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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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8 덜어내기 Oh! 미경
어떤 것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그것과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법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청소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치우고 정리하다 보면 버려야 할 것들이 하나 둘 계속해서 나온다. 왜 이런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놓았을까.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내다 놓으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져간다. 과장해서 말하면, 이사를 간다고 오해 받을 정도로 내다 버려도 어느 순간 자꾸만 쌓여가는 필요치 않은 물건들... 책들을 가장 많이 내다 놓는다. 오래된 책들, 더 이상 읽지 않은 책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들을 박스로 버린다.
‘만일’을 대비하여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다. 정리나 청소에 대한 책,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난 후였다. 내게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모든 물건들을 내다 놓고 버리면서 “이제 내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것을 버릴거야. 버리고 덜어내자”하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일곱 살난 딸 아이가 내게 물어왔다. “엄마, 나도 내다 버릴꺼야?” “띵~~~~이게 무슨 소리. 판타지를 너무 많이 읽었나? 아니지, 이 집에 있는 물건을 모두 내다 버려도, 가장 소중한 다보기만은 데리고 살아야지. 다보기는 물건이 아니잖아. 살아있는 생물이잖아.”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청소를 하면서 물건을 내다 버릴 때, 딸아이는 가끔씩 웃으면서 농담한다. “엄마, 나도 버릴꺼야?” 이제는 대답이 달라졌다. “ 응. 독립할 때 되었으니, 때가 되면 스스로 나가렴. 내다 버리기 전에. 인생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
내 청소 철학은 이렇다. ‘사람이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물건이 주인이 될 때, 나라는 존재는 사물의 노예가 된다.’뭔가 답답하고 피곤할 때, 주위를 둘러보면 여지없이 어지러져 있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 쌓여있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띄인다. 좁은 공간은 물건으로 둘러 쌓여 여기저기 널려 있다.
내가 물건을 소유한 것일까. 물건이 나를 소유한 것일까.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은 저마다 우리의 관심을 원하고 있다. 쓸모 없는 물건이 많을수록 우리는 쓸모 없는 일상사에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삶의 주인은 스스로 어떻게 살아나가느냐에 달려있다.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다. 풍요로운 물질 속에서 잠시 정신줄 놓고 살다보면, 어느 새 물건이 사람의 주인으로 자리잡은 것을 발견하곤 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정리해야 새롭게 시도할 에너지가 솟는다.
삶이 힘들고 복잡해 질 때마다 청소하자.
“청결함은 신성(神聖)에 버금간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오로라님의 내면이 남을 위하거나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차있음을 알수 있네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씨스터에 대한 사랑이 자식에게는 오로지 맹목적으로 사랑을 줘야 한다면서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자식이 어떠한 잘못을 해도 남을 탓하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를 해서 몇천만원을 받아내려고 하는 몇몇 부모들과는 달리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서 지금 순간의 달콤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씨스터가 앞으로 자신의 독립적인 인생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십대 청소년 시절에 잠시동안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십년 이십년 후에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나갔을 때 일어날 일에 대비를 하지 못해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어렸을때부터 조금씩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오로라님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진지하면서도 위트(때가되면 스스로 나가렴 내다버리기전에...)가 담긴 이 칼럼을 읽으면서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받았기에 오늘 하루가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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