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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3일 07시 18분 등록

우리는 왜 멀리 가는 것이 되돌아오는 것임을 알지 못할까 ?
- 노자의 무위경영 다섯 번째 이야기

요즘 미국 이야기는 나를 흥미롭게 한다. 터질 듯한 성장의 정점에서 어두운 비탈길로 마구 굴러 떨어지는 듯 보인다. 그러자 부시로 대변되는 보수 골통의 시대에서 미국인들은 미국의 얼굴마저 바꿀 만큼 도전적으로 전환했다. Change,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은 이 한마디의 단어다.

미국인들의 노동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03년 ILO 의 자료에 따르면 18개 산업국가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이 최고의 노동 시간을 자랑한다. 노동 시간의 길이는 산업 사회의 기본적 생산력이었다. 산업사회의 논리는 '노동 시간 = 노동 산출량' 이라는 등식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노동의 내용이 혁신과 창조적 콘텐츠로 상당 부분 이동한 지금에는 이 등식의 유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은 중위권 나라에 불과하지만 국민 1 인당 건강관리 비용은 세계 1 위이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장시간 근무는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한편 평생을 회사에 바친 부모의 세대가 해고되는 것을 지켜 본 젊은 세대들은 충성이 보상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일과 직장에 삶의 다른 부분 까지 바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의 기업들은 미국 기업에 비해 엄청난 휴가와 근로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상용 비행기 분야에서 에어버스는 미국의 보잉사 보다 매출 실적이 높다. 그러나 그들은 한 달간의 여름 휴가를 즐긴다. 노키아는 여가와 가족을 무엇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여름 휴가가 어느 곳 보다 긴 나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의 하나다. 경영학의 그루 중의 하나인 제프리 페퍼는 '휴가가 긺에도 불구하고 유럽기업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근무 시간이 짧을수록 사람들은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들에게 지루하고 쓸모없는 회의란 없다. 그들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에 집중하여 더 현명한 판단에 이를 수 있다. 혁신과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생각하는 힘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하는 힘은 이완과 휴식을 필요로 한다.

동쪽으로 멀리가면 결국 서쪽에 이르게 된다. 부를 증가시키기위해 돈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삶은 결국 가난해 진다. 생활수준을 높이려고 발버둥치면 더욱 삶의 질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아주 오래전 현자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아주 간단한 자연현상으로부터 깨달았을 것이다. 아마 날마다 조금씩 변해 한 달이 되면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 오는 달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 지고 다시 밤 사이에 어둠 속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고 또 그렇게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보이는 모든 것, 날마다 만나는 일상이 그렇게 늘 유전하고 변화하는 것이니 그것이 곧 우주의 원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삶의 원리 역시 그럴 것이라고 믿게 되었을 것이다. 노자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돌아옴이 곧 도의 움직임이다. 멀리 간다는 것은 곧 돌아옴이다" (反者,道之動 遠曰反, 도덕경 40장과 25장)

이윽고 다시 그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이렇게 경고한다.

"지혜로운 자는 과도와 낭비와 탐닉을 피한다" (聖人,去甚去奢去泰, 도덕경 29장)

그리하여 우주의 원리는 간단한 것이다. 양이 그 절정에 달하면 음을 위해 물러나고, 음이 절정에 달하면 양을 위해 물러난다. 그것은 오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어렵고 어두울 때 용기를 가져라. 쉬지마라. 밝아질 것이다. 그러니 성공했을 때 조심하고 겸손해라. 이것이 세상을 사는 옳은 처세다. 장자에 이르러 이렇게 정리된다. ' 삶은 음과 양이 고루 섞인 조화'니라.

작은 일이지만 살다 꼬이는 일이 생기면 나는 그것이 무엇을 경고하는지 묻곤 한다. 그러면 그 일은 내게 썩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일은 내게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을 것이고 나는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그러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글을 쓸 때 보면 내가 써 가는 것 같지만 종종 글이 스스로 자신의 길로 나아가는 것처럼 삶도 우리를 넘어 스스로 흘러가는 듯이 보일 때가 있다. 삶의 강물 위에 내가 떠서 흐르는 것 같을 때, 그때는 잠시 쉬고 배를 탄 듯 그 삶이 어디로 흐르는 지 관조하고 즐길 일이다. 즐기다 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여울에 다다를 것이다. 그때 더 갈 것인지 내릴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여행은 내가 의도하지만 그 여행 중에 어떤 일 어떤 사람이 기다릴지는 알 수 없다. 그리하여 의도하지 않은 모험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여정은 살 만할 뿐 아니라 오히려 흥미진진한 것이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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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란
2008.11.13 10:05:04 *.143.170.4
(__);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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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도끼
2008.11.14 19:22:11 *.142.202.114
또 들러 좋은 글 보았네.
이름만 들어서는 모를것 같지만, 어떤가 상관없지 . 오랫동안 못보았지만 지면을 통하여 만나니 그것또한 즐거움 아닌가!! 효제 초등학교 시절인지? 성동중학교 시절인지? 가물거리지만 ...
또 댓글 내용을 보았다면 짐작하리라 생각되지만 지금은 종교인의 삶을 사는 친구로 알고 있으이, 늘 건강하고 많은 지식,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길 바라네. 나누어 주어야 비워지고, 비워야 채우질 않겠나?
늘 감사하고 꼭 친구가 부탁하는 말 - 늦기전에 창조주를 기억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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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8.11.15 09:01:59 *.175.135.34
동쪽으로 멀리가면 결국 서쪽에 이르게 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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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2010.09.26 11:04:35 *.173.6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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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15:25:36 *.150.248.46

삶이란 온전한 만족도, 완전한 실패도 없는,

반복되는 파도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로운 자세가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요?

다가오는 파도를 즐기면서,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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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10:47:38 *.212.217.154

선생님의 말씀은 늘 가슴속 깊은곳을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이루어 질 일은 이루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삶이 나를 어디로 몰아가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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