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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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 절친이 입원해 있거든요. 그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 반이었고,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고, 대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한 날들, 추억, 우정이 많이 쌓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는 내 속도 많이 썩였습니다. 나도 그의 애를 좀 태웠습니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저니까요.
그 친구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가 '췌장암'이라는 슬픈 사실을 들은 것은 지난 주였고, '4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어제입니다. 마른 하늘에 어찌 벼락이 내릴까요? 허나 인생의 날씨는 화창한 하늘에서도 날벼락이 내리는가 봅니다. 암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10월 6일 이후, 나는 종종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은 안녕한지요?
안녕하다면, 소중하게 다루고 계시나요?
누구나 날마다 자신의 핸드폰을 충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스를 구입하여 핸드폰을 보호합니다. 소중한 물건이니까요. 어떤 이는 비밀번호로 잠김 기능을 사용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서겠죠. 우리네 인생도 소중히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의식과 자존감을 높여 인생의 불확실성에 덜 당황하기 위해 노력하시기를 빕니다.
'빕니다'라고 쓰고서, 평소 기도를 잘 하지 않는 제가 절박해짐을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를 봅니다. 마음 속에 적어 둔 이번 주 마음편지의 주제입니다. 여러 주에 걸쳐 여행을 다뤘기에 이번 주부터는 '직장 생활과 업무'에 대해 쓰려고 했지요. 그런데 인생이 계획과 주제를 변경했습니다. 삶의 불확실성 또한 인생의 본질이겠지요.
어제 친구의 아내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할 말도, 도울 만한 지혜도 없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거든요. 함께 울어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의 예상보다 그녀는 훨씬 지혜롭고 강인했습니다. "나 씩씩하지요? 결국 자기가 이겨내야지. 뭐." 통화 도중 그녀가 한 말입니다. 인생은 부부도, 아니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인생의 본질이고요.
"제가 할 일은 내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웃으며 지내는 거라 생각해요. 오빠가 만나면 함께 울어주세요. 제 앞이라 그런지 괜찮은 척 안 울더라고요." 뜨거운 것이 목구멍에 차올랐습니다. "그래, 울 때 실컷 울어야 싸울 힘이 생겨나니까. 울고 싶어하면 함께 울께." 전화를 끊고 내 할 일을 하러 갔습니다. 면회 가서 친구와 함께 있는 일 말입니다.
어젯밤 친구에게 들으니, 그녀가 참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전화상의 씩씩한 웃음은 억지 노력이 아니라, 진정이기도 했습니다. 울음에서 뽑아낸 삶의 긍정일 테니까요. 친구도 씩씩합니다. 부창부수입니다. 저는 오늘도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한 살짜리, 네 살짜리 두 아이로 인해 병원에 오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까지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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