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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6일 10시 06분 등록
안녕하세요.

저는 27살의 청년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책을 지금까지 거의 읽어오지 않다가 1년전에 구본형 선생님의
'사람에게서 구하라' 를 우연히 읽고,  뒤늦게 독서에 흠뻑 빠졌습니다.
이 점 우선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이렇게 선생님의 블로그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최근 1년동안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생이며 아버지의 사업을 틈틈히 돕는 사회인으로 1인2역을 하고 있는데
바쁜 와중에서도 책을 틈틈이 읽었고 용돈의 대부분을 책값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독서를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자꾸 듭니다.
고작 1년을 읽고 벌써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 자체에 괜히 끈기없는 제 자신에게 화도 나며,
1년동안 독서로 인해 들인 시간과 돈이 낭비가 아니였나 라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나름대로 정독을 하고 맘에 드는 글귀에는 표시를 하며 독서를 하는 스타일인데도
지금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를 않으며,
책 제목을 봐도 "이 책이 무슨 책이였지?"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의 힘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슬럼프인지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라는 허무함과 함께
지난 1년동안의 독서가 후회가 됩니다.  웬지 독서 보다는 아버지의 사업을 더 열심히 도와
사회에서의 치열한 경쟁 또는 사회생활공부에 집중해야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됩니다.
 
짧은 독서생활을 했으면서 이런 고민을 말씀드리는 것이 송구스럽네요.
그리고 이런 것도 고민일까 라는 의문도 들지만,
많은 선배님들께 의논을 드리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어렵지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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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1.16 15:41:48 *.36.210.28
무엇 때문에 왜 무슨 목적을 위하여 읽느냐에 따라 그리고 처한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요. 저는 여러 해 전에 무척 책이 읽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요. 형편상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을 때였고 그래서 갈증은 더욱 심했을 지 몰라요. 그 때에 심적인 고통도 제법 상당했고 책을 통해 위로 받고 싶은 생각과 또 "내 선택과 일상이 틀리지 않아" 라고 하는 어떤 확증 같은 것으로 삼거나 밝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상황에서 책을 얼마간 읽었지만, 돌이켜보니 그러나 그 때 내가 책을 통해 배운 것은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우선 내 입맛과 눈요기를 충족시켜 주려는 것을 찾아 읽게 되어 그러하기도 하려니와 정작 책이 내 인생의 의문과 해답을 시원하게 말해 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솔직히는 한가하게 음미하고 사색하며 읽을 상황도 처지도 못 되기도 하였던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책을 선정하여 내용을 잘 파악하고 심사숙고해서 읽기보다 내 편향성 위주의 허영스런 책 읽기가 되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그래서 더욱 큰 도움을 얻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책을 통한 일상의 생산성을 따지자면 단기간에 성과를 나타내기란 그래서 쉽지 않을 수가 있을 거예요. 저는 이곳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에 연구원 생활을 하였고 지금은 책을 써야할 처지에 놓여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무엇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에 있습니다. 그래서 님과 같은 의문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도 해요. 때때로 님과 같은 의문이 들기도 했거니와 글쓰기를 하는 동안 다른 이들에 대한 환상과 신뢰감 역시 얼마간 깨진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책 읽기나 글쓰기를 멈추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이는 저의 미망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글쓰기와 책읽기는 우선 (첫 책이라면 더욱 더)자신과의 문제가 먼저이어야 하고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인 형편상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이 길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고 하는 마음이 들고는 해요. 남들보다 더 나은 책을 발간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저 같은 처지와 상황과 성격하에서는 아마 힘든 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나의 일상의 하루하루를 엮어나가며 시나브로 조금씩 나아지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에는 (물론 매사가 온전히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길을 멈추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고는 하더군요.

책과의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아마도 자신과의 열애를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을 지 모르겠어요. '끝이 없는 길'이고 '끝없는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생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성과적 성취와 물질적 보상 그리고 정신의 성숙과 내면의 풍요로움 등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독서라는 것이 시간을 들인 것 만큼 단박에 본전 이상을 뽑을 수 있는 복권 같은 것이라면 책 읽기도 투기가 될지 모르겠군요. 모르긴 해도 지적 성숙과 자아의 발전은 투기적 양상으로는 진정한 성취를 이루기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곳 변화경영연구소의 글쓰기나 책 읽기는 저가 알기로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곳의 연구원들이 읽는 책의 질적이고 양적인 측면을 따라해 보면 아마도 금세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때로 같은 나무에서도 저마다 꽃과 열매를 맺고 피우는 시기가 다르듯이, 하물며 여러 제각각의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 처해 함께 또는 따로 또 같이 나누고 돕는 독서나 글쓰기라고 할지라도 재능이나 기질 등 각자의 형편과 역량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고 자연이 의미하는 생존의 조화로운(?) 질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독서가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연인에 대한 또는 자신에 대한 연애처럼 평가와 이익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따지기 전에 얼마나 어떻게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갈구 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하는 문제는 아닐까 반추해볼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위한 지극한 열애의 길도 간단하지 만은 않은 것 같아요. 보다 많은 사랑과 정성 즉 희생과 헌신 없이는 나를 위한 발전조차도 신뢰와 성과가 함부로 주어지는 것 같지 않아요.

또한 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생각보다는 움직여야 할 때에 책과 사상과 논리에 빠지고 얽매여 나아감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말거나, 그저 생각 속에서만 다람쥐쳇바퀴돌 듯 이루려고 하는 뜻만 세우다가 정작 현실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놓이거나 도리어 뒤쳐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의문이 드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우리가 끝까지 가지 않고서 내리는 속단과 결론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를 동시에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딸 수 없을 것에 대해 먼저 속단하고 "저 포도는 보나마나 실거야" 라고 말하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가보기도 전에 "인생 뭐 별거 있어?"라고 뇌까리는 넋두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삶에서 때로 어느 이는 전혀 책을 읽지 않고도 뛰어난 기질을 발휘 할 수 있고, 또 전혀 어떤 정체성과 철학을 세우지 않고서도 대단한 실물적 성과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그런 것과 비교하자면 아마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속이 편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매일 하는 운동이 독감이나 암에 전혀 노츌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혹여 어떠한 질환이 닥쳐도 면역력과 기운(일상의 항상성)을 잃지 않음인 것처럼, 우리의 책 읽기나 글쓰기의 역량도 일상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생활 곳곳에 새겨지고 배어날 것을 다져가는 것이고, 각자가 노력하고 공들인 만큼의 결실이 되어 줄 겁니다. 오래 좋은 책을 많이 접하고 글도 쓰며 일상의 곳곳에 아름답게 배어나게 하는 것이 이곳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그 끝없는 길을 자초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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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11.17 14:54:35 *.105.212.77
위에서 써니님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기 때문에 덧붙일 이야기가 별로 없군요.. 다만 좋은책 이야기 코너에 제가 올린 3기 연구원 이희석님의 첫 책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에 대한 서평을 한번 읽어보시고 마음이 동하신다면 그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화이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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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11.17 15:56:09 *.67.52.207
"성공하고 싶으면 작은 성공을 반복하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 한권 읽으면 작은 성공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변화하기 어려운 존재라 합니다. 대부분 생각에만 그치고 맙니다.
독서는 가장 능동적인 행동입니다.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행동을 바꿔라. 이 말이 크게 무엇을 해라는 말이 아니라 작은 행동을 반복해서 운명을 바꾸라는 말입니다.
극단적인 자기 극복 과정을 통한다고 운명이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서라는 행동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에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습니다. 유유자적하게 산책 하듯이 읽으면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산책할 때는 물 흐르듯 걷습니다. 독서도 흐름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자신의 직무와 당장 관련이 없더라도 꾸준히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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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8
2008.11.17 19:24:30 *.190.229.233
답변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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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11.18 09:16:01 *.67.52.201
저 어제 뉴스 보다가 jk8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십대 청년들의 취업난에 관한 뉴스였습니다.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가에 관한 의문이 있으시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외환위기 후 10여년이 흐른 시점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다시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 지금의 십대 이십대들이 사오십대가 됐을때의 우리나라 상황을 예측한 책입니다. 작게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88만원 세대 - 지금의 십대 이십대들이 처한 현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혹하죠. ㅠㅠ

이 책들을 다같이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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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8.11.29 06:44:39 *.237.55.2
저도 "글쓴이"의 심정 잘 알아요..
똑같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말을 듣고서 마음이 편해졌고 계속 책을 읽고있답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다 빠져나가버리는 것 같지만 어느샌가 콩나물은 쑥쑥 자라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게 이와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이전에 읽은 책의 제목과 내용, 지은이가 기억은 커녕
생소하기만 할 때도 있을거다. 하지만 낙심하지 말거라. 콩나물처럼 네 마음과 성품이 한결 넓고 깊어져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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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2008.12.07 10:09:35 *.39.34.211
이곳에는 본문보다 더 긴 댓글이 있더군요. 꼭 길게 써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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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12.09 11:59:49 *.67.52.206
느낌대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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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우
2008.12.17 15:42:03 *.73.48.180
책관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들렀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독서란..

독서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생각할수도 있지만
독서를 통해 자신과 생각, 반성, 대화, 할수 있는 소중한 시간 입니다.

사람사는 동안에 이보다 소중한게 얼마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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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09.01.01 08:20:43 *.142.182.240
지나다님께..저도 다른 블로그에 본문보다 긴 댓글달고 쓰기금지를 두 번씩이나 당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굳이 왜 걸어놓고 타인에게 보이느냐고 자신은 신부도 정신과의사도 아니며 님은 지금 다정한 친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요. 아니면 혹시 무슨 의도가 있느냐고요. 그 후에 답글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꼈습니다. 그리고서나서 한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이라면 나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길거나 얼마나 오픈할 수 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쓰기금지를 당한 블로그와 다른 카페들에서 모두 탈퇴를 하고 나름대로 뼈아픈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 블로그의 글과 그림 사진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고 엇나가 있는 시선이 안타깝고 적절한 표현을 못한 것이 가슴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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