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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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미 두 개의 학위를 획득했으며 그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시인이 되기 위해 문학공부를 시작했던 터였습니다.
쉰이 훨씬 넘은 나이에 시<詩> 공부를 시작한 그는, 그토록 그가 기다려왔던 명망 있는 교수님 앞에서 그가 애써 다듬어간 시<詩>를 낭독했고 잔뜩 긴장한 채 교수님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말문을 연 교수는 그에게 ‘연과 행만 나누면 시<詩> 인 것처럼 보이나 이것은 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제껏 이날만을 기다려 왔던, 그에게 그 말은 심한 좌절을 안겨 주었습니다. 몹시 상심한 그는 그날부터 힘겹게 한 줄을 써서 모니터에 띄워 놓고 ‘이글은 과연 시인가?’ 라고 들여다보게 될 뿐, 그동안 줄기차게 마음속에 일어나던 파문을 글로 쓰던 작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를 보며 문득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깊이에의 강요』에 등장하는,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작품의 깊이를 고민하다 급기야 죽고 마는 여류화가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류화가가 죽고 나자 그 평론가는 깊이 있는 작품을 작업하던 작가가 죽었다고 논평합니다. 쥐스킨트의 이 작품은 '아이러니'의 대표성을 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詩>를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문학의 한 장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판에도 대안이 있어야 하듯 가르침에도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학습자가 거절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닌 ‘형식을 가르쳐 주려는 애정이 담긴 피드백’이 있어야 하고 학습자는 또 교수자의 그 '전달하려는 마음을 알아듣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학습자나 교수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겠지요.
어느덧 시월인 지금, 입을 열어 시월이라고 읇조려 보시지요. 그리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오늘의 감흥대로 시를 읊어 보는 건 어떠실지요. 그리하여 오감을 깨우는 감흥이 인다면 바로 그것이 시<詩>가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창조성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지요. 존중받은 한 줄의 마음 구절, 시<詩>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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