고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나의 병패인데요 벽 하나를 만나면 돌아가거나 다른 문을 두드리지 않고 거기다가 피가 나도록 대가리를 짖찧어대는 버릇입니다. 게다가 가족과의 불화 상태가 계속 되고 있었어요. 나는 직장에서도 힘든 상태라 두 가지에 에너지를 다 빼앗겨버렸고요. 문경 사과축제하는 곳 바로 앞까지 팔팔이들이 데려다 주었습니다. 나는 깁스한 손으로 사과를 썰어서 팔고 있는 엄마를 만났습니다. 그게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는 길의 첫발이었어요. 지금은 회복이 많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예식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흐뭇해하셨어요. 만약에 그동안 내가 꿈꾸어오던 대로 절에서 결혼법회식으로 했으면 엄마와 아버지는 더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1월 오프수업에서 김학원 대표님과 고세규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 상태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었어요.  2월 오프수업 때 우리만 경주로 떠나고 대장은 남았습니다. 우리는 소나무 아래에서 대장 자리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나는 솔방울을 주워왔어요. 주워온 솔방울은 내 기도자리에 놓아두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내게 힘을 주는 파워 오브젝트들이 있습니다새벽 별을 맞이하던 이천 몇 년 전 인도 보리수나무의 이파리, ‘꽃봉우리가 열리고 보잘것 없는 것에서 위대한 것이 태어나는 인생의 정점에 서다고 적힌 은미님의 사진 액자, 우리 입학식 장례식 때 쓰던 노랑 초, 모닝페이지 카페 로이스님이 주신 유리그릇, 법륜스님이 주신 연꽃모양 향접시, 그리고 돌들과 조개껍데기입니다. 길 없는 길을 만들며 내려오던 에트나에서 주워온 화산석이 세 개, 인도 전정각산에서 주워온 돌이 한 개입니다. 조개 껍데기는 영종도의 선녀바위 아래를 거닐다 주웠어요. 나뭇군을 기다리는 '화산지대 물가 같은 여자'가 나의 캐릭터인 듯 합니다.       

 

모든 대장들은 그저 길을 가리키고 갈 방법을 일러줄 뿐인가 봅니다. 길은 가는 자의 몫이고 간 만큼 걷는 자에게 이득을 줍니다. 길 가는 방법에 대한 걸 생각합니다. 대장은 나에게 모두 성실한 속도와 보폭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거라, 그러나 쉬기도 해야겠지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보리수 아래에 앉길 좋아했던 다른 스승님의 말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정진하거라와 통합니다. 해일이나 폭풍이 아니라 낙숫물이 되라하셨죠. 우공이산, 호시우행, 황소걸음, slow & steady wins the race 도 비슷한 것이겠지요. 대장의 말대로 하면 내가 푸른불꽃이 될 것 같습니다. 대장은 푸른 불꽃이 붉은 불꽃보다 더 뜨겁다 했지요. , 대장. 저의 두 발로 자박자박 나의 미궁으로 들어갑니다. 대장은 뒤에 남았습니다대장이 내 안에서 보아준 열정을 피워내 나의 원래 모습을 증명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푸른불꽃이 되겠습니다. 푸른불꽃은 커녕 끝끝내 불을 피우지 못하고 매운 연기나 그을음만 내더라도 대장이 제게서 찾아내준 것은 저한테 별입니다. 캠벨씨의 말처럼 별에 가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가닿을 별이 없는 게 불행한 일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대장! 사랑합니다.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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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01:29:38 *.97.72.143

시집간 첫 날 밤에 요따구 글을 써 올리는 동안 을매나 서방님을 애태웠을까나? 

신랑 한 번 제대로 잘 만났구먼. 암만! 됐다. 됐어!

소문에 의하면 착한 몸매를 지향하는 어떤 처자에게는 안 착한 몸매처럼 생겼다던데ㅋㅋ(신랑님, 쪼까 미안 허구만유^^)

그 마음씨 참말 쓸만 허시네. 따봉이다!

 

윤정아, 대장님! 니 기운 잘 받으셨다. 신혼여행 잘 다녀오이라.

신부답게 첫 날 밤과 신혼여행을 행복 만땅구 하는 것이 변경연과 대장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도 까먹지 말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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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6:39:41 *.122.200.138

써니 언니, 조작미숙으로 되다말다 하는 발리 호텔 와이파이로 언니 댓글 읽었습니다.

잘 다녀왔어요. 행복한 시간 보냈구요. 고맙습니다. 써니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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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18:00:45 *.30.254.29

대장은 그러셨죠.

 

어려운 때는,

사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투쟁이라고

어둠이 자신을 빛내게 하라고...

 

빛나는 별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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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6:40:32 *.122.200.138

어둠이 자신을 빛나게 하라

그런 멋진 말을 하셨군요.

네^^ ㅠㅠ

감사합니다. 우성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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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21:35:31 *.229.239.39

콩두글을 읽다보니 지난 1년간이 파노라마 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네~

 

신혼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좋은 시간 보내고 오려무나.

 

대장은 우리의 별이 되어 주시길 원하셨지... 별을 따는 밤이 되어 대장을 지켜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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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6:41:50 *.122.200.138

웨버님 잘 다녀왔습니다.^^

웨버님이 주신 선물, 신혼집 앞에 선물 포장 그대로 잘 두었어요.

음미하려구요. 팔팔이 모두 놀러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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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21:56:14 *.39.145.75

신혼여행 잘 다녀오세요. 

함께 해주어서 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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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6:42:31 *.122.200.138

정화님 저야말로 함께 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이번 일년 동안도 잘 부탁드립니다.

초록사과님이랑 놀러오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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