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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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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4일 10시 31분 등록

 

미리 예정된 결과는 일을 좀더 쉽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에 관계없이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결과가 없다면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은 중간지대에서 해야 할 일의 하나이고 전환과 창조 사이에 연결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하는 이유이다.

- 윌리엄 브리지스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p113

 

어린아이이건 어른이건, 삶을 살아가다 보면 늘 새로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변화를 이야기하는 처세술은 새로운 환경에서 가야 할 목표와 취해야 할 태도 및 행동지침을 잘 선택하여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렇게 물 흐르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나그네처럼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걷고 또 걸어도 대체 얼만큼 지나온 것인지, 또 출구까지 얼마나 남은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답답하다고 주저 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걷고 또 걸으며 그저 이 모퉁이만 돌아가면 출구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다가도 문득 말을 멈추고 돌아서서 달려온 길을 돌아본다고 한다.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행위라고 한다. 윌리엄 브리지스는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는 영혼을 기다려 주는 책이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변화의 시기 이후에 그제서야 뒤쫓아 오는 내면의 전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잠시 변화’라는 달리는 말에서 내려 날이 저문 초원에 모닥불을 피우고는 둘러 앉아 코코아를 마시며 듣는 할아버지의 인생 경험 이야기 같다.

 

저자는 '전환'이라는 주제로 사회와 기업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던 전문 강연가이자 저자였다. 그러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 보내면서 내면적 '전환'에 보다 깊은 의미가 있었음을 '경험'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뚝 떨어져 나간 전환의 시기는 분명 일상과는 또다른 '배움'이 있었다고 지적는다. 아내의 암투병 기간동안 저자는 부부간의 사랑을 다시 배웠다. 아내의 불륜으로 멈추어 버렸던 부부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금 분명하게 체험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성공의 경험에서 더 큰 성공을 이끌어 낸다는 류의 이른바 '성공철학'을 주로 써온 것이 자기개발 서적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의 인생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경험하는 동안 에 '과연 이 어두운 시간의 터널에 끝이 있기나 한 걸까?' 의문시 되는 괴로운 경험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죽음, 실직 등등) '전환'의 시기, 또는 '림보'의 경험이라 명명하며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진솔하게 펼쳐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마흔 내 인생에 펼쳐졌던 '전환'의 시기들이 자연스레 기억난다. 특히 방향없이 내던져졌던 전환의 순간들이 머리속 스크린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 인생에 힘들었던 시간들을 어떻게 헤쳐 나왔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본다.

 

- 7살의 걸음걸이로 왕복 총 두시간 반이 걸리던 유치원

-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자 내 앞에 펼쳐졌던 수컷들의 폭력

- 고교 졸업후 진로를 놓고 아버지와 대결하다 가출을 했을 때

- 학사경고를 받아가며 뛰어들었던 종교써클 학생운동

- 대학을 졸업하며 고시원에서 취업을 준비할 때

- 첫 직장에서 경험한 '돈을 번다'는 의미

- 첫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보험가방을 들었던 시기

- 갑작스럽게 영업교육 트레이너가 되어 보험영업을 하는 설계사들 앞에서 대체 무엇을 강의해야 하는지 막막한 마음만 끌어 앉다가 결국 책상에 엎드려 잠들던 시간들

- 전략부로 부서를 옮기고 어렵게 일을 배워가다 겪은 144일간의 파업

 

'전환'의 시기에 우리는 어제와 똑같은 돌고 도는 길을 걷는다. 결과를 예측 할 수 없을 때, 허공에 발을 딛는 마음으로 걷는다. 그저 이 한 발걸음이 온전하기를, 다음 한 걸음도 온전하기를 바랄뿐이다. 일주일이 한나절 같고, 한나절이 일주일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참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에 주저 앉아 울어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디디며 나아갈 수 밖에 없던 그 시간들.


어둠의 터널 속에서 갈 길을 찾는 방법은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내게 되어 있다. 어떻게 갈 길을 찾았냐고 물어 보아야 소용 없다. 왜 그 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냐고 물어보아도 딱히 답해 줄 말은 없다. 받아들이고 또 적응하며 스스로 변화해 가는 시간이다.


지나온 나의 인생아, 사랑한다.

사랑한다. 앞으로 다가올 내 전환의 인생아.

 

2013-10-14

坡州 雲井에서

IP *.6.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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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5 11:15:58 *.108.69.102

영혼을 기다려 주는 책!   이 비유에서 형선씨의 성숙함이 물씬 풍기네요.

인생을 전체로 보고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느껴져서 좋게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10.17 20:45:39 *.62.175.30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지난 수업 때 한명석 선생님 풋풋한 모습이 저도 참 좋았습니다. 큰 누님 같다는 생각 들더군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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