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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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4년 살롱9에서 다시 일하게 된 미나입니다. 그냥 오늘 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글을 썼는데, 변경연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 길지만 읽어주시고, 피드백, 응원 등 다양한 반응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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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님이 내게 말한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변경연 멤버들인 '꿈벗들'에게 직접 안부 전화를 하고, 살롱9에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선뜻 '네, 그럼요!'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영훈님과 헤어진 뒤에 오늘 엠비씨에서 선생님 유고집 관련 촬영을 하고 있는 살롱.9로 향했다. 영훈님 말을 듣고 보니 '쉬는 날이라고 이렇게 무작정 놀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저녁에는 덕천이 있는 도봉 선원에 가서 법회를 들을 예정이었으나 그 곳에 가도 마음이 편하질 않을 것 같았다. 살롱에 도착하자마자 승완 선배에게 내가 만든 통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귀자에게 영훈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고, 설 연휴에 스케쥴을 어떻게 할지 확정한 뒤에 카페를 나왔다. 무언가 굉장히 무겁고 개운치 않은 느낌을 가진 채로 말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즐겨가던 홍대 커피스미스를 찾아 아침에 글 쓰려고 하던 때의 두근거림을 떠올리며 시시콜콜한 나의 일상을 적다가 문득,
'아, 그래. 귀자와 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그 즐거운 놀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아마도 변경연 사람들이 아닌 외부인일 가능성이 높은-을 만나 즐겁게 놀면, 결국 점점 멀어지고 있던 변경연 사람들의 마음에도 '나도 한 번 같이 놀아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자고 했었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문득,
'그래서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변경연 사람들에게 한 명씩 연락을 해 마음을 붙잡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즐겁게 놀면서 그들이 같이 놀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까?'
또 내게 던진 질문.
"즐거운 놀이터를 만드는 것과 변경연 사람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것 중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즐거운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아까 카페를 나올 때 가지고 있던 개운치 않은 느낌이 조금 사라졌다.
"살롱9 공간이 사라지면 우리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사라진다.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진다면?"
공간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공간을 북적이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들을 끌어올 마중물 같은 사람들도 필요하다. 공간 자체가 숨쉬게 만들기 위해 첫 숨을 불어넣어야 하는 사람. 그게 귀자와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숨 쉬기가 곤란해 곧 죽을 것 같은 공간이 되어버린 살롱9에 심폐 소생술을 시도해야 한다. 내가 내 쉴 수 있는 숨은 한정된 상태에서, 이 공간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게 하는 불씨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타오르게 할 수 있는 불씨는 과연 무엇일까? 변경연 사람들의 불씨일까? 귀자와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불씨일까? 두 가지 중에 더 빨리 그리고 크게 타오를 수 있는 불씨를 붙잡고 싶다. 내 생각엔 후자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변경연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꾸준히 연락하는 것은 필수. 숨을 적절히 불어넣어 불씨를 점차 살려나가야 하는데, 그 방법은 우리가 계속 만들어 낼 놀이터를 지금까지와 달리 조금더 적극적인 방법-문자나 메일 혹은 전화-으로 알리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연구원들과 꿈벗들이 살롱9를 바라보는 관점은 좀 다를 것 같다. 예측해 보자면,
연구원 밴드에 올린 '창조놀이팀 멤버 모집'에 정화언니가 달아준 댓글. 이것이 바로 연구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인 것 같다. 이미 여러 번을 감정에 호소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기꺼이 내주었던 이들-
이 부분은 변경연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을 지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같이 놀자고 꼬시고 싶다. 우리가 먼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같이 와서 놀고 싶게!
그리고 꿈벗. 이관로 님의 댓글이 꿈벗 분들의 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그리고 소위 '외부인'이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의 대표가 심민아님이 아닐까 싶고. 우선 즐겁게 놀 준비가 되어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외부인들과 불씨를 좀 크게 키워놓고, 이 불씨가 꿈벗과 연구원으로 마구 튀어 활활 타오르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