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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1일 19시 58분 등록
모순을 견디는 힘이 좋은 리더를 만든다. 석세스 파트너, 2005. 6월


자공이 배움에 싫증이 났다. 배움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승인 공자에게 휴식을 취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는 휴식할 곳이 없는 법이다”
자공이 다시 물렀다.
“그렇다면 저에게는 쉴 곳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 ”
공자가 말했다.
“ 있다. 저 무덤을 보아라.
울룩불룩 솟아 있는 저 무덤들이 바로 네가 쉴 곳이다.”
자공이 이해하고 이렇게 받았다.
“ 위대하구나 죽음이여.
군자에게는 휴식을 뜻하고
소인에게는 굴복을 뜻하는구나 “

공자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공아, 네가 그것을 알았구나.
사람들은 모두 삶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삶 가운데에 고통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른다.
늙으면 힘들게 된다는 것은 알지만
늙으면 또한 편안함이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무서움만 알지
죽음이 휴식을 준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

이것은 ‘열자’(列子) 에 나오는 이야기다. 좋은 스승과 훌륭한 제자의 가르침과 깨달음이 즐거운 장면이다. 동양의 지혜와 깨달음은 대부분 이런 모순적 동반과 상생을 통해 이루어 진다. 이분법적인 사고에 길들여진 서양인들의 경우는 대부분 이런 모순의 공존은 정신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교와 함께 동양 사상의 기조를 이루는 불교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욱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예를 들어 명말의 고승 ‘지욱’( 혹자는 명초의 선승 묘협의 어록이라 하기도 한다)이 한 말로 세간에 많이 회자하고 있는 ‘보왕삼매경’은 다음과 같이 모순적 지혜로 가득 차 있다.

첫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둘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셋째, 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

넷째, 수행하는 데에 마(魔)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에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다섯째,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여섯째,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순결로써 사귐을 깊게 하라'하셨느니라.

일곱째,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하셨느니라.

여덟째,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아홉째,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하셨느니라.

열째, 억울함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이 10가지 삶의 원칙에 법정 스님이 다음과 같은 주를 달아 놓았다.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자신이 지닌 생명의 씨앗을 꽃 피울 수가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꽃이 있어요. 다 꽃씨를 지니고 있다고요. 그런데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꽃을 피워낼 수가 없습니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서 참고 견디는 그런 인내가 필요 해요.

그래서 참고 견디라는 겁니다. 거기에 감추어진 삶의 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극락도 지옥도 아니라는 거예요. 사바세계. 참고 견딜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습니다. 가끔 외우시면서 생활의 지혜로 삼기 바랍니다. ”

지금은 역설의 시대다. 모순과 파라독스의 시대다. 몇 가지 예만 들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패스트푸드의 시대라는 것을 다 느끼게 될 때, 웰빙과 슬로우푸드에 대한 새로운 반추세가 만들어 졌다. 전 지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어디서든 통화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은 마치 영화처럼 실시간으로 보도된다. 틀림없이 세계는 하나가 돼가고 있고, 지구는 작아지고 있다.

그러나 또한 세계는 분화되기 시작한다. 1945년 UN 헌장에 가입한 나라는 51개국이었다. 15년이 지난 1960년에는 UN 회원국의 수가 거의 두 배에 달했다. 2000년 9월 회원국의 수는 다시 그 두 배에 육박하는 189개국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동티모르, 퀘백, 티벳등 독립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정치적으로 점점 더 분화되고 있는 나라들은 그러나 다시 경제적으로는 서로 그 울타리를 없애는 경제적 제휴를 늘여가고 있다. EU, 동남아 국가 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등을 통해 공통의 기준을 정하고, 관세를 낮추고, EU 처럼 단일 통화를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영어는 국제공영어가 되어가고 있다. 인류의 1/4에 해당하는 15억 인구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반추세가 생겨나고 있다. 영어 사용인구가 늘어나기도 하겠지만 점점 더 많은 소수 언어가 사용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남미의 히스패닉 인구의 유입이 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민자들의 언어는 이민 3세쯤에는 사라져 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로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다. 즉 히스패닉의 수가 많아지면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이 줄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어는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우리는 미국을 가장 자유스러운 나라며 열린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반대의 어두운 폐쇄성을 함께 보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이 내부지향성을 이렇게 묘사한다. ‘문명국 가운데 미국은 외국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유일한 나라다.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하여 ‘본능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도 외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나라다. 세계가 나날이 국제화 되어가는 시대에 미국만은 오만과 종교적 우월주의, 외국어와 오래문화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자아 몰두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지금 어떤 곳에 살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추세와 반추세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물결이 공존하고, 모순적인 세계 속에서 훌륭한 리더들은 모순을 마음 속에서 회통시킬 수 있는 동양의 지혜를 체득해야한다. 말하자면 세상과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두 개의 시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모순적 개념들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그때그때 그 의미를 음미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1) 변화의 시대 가장 먼저 제거해야할 단어는 ‘개선’이다. 개선은 아무 감명도 없다. 상투어일 뿐이다. 개선이라는 말 대신 ‘해체와 창조’ 라고 말하라.

2) 냉정한 경영은 가라. 왜냐하면 뜨거운 경영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뜨거운 시대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미친...괴짜...열광...열정...죽여주는...헌신... 상상..꿈...감동 같은 단어 들이다.

3) 지금은 기업국가의 시대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 100개중 다국적 기업이 51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편 피그미들의 세계이기도 하다. 잭 웰치가 말했다. “거대한 기업의 몸뚱이에 작은 기업정신을 불어 넣어라” 사람들이 비대한 조직의 권력의 복도에서 길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

4) 충성심을 잊어 버려라. 적어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잊어 버려라. 그러나 고객에 대한 충성심, 휴먼 네트워크에 대한 충성심은 강화하라.

5) 모든 업무를 기업화 하라. 피고용자는 없다. 직원 모두를 1인 기업 사업가로 만들어라.
6) 교육은 가장 투자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어떤 때는 투자한 모든 돈이 흘러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라. 교육은 경제적인 것이고, 경제적인 것은 곧 교육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식사회로 넘어 왔기 때문이다.

7) 시키는 일을 하지마라.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당신은 무엇으로 유명해 질 것인지를 늘 생각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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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2005.08.07 07:45:57 *.241.112.146
네... 구본형님의 글을 읽으면, 힘이 납니다. 방향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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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2005.08.23 21:35:12 *.249.153.196
항상 좋은글 에너지가넘친글 보면서 기를받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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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17:48:27 *.212.217.154

보왕삼매경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2.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3. 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4. 수행하는 데에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

5. 일이 계획대로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8. 공덕을 배풀때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9. 억울함을 당하더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10.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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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10:35:53 *.212.217.154

보왕삼매경이주는 역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서양적 관념.

이것들은 서로 다른 원리가 아닐것입니다.


겨울이 있어야 여름이 있고,

어둠이 깊을때 빛이 더욱 반짝이듯

양극의 가치가 서로 상생할 때

우리의 삶도 더욱 풍성해집니다.


오늘 다시한번 이 글을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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