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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4일 09시 48분 등록

박주임은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다녀왔다. 직장 생활 2년이 지나자 일에 싫증도 나고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영국 유수의 대학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NGO단체 등에서 통번역 일을 하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공백이 1년을 넘어서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전직장의 영업 사원으로 재입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전공 관련 일이 아니라면 예전에 하던 일도 나쁘지 않다는 계산에서였다. 연봉 또한 매력적인 점이었다. 영업직은 수당과 인센티브가 있어 타 직군보다 보수가 좋은 편이고,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차() 사업의 종자돈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5년만 꾹 참고 일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내가 제안한 마케팅 포지션을 고사하고 전직장에 재입사했다.

 

구직 현장에서 후보자들를 만나다 보면 그만둔 회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싫다고 사표 쓰고 나온 회사에 기를 쓰고 다시 들어가려 하는 심리는 무엇 때문일까?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가 있으니 살펴보자. 한 취업 포털이 직장인 212명을 대상으로 그만둔 회사에 재입사할 의향이 있는가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7.2%재입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좋아서 업무 진행이 잘 되었기 때문(3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다른 회사들보다 업무가 쉬워서’(29%), ‘스펙과 경력에 맞는 회사가 없어서’(19%), ‘연봉을 맞출 회사가 없어서’(11%) 순이었다.

 

그러고 보면 재입사를 원하는 심리에는 편하고 쉬운 직장생활에 대한 로망이 깔려 있다. 최근 복귀한 김차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김차장은 야심만만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소신도 뚜렷했다. 그는 윗사람의 비위나 맞추고 일신의 편안함을 구가하는 류의 직장인이 절대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완전히 달라졌다. 적당한 곳에 숨어 편히 지낼 궁리만 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려면 그것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는 상처를 입고 둥지로 돌아온 어린 새 같았다. 청운의 꿈을 품고 팀장으로 승진해 입사한 새 직장은 첫날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멀쩡하게 생긴 사장은 부도덕한 행실로 신문지상에 이니셜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인물이었다. 김차장은 그 뒤치다꺼리 때문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둔 그에게 전직장 상사가 전화를 걸어 재입사를 권했다. 한 가정의 가정이니 오래 놀 수는 없고 어차피 같은 일을 할거라면 옛날 회사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돌아온 곳에서 그는 상처를 치유할 시간을 벌고 있었다.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그만 둔 회사의 재입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앞에서 거론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설문 참여자의 52.8%재입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비전이 없던 회사여서’(48.2%)라는 답변이 제일 많았다. 그렇다. 비전이 없던 회사는 다시 돌아와도 비전이 없는 회사다. 앞에 등장한 박주임이나 김차장은 얼마 안 있어 자신이 그 회사를 떠나고자 했던 이유를 다시 발견할 것이다. 조직은 쉽게 변하기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직무를 변경하거나 직급을 올려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일, 그 자리로 돌아온다면 그 시기는 더 빨리 올 것이다. 또한 쉽고 편한 자리는 다시 싫증이 나고 말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해서 어디든 일자리만했던 마음이 이 자리가 정말 내 자리일까?’라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성장욕구가 큰 사람은 힘들어도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참고 견딘다. 하지만 편하고 무료한 자리는 그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김차장 역시 상처가 치유되고 나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우리는 조직이 재입사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조직은 직원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게 산다. 재입사자는 그런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한 번 떠난 인재는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물론 그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나 회사를 사랑(?)하면 다시 돌아올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퇴사한 직원이 다시 돌아올 정도로 좋은 회사다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과 인재는 서로간의 이익을 위해 만나고 헤어지기 마련이다. 좋을 때는 서로 잘 지내지만 최악의 순간, 서로에게 발톱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당신을 부른다면 그 이유는 자명하다. 그 일을 할 적임자가 없어 같은 값이라면 검증된 인재를 영입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이 검증된 인재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다. 하지만 그 평가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부사장이 그랬다. 그는 작은 조직을 키우는 성장의 리더십을 보유한 사람이다. 전직장 사장이 그를 불러들인 시점이 딱 그랬다. 작은 두 회사가 합병되어 조직을 성장시킬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는 사장 자리를 약속 받고 예전의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할 일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가 성장의 시기를 지나 유지와 관리의 시기가 되자 그의 사용이 다한 것이다. 결국 그는 약간의 위로금을 손에 쥐고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예전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위나라 군주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에 군주의 수레를 타는 자는 월형(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 뒤에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나자, 어떤 사람이 미자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미자하는 군주의 명령이라고 속여 군주의 수레를 타고 대궐 문을 빠져나갔다. 군주는 이 일을 듣고 미자하를 어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해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까지 감수하니!” 또 미자하가 군주와 과수원에 갔다가 복숭아를 먹어 보니 맛이 달았다. 미자하가 먹던 복숭아를 군주에게 바치자 군주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를 끔찍이 위하는구나. 제 입맛을 참고 이토록 나를 생각하다니!” 그 뒤 미자하는 고운 얼굴빛이 사라져 군주의 총애를 잃고 군주에게 죄를 짓게 되었다. 그러자 군주는 이렇게 말했다. “이자는 예전에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 사마천의 사기열전, 노자·한비열전 중에서

 

고운 얼굴빛은 언젠가 사라지고 인재의 쓰임이 다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재입사를 했다면 자신의 쓰임이 언제 다 할지 주의 깊게 살펴 볼 일이다. 편한 자리 역시 그 달콤함이 다 하는 날이 오리니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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