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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2일 18시 45분 등록
거룩한 사랑

박노해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로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 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 주고
시래기 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국을 맛본 적이 없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은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
오래전 메모를 뒤적거리다가 찾았습니다.
'피와 능과 눈물만큼'
IP *.11.178.163

프로필 이미지
2013.05.23 10:24:24 *.131.45.203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우리 엄마도 지저분한 씽크대 쓰레기망을 첨부터 척척 잘 치운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 엄마도 첨부터 노련한 한의사처럼 손가락을 딸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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