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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1일 11시 09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직장인의 송년 회식이 한창이다. 몇 년 전에 견줘 직장인의 회식 문화가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이제는 고깃집이나 호프집뿐만 아니라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심심찮게 직장인들의 ‘위하여!’를 들을 수 있다. 소주와 삼겹살 대신 와인과 파스타를 먹기도 하고, ‘2차 노래방’ 대신 뮤지컬을 보는 이른바 ‘문화 회식’도 많아졌다. 직장인들의 생활 방식 역시 고급스러워졌다. 모닝 커피는 꼭 한 손에 들고 출근하고, 고기는 꼭 ‘1+’ 이상 한우를 먹고, 가방은 명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씀씀이도 커진 셈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쓴 돈에 비해 그걸 깊이 느낄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고급 회를 먹어도 음미하여 맛보는 사람은 드물다. 비싼 공연을 봐도 이면의 의미를 느끼려 하지 않고, 책을 보아도 베스트셀러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여전히 폭탄주 제조 방법에는 대단한 정성을 쏟고, 노래 주점에서 흥겨운 댄스 곡에 막춤을 출 줄 알아야 ‘잘 노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누려’처럼 주머니는 두둑한데 ‘고급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꽃과 사막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대부분 작품은 아주 가까이서 바라본 큼직한 꽃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꽃을 그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꽃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 선생님이 교실로 야생화 천남성을 들고 왔을 때 처음으로 그 꽃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숨을 거두기 직전 그녀는 힘겹게 이런 말을 남긴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아, 정말이야. 그건 너무 작아. 시간이 걸리니까….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보려면 시간이 걸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말야.”

 

무지(無知)와 무식(無識)은 다른 것이다. 무지는 지식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공부해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반면 무식은 식견(識見)이 없다는 것이다. 현상 이면의 본질을 볼 줄 모르는 것이다. 맛을 보아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없고, 책을 읽어도 행간의 의미를 살필 수 없으며, 음악을 들어도 마음으로는 듣지 못한다. 이것은 단기간에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의 관찰과 음미, 그리고 경험치가 더해져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에 관한 책이다. 동시에 이 책은 식견을 키우는 책이기도 하다. 창조성은 결국 현재를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힘에서 오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부터 나타나며 감정과 직관, 이미지와 몸의 느낌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이런 우리 내면의 ‘촉수’를 민감하게 갈고 닦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인의 말처럼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숨어 있는 법이다. 오랜 시간 바라보고 깊이 빠져 보아야 그 숨겨진 가치를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깊이 사랑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안의 신을 느끼고 우주와 마주하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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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열다섯번째 칼럼이 12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17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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