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590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8년 3월 13일 09시 55분 등록
정말 우리가 알아야할 삼국유사, 고운기, 현암사, 2006년 개정판
(철도공사)

왜 점점 더 우리의 이야기가 중요해질까 ?

세계가 하나로 되어 가고 있다. 마치 지구가 하나인 것처럼 하나의 문명으로 수렴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지배하는 두 개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는 룰을 만드는 자가 룰을 따라야하는 자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언어의 기준은 영어가 되어 가고 있다. 영어가 세계의 스탠다드가 되어 간다는 뜻이다. 미국인들은 영어를 배우는 데 별도의 시간과 돈을 쓰지 않지만 한국인들이 영어로 말하고 쓰기 위해 투입해야하는 돈과 시간은 천문학적이다. 그러고도 언어의 깊은 계곡을 건너뛰기는 역부족이다. 경쟁하기 이전에 압도당하게 된다. 결국 룰을 따라야 하는 자들은 룰을 만든 자들의 추종자에 머물고 만다. 경쟁의 시대에는 추종자가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누가 세계의 표준을 선도하는가가 지배의 원칙이다.

또 하나의 원칙은 다양성의 원칙이다. 누구든 어떤 분야든 그 부분을 매혹시키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것을 가지고 세계적 동의와 감동을 얻어낼 수 있으면 그 차별성 때문에 주도적인 번영의 길로 성장해 갈 수 있다. 일본의 매력은 일본어를 배우려는 세계인들을 만들어 내고, 중국의 성장은 중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들의 수를 증가 시킨다. 동시에 세계인들은 다투어 중국인들의 생각과 비즈니스 관행을 배우려고 한다. 글로벌 시대 차별화의 원천은 자기다움이다.

그래서 묻는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 이 질문은 글로벌 시대 반드시 우리가 풀어내야하는 질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우리의 이야기로 가득한 삼국유사가 자리하고 있다.

일연이 살았던 13 세기는 국내외로 변화의 시대였다. 한인의 송이 저물고 몽골인들의 원이 중원의 지배자가 되었다. 문신이 지배하던 고려는 무신정권시대로 접어든다. 환경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를 표현하게 했고, 일연은 중국의 시선이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역사 속에 ‘나’를 담아보고 싶어했다. 단군의 신화는 이렇게 해서 우리의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다. 향가는 중국의 시가가 아닌 우리의 정서를 담아낸 우리의 일상으로 채록되었다. 삼국유사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모아둔 책이다. 그러나 ‘우리가 꼭 알아야할 책’의 목록에 늘 등재되어있었지만 실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책으로 남아있었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인 이야기는 알아야 하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한국인의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서 조차 잊혀졌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지금처럼 절실하고 절박한 때가 없는데도 말이다.

삼국유사의 ‘신주’(神呪)편에 내가 좋아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졌다.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뼈는 제 굴로 들어와 새끼 다섯을 안고 쭈그리고 있었다. 멍하나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하다 깊이 탄식하였다.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하여 이름을 혜통이라 하였다”

혜통은 후에 밀교의 승려가 되었다. 지금은 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만 그 때는 주로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혜통도 중국으로 스승을 찾아 유학을 떠났는데, 그때 중국의 최고 고수는 무외 삼장이라는 인물이었다. 사람이 거만했는지 ‘오랑캐 땅에 무슨 인물이 있겠느냐’ 며 혜통을 제자로 거두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고 3년을 더 수련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기가 탱천한 혜통이 뜨락에 버티고 서서 머리위에 뜨거운 화로를 이었다. 잠깐 사이에 이마가 터지는 소리가 벼락같이 나자 무외 삼장이 와서 치료하고 놀라 제자로 거두어 아꼈다. 이마에 난 상처가 마치 ‘왕’(王)자 무늬 같다하여 ‘왕화상’이라고 불렸다. 도력이 커져 가히 용을 쫓아 낼 신통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는 당나라 황실의 공주가 못된 이무기의 주술에 걸려 병이 나자 아무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혜통이 도술로 풀어 주었다. 앙심을 품은 이무기는 용으로 변하여 혜통의 조국 신라로 날아가 보복성 못된 짓을 일삼게 된다. 혜통은 신라로 급히 돌아와 이 용을 퇴치하고 타일러 개과천선을 시키게 된다.

불교의 나라 신라와 고려조에 승려는 대중의 영웅이기도 했다. 세상에서 시시하게 살다 어느 날 크게 깨달음을 얻고, 천신만고의 어려움을 겪어 영웅으로 성장하고, 이윽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물이 되어 찬란하게 세속으로 귀환하는 모티프와 구성은 신화와 전설의 가장 보편적인 얼개다. 영웅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아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자기계발의 고전 틀인 것이다.

세계화의 원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의 다양함을 배우고 이해하여 세계적 차원의 열림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만의 매혹적인 차별성을 세계에 알려 세계인의 동의와 공감을 얻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강점 분야에서 세계적 기준과 표준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 틈새를 장악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대 우리의 이야기의 보고인 삼국유사를 즐겨 보자.

개인적으로 지은이 고운기는 자신의 차별성을 삼국유사에서 찾아내었다. 그는 어느 날 결심했다. ‘나의 학문은 이 책에서 시작하여 이 책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 20년이 넘도록 이 책 하나를 들이 팠고,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하여 삼국유사라는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의 길로 우리를 안내할 유능한 안내자가 되었다. 그가 없었다면 대중이 700년의 시간적 간격을 뛰어 넘어 삼국유사 속의 우리 이야기들과 공감하는 기쁨을 얻기는 지극히 난해했으리라. 나는 이 책을 대통령이 읽어야할 필독서에 추천하기도 했다. 우리가 누군지 우리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밖에 나가 세계인들이 우리를 좋아하도록 설득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에서였다.
IP *.128.229.10

프로필 이미지
2016.11.17 09:01:48 *.126.113.216

갈수록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이 늘어가네요^^

요즘 제가 고민하고있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훌륭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세계화' 란 무조건적 추종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요,

나 스스로를 돌아다 보며 그 안에서의 강점, 보편정 정서를 이끌어내어 비지니스로 연결시킨다면,

분명 세상에서 개성적인 나만의 것을 만들수있지 않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8.01.13 10:53:53 *.212.217.154

이번주에는 십년만에 일본을 두번째로 방문하였습니다.

바로 어제 돌아온 길이지요.


그곳에서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돌아와 처음 접하는 글이 또 이러하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때

더 좋은 비지니스가 가능할것이란 뜨거움이 밀려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 Big Think strategy [4] 구본형 2008.06.14 7048
342 믿을 수 없는 상사에게는 결코 많이 투자하지 마라 [4] 구본형 2008.06.14 13211
341 나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산다 [15] 구본형 2008.05.12 11218
340 떠나고 싶으면 준비해라 [3] [1] 구본형 2008.05.12 8552
339 어떻게 너에게 나를 잘 전할 수 있을까 ? [7] 구본형 2008.04.17 7988
338 끝과 시작 [3] 구본형 2008.04.15 7615
337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3] 구본형 2008.04.15 5950
336 경영자의 실패 [2] 구본형 2008.04.15 5886
335 참 이상한 좋은 인연 [7] 구본형 2008.04.04 6882
334 차별화 하는 법 [1] 구본형 2008.04.04 6480
333 비즈니스 미덕- 하나의 기본, 두 개의 원칙 [4] 구본형 2008.04.04 5614
332 다시 시작하고 싶구나 [7] 구본형 2008.03.13 7634
331 성취를 만들어 내는 법 2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시간의 양을 투입하라 [2] 구본형 2008.03.13 7255
» 왜 점점 더 우리의 이야기가 중요해질까 ? [2] 구본형 2008.03.13 5903
329 날마다 두려움 속을 걸었던 그때 그곳들 [7] 구본형 2008.03.13 6903
328 Hunger for Excellence [3] 구본형 2008.03.13 5879
327 성취를 만들어 내는 법 1 - 우선순위를 정하여 집중하라 [4] 구본형 2008.02.20 7626
326 위를 탐구하라 [4] [2] 구본형 2008.02.20 6224
325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2] 구본형 2008.02.20 6031
324 아담의 배꼽 [2] 구본형 2008.02.20 6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