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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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에 쓸 욕망
묘비명 :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무엇을 해야 마음이 가라앉을까? 나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김학원 대표님과 고세규 대표님을 모셨던 1월 오프수업을 마치고서 '그림책 읽어주는 특수교사 캐릭터 구축'을 위해 아이들에 대해 쓰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교실에 있는 식물을 그리기로 했구요. 까먹고 있었어요.
30분동안 청소를 마친 후 나는 습관적으로 과자를 입에 달고 먹으려고 합니다. 그러지 말아야겠지요. 근데도 계속 그러고 있어요. 또 방과후 업무를 해야하는데 습관적으로 트리포유 식물카페를 들락거리고 변경연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있구요. 딴 짓이죠. 이러다가 내내 웹써핑만 하다가 말 수도 있습니다. 날씨 탓인가요? 오늘은 정말 날이 꾸무리합니다. 날궂이였던가요? 아이들이 그렇게 힘들게 한 것은요.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한 아이때문에 힘들었어요. 너무나 산만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어요. 오늘 4교시에는 폭발을 했어요. 하지 말라고 해도 전혀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어요, 체육선생님은 무서워서 안 그런다는 말을 듣고는 폭발을 해서요. “너 왜 깡패처럼 이렇게 하니?“ 화를 버럭 냈어요. 다른 아이가 옆에서 울었어요. 인화물질처럼 나의 화는 옆에 불을 옮겨갔습니다. 나도 마음이 쉬 가라앉지를 않았어요. 그러고서 바로 아버님이 오셔서 오늘도 경기 증세있었고, 9시 25분 경 약 1분간 지속되었다고 하니까, ‘오늘 2번째다’고 하셨어요. 집에서도 그랬다는 말이었어요. 그 애한테 화를 낸 것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졌어요. 점심도 남김없이 다 먹여야 할까 어쩌까 고민이 되구요. 아버님이 밖에서 내가 당신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걸 보았다면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내가 감당을 잘 못해내는 듯 해서 좌절스러워요. 뛰어가버리는 아이들을 잡으려니 소리를 자꾸 지르게 되구요. 날이 꾸무리한 날 특수학교는 그닥 좋지를 않네요.
다른 아이는 오늘 많이 밀었어요. 어제는 급식실에서 두 아이를 밀어서 6학년 여자아이가 넘어지면서 혀를 깨물어 입에서 피가 났어요. 오늘은 4째시간부터 이를 딱딱거리면서 전혀 해보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아이는 정지자세로 버텼어요. 나는 아이가 그럴 때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수업준비를 제대로 못한 내 탓인데도 그 시간 버티기가 너무 힘듭니다. 다른 아이를 미는 게 어릴 때부터 있던 일이라고 하니까 더 조심을 해야합니다. 세 아이가 모두 상처많은 아이들입니다. 불이 옮겨붙기 쉬운 화염물질 같은 특징은 그래서일겁니다. 다른 아이가 피해를 입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나는 누가 누구를 계단에서 밀어서 넘어뜨리는 걸 상상하기가 싫습니다.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아이들을 끓이지 않고 잘 데리고 다녀야할텐데 말입니다. 내가 힘이 들거나 짐이 많으면 안되겠지요.
텃밭에서 노는 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분갈이 하는 것도 재미있었구요. 옆반 샘이 삽썰매를 태우고, 땅을 삽으로 뒤집고, 말뚝을 박아서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영 시원찮았습니다. 보조선생님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방해가 되었어요. 그는 지청구를 주지 못하더군요. 아르메니아, 계화, 줄리아페페, 그리고 조그만 거 몇 개를 분갈이 했어요. 이 학교 분에 심었으니 가지고 가기는 글렀습니다. 이전 학교 화분에다가 계화를 실으니 좋으네요. 까다로운 것들을 내 근처에 두었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 전환이 되네요. 오늘 회식은 안간다고 했습니다. 여러가지 못끝내고 싸안고 있는 일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오늘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아침에 읽은 누군가의 칼럼 때문입니다. 그는 공부의 방법으로 글을 쓴다고 했거든요. 그 시간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리고 변경연 관련해서는요 하늘길 원정대에서 고민스럽습니다. 너는 현역 연구원이었을 때 북리뷰 제때 못했으면서 이러냐? 핀잔들을까봐 겁도 나구요. 불안이 살풋 낍니다. 그런 것들이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고요. 오늘 옷도 너무 이상하게 입었어요. 바지 위에 원피스를 입었는데요 인제 이렇게 입지 말까봅니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입니다만 학교는 점잖아서요. 제기럴. 가만히 보니 내가 좀 예민하군요. 생리전증후군인가? 하지만 글을 쓰고 나서 힘이 많이 생겼습니다. 인제 일을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중학교때 시험 마친후, 그리고 일과 마친 후 늘 일기를 쓰고 있었지요. 그게 나에게 맞는 방법인 걸 그 나이에 어떻게 알았을까나요?
이번 주에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욕망에 기초한 묘비명을 찾으라는 걸 읽었어요. 출근 전철 안에서 그걸 생각하는데 한강 다리가 지납니다.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주루룩 써서 일주일쯤 묵히라 했습니다. 그런 뒤 지금 바로 실행이 가능한 것들과 다른 욕망을 분리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찾아서 써둔 글이 있습니다. 재능목록은 단군의후예 프로그램할 때 탐색했어요. 새벽에 하루 2시간을 보낼 건수를 찾아내는 게 목적이었지요. 저자는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글을 쓰고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듯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최대이며 최초의 수혜자가 되는 첫 책을 썼습니다. 나는 두 시간은 보내기는 보내는데 책읽기와 글쓰기가 아니라 모닝페이지와 108배를 하고 밥을 하는데 보냅니다. 그를 만났기 때문에 나도 4부터 6시에 글을 쓰고 읽을까요? 신혼여행지였던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하면서는 그 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묘비명으로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전에 '나의 중심에 굳게 서서 사랑하는 삶'이라고 사명선언서를 썼습니다. 그것이 과연 거침없는 욕망에 기반한 삶의 주제일까? 오늘 숙제입니다.
나는 이 책에서 그가 내어준 숙제를 참하게 해볼 참입니다. 이렇게 나에게 숙제를 주는 책이 좋습니다. 나의 새벽 역시 오로지 나의 정체성의 핵심, 그 붉은 심장을 쏘는 일에만 소비되길 원합니다. 거기 글쓰기가 포함될까? 글쓰기는 나의 인생후반전에 어느 정도의 자리를 차지할까? 오만스레 내게 묻습니다. 이 물음에 내 심장이 콩닥콩닥두근두근 뜁니다. 이 설레임은 좋은 징조입니다. 그래서 내게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하는 지점, 내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에서 뛰어내리는 자기혁명을 오게 할 겁니다.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이 말이 나도 너무너무 좋습니다. 숙제 다하면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그의 몸은 곁에 없지만 그의 정신과 삶은 그의 책으로 기록되어 내 곁에 있습니다. 그 점이 다행스럽고 신기합니다.
콩두야, 이 진솔한 글이 정말 좋다.
교사라고 하면 완전한 사람인 마냥, 천사인 마냥, 죄다 자기가 잘한 일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며 자찬일색일 때가 거의 태반인데 말야.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며, 또 일상의 용어들을 써가며 찌푸린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으니.
품위와 권위보다 자연스러운 인간 내면의 탐구를 곁들인 자기 반성과 더불어 타인(아이들)을 돕고 그들과의 일상사를 나누려고 하는 태도가 넘넘 편하고 살갑게 다가와 좋다. 나라면 이런 책에 공감을 하게 될 듯싶어.
새신부가 새신랑을 곁에 두고 글쓰기며 책읽기가 쉽진 않을 테지? 사실 좀 말이 안 됀다고 생각해. 사랑에 충실해야 할 시간에 그야말로 딴데 더 정신이 팔려 신경이 날카로와 지는 것 같기도 하니까.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열심히 사랑하고 시간을 조금만 충실히 해서 읽기와 쓰기를 잘 해나가보자.
나도 그동안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생각이 들면서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고 있는 중인데, 사랑도 그러하지만 모든 것이 비슷한 것 같아.
눈에서 멀어지면 서서히 마음도 잃어버리게 되더라고.
슬슬 게으림이 피어오르고 하지 못할 이유들이 넘쳐나게 생기고 등등.
그렇지 않기 위해 애쓰는 거 알아. 그래서 우리가 그래서 이 공간을 통해 자꾸 얼굴을 디밀듯 글을 올리고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만남을 갖고 해야 하는 이유일 거야. 바로 그때문에 사부님께서도 오래 염두에 두신 카페 공간을 그리 서둘러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떠나셨던 게지.... .
새색시야, 하루 2시간만 잘 지켜도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신랑님께도 좀 덜 미안할 수 있겠지?
나도 남들 다하는 직장일 좀 하면서 왜 그리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지 모르겠다만, 아름다운 독종(?)을 흉내라도 내 보기 위해서는 끈질김이 필요한 것 같다. 잠시 동안 참고 인내하며 성과를 내는 것은 누구나, 혹은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지만 꾸준히 오래 이어가기는 정말 쉽지 않은 거 같아. 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래서 수양 쌓은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더라공.
함께 하자고 함께 해보겠다고 해놓고 여태 나도 엄두를 못내고 있어 걱정이야.
마음 좀 다잡고 글쓰기와 책읽기를 다시 이어가야 하는데 말이지. 같이 노력해 보자.
난 댓글 달기부터가 시작인가보다!ㅋ
써니언니^^
댓글을 읽다가
언니의 1기 단군일지를 살짝 들어가보던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깜짝 놀랐더랬어요. 일지가 아니라 책을 쓰시나 싶었어요.
언니의 댓글을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결혼하게 되면 새벽에 나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나를 잘 데리고 다니려면 새벽푸른빛 시간이 꼭 필요한데, 만약 같이 사는 사람이 그걸 불편해 하거나 싫어하면 나처럼 귀 얇고 팔랑거리는 사람은 안하게 될 거고, 그럼 내가 잘 못 살겁니다.' 기도했던 기억이 났어요.
제가 만난 사람은 아침잠이 많아서 새벽에 제가 무얼하든 못 알아채는 사람이예요.
대신 제가 저녁에 많이 먹고 늦게 자게 되어, 자기 절제가 안되어 잘 못하는 면이 있어요.
자기조절이 잘 안되어요.
하루 2시간만 하거라 하신 말씀을 생각합니다. 어찌 될 지 하면서 만들어가얄까봐요.
언니의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완전 좋아요. 환영합니다. 화이팅^^
글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비오시는 오늘도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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