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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4. 반가사유상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오미경
어떤 본질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먼저 그것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최대한으로 수용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차별화로 귀착되는 것이지요. 어떠한 경우든 차별화는 본질을 왜곡하게 마련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 점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요. -신영복 <강의 28p>-
사유와 생각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일까? 동양의 사유상, 서양의 생각하는 사람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본질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할지언정 내 나름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몇 년전 국립 박물관을 방문해서 반가사유상을 볼 기회를 가졌다. 같은 해 로댕전에 가서 생각하는 사람을 관람했다.
차이를 말함으로써 본질을 왜곡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고 싶다.
예를 들면, 남편이 재배하는 괴산찰옥수수가 맛좋고 모양도 좋은줄 몰랐다. 언제나 먹을 수가 있고 풍요해서 귀한줄을 몰랐다. 여행갔을 때 옆사람이 옥수수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맛이 없어서 못 먹었다. 그때야 깨달았다. ‘괴산찰옥수수’는 알이 탱탱하고 속이 꽉차있는 마치 진주알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좋은 것을 좋은 줄 모르는 것은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먹을거리 옥수수도 산지가 다른 것을 비교해보고서야 알았다.
마찬가지로, 역사시간에 배운 반가사유상에 대해 그리 썩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것을 우위에 두고 위함이 아니다. 책에서 배운 것. 오로지 교과서에만 배운 것을 선생님이 아무리 반가사유상의 온화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했다.
국립 박물관에 가서 가까이에서 보았다. 왜 그리도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고 싶었다.
왼손은 오른발을 잡고 있으며, 오른손은 살짝 오른쪽 뺨에 손을 댈 듯 말 듯 하다. 가느다랗게 떠있는 눈은 흡사 내면을 응시하는 듯하다. 입가의 미소가 온화함과 평화로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내 마음의 모든 욕망을 잠재우는 듯했다. 삶에서 느끼는 힘듬과 고단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의 죄책감이나 후회가 물밀 듯이 싹 가라앉아 녹아없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건 무엇일까. 인간이 부처인지, 만약 내가 저런 모습을 띠고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은 정화되었다. 등은 반듯하게 곧게, 감은 눈과 포즈에서 오는 분위기는 명상 그 자체였다.
‘집안의 모든 물건은 주인을 닮는다’ 했다.
반가사유상의 엽서를 사서 책상앞에 붙여놓았다. 짜증나고 마음이 불안할때마다 ‘반가사유상’을 본다. 나 또한 등을 바로 펴서 편안하게 앉아서 내면을 응시해본다. 숨을 가다듬는다. 거친숨소리가 잦아들때까지 들숨과 날숨을 쉬어본다. 살아있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이다.
‘사유思惟’라는 뜻이 무엇이던가. 마음밭에서 비롯되는것.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자기에게서 비롯된다는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렇기에 매순간 마음밭을 살펴야 하는 매순간 깨어있어야 함을 ‘반가사유상’은 나에게 말해준다.
로댕전에서는 어땠을까. 커다랗게 조각된 생각하는 사람, 고민이 많다. 등과 어깨를 구부리고 왼손은 왼발에 올려놓고 오른손은 오른뺨에 기대어 뭔가 골똘히 생각한다. 생각을 해야 할 때는 힘겹고 얼굴에는 고민을 잔뜩 올려 놓 은채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야 진정 생각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생각은 저렇게 하는 거야. 고민이 있거나, 뭔가 잘 풀리지 않을때는 저렇게 생각해야 하는 거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커다란 돌, 바위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다.
얼굴에는 인상을 잔뜩 찌뿌리고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 나도 해봤다. 불편한 자세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고민만 잔뜩 부풀어 오른다. 무념무상이 아닌 일파만파의 망상이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온다. 없던 고민도 해야 할 것 같다. 생각을 분석해야 할 듯하다.
동양의 사유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예술가들이 조각을 했다. 환경이란 사람을 만드는 장이다. 어떤 장(場)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사람의 사고체계를 달리한다. 산다는 것은 이 땅위에 발을 딛고 있는 길 위에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고독한 사색에 의해, 우리의 삶의 저편에 또는 높은 차원에 마치 밤하늘의 아득한 별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반가사유상은 진리란 삶의 저편이 아닌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 신발속에 있다. 그래서 동양에서 삶은 바로 도(道)라고 하지 않았던가.
천천히 산책하며 길을 걷다보면 마음과 머리속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네. 그것이 도 인지는 모르나 그냥
삶의 찌든 때나 쓸데없는 사념들을 날려 보내기에 산책처럼 좋은 것이 없다네. 그냥 시간의 구애받지 않고 < 강의>에서 신영복 교수가 말한 것럼 목적지없이 그냥 걷는 거지. 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도 보고 그것에 경탄하면서 말이야. 일전에 부산에 가니 길 가의 철쭉이 심어져 있었는데 듬성 듬성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네. 때와 조건이 맞으면 피조물은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지. 남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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