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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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등산객들을 만나 함께 종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등산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엇다. ... 모두 다른 보속과 다른 간격으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하루에 서너번씩은 등산 동료들을 마주칠 수 있다. 특히 전경이 탁 트인 산마루나 깨끗한 물의 시냇가, 무엇보다 표면적으로는 일정하지만 실제는 항상 그렇지 않은 간격으로 나타나는 대피소에서 마주치곤 한다. 야간에 대피소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면 서로에 대해 좀더 알게 된다. 그러면 어느새 연령층도 다르고 직업이나 성도 다르지만 같은 날씨, 같은 불편함, 같은 경치, 메인 주까지 종주하려는 자기중심적 충동을 공유하게 되어 서로를 동정하는 느슨한 연대감이 생기고 친근한 한 무리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심지어 대낮에도 숲은 고독의 위대한 공급처다. 몇 시간동안 다른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을 때, 특히 카츠는 물론 다른사람조차 오지 않을 때 나는 완전무결한 고독을 길게 맛보았다. 그때는 그가 괜찮은 지 배낭을 내려놓고 온 길을 다시 내려가본다. 카츠는 내가 되밟아 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한번은 그가 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그 지팡이는 내가 등산화 끈이나 배낭을 고쳐 메려고 나무에 기대 세워 놓고는 깜빡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신경을 쓰는 관계가 된듯했다. 괜찮앗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84-85쪽)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가르쳐준게 하나 있다면,
건 우리 둘 다 삶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낮은 수준의 환희를
정말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199쪽)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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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시절 선배가 엄청 재밌다며 추천해줬던건데 사실 그다지 재밋지 않았거든요.
잊고있다가 회사 동료의 선물로 오래뒤 다시 읽으니 전과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읽게 되네요.
위트가 넘쳐 즐겁게 읽을수 있기도 하지만 지난 트래킹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행복해했어요
지난 12월엔 네팔 안나푸르나 ABC트래킹을 다녀왔어요. 총 18일 여행에 산행은 9박 10일이었는데
사랑스러운 태국인 커플 등산동료도 만들고, 몇개월째 혼자 여행중인 또래 일본청년,
짧은 휴가기간 혼자 일주일 트래킹을 온 대만의 청년의사, 바이올린을 들고 산에 오르는 서양인커플..
난로앞에 옹기종기 모여 짤막한 이야기들, 인사 속에 저자가말하는 느슨한 연대감이란걸 느꼈던 것 같아요.
대체로 폐가 된거같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예쁜 여대생을 일행삼아 함께 걷고 쉬는 시간도 즐거웠고
머리속이 정말 터질것같았던 때라, 아무생각없이 혼자 묵묵히 걷는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많은게 필요하지 않다는 깨달음
그만큼 그 작은 것들의 소중함이 가슴 한구석에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새겨져있어요.
산행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가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벌써 6월이네요.
이번주말은 불볕더위라고 하니, 선선한 아침에 가까운 곳으로 산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