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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7일 21시 49분 등록
호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이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
오늘 지하철을 나오다가 계단에서 단추 하나를 주웠다. 까만색 단추인데 실밥이 달려있다. 어느 누구의 옷에서 밀치다가 떨어진 모양이다. 단추를 주우면서 이걸 어디에서 쓰려고 줍는걸까를 생각했다. 솜인형을 만들 때 눈으로 붙일까.

어려서부터 나는 뭔가를 주워가지고 오는 아이였던가 보다. 내 물건이 많은 것을 보고 언젠가 어머니께서 얘기해 주셨다.  내 옷을 빨려고 호주머니를 뒤지면 콩이나 팥같은 곡식이 나오거나 뭔가가 나왔다고 한다. 솜이 티끌하나 없이 고이 들어있기도 했다고 한다. 어려서는 목화를 심어서 그걸 따거나 뽑아다가 담벼락에 기대어 놓고 말리며 따기도 했으니까. 

지금도 뭔가를 보면 그거 쓸모 있겠다 싶어 주워오기를 잘 한다. 내게 물건이란 지금 효용이 없어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 물건이다. 다쓴 볼펜을 버리지 못한다. 볼펜심은 버리더라도 깍대기를 버리지 않아 같은 볼펜 깍대가기 여러개다. 그런데, 그 볼펜은 심을 따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런 걸로 미루어 본다면 난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의 쓸모에 따라서만이 아니라, 언젠가 어딘가의 쓸모가 있을 것을 생각하는 사람. 

내 호주머니 안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다. 
내 호주머니 속은 복잡하다. 아니, 가방 속을 뒤져보면 아주 복잡하다. 언젠가 연구원 몇명이서 20-30대 젊은이들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있나를 살펴보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쓰고자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무척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 가방안에서는 뭐가 나올까? 요즘은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를 그 사람이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소지품을 통해서 보면 재미날 것 같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언어로 답을 하면 작위적으로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가방 안의 물건들은 있는 그대로 반영할 듯 하다. 

남의 가방 안을 엿본다는 건, 자기의 가방 속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서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자신의 가방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은 자신을 탐색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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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 내 호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들의 목록들. 내 몸에 걸치고 있는 물건들.

목록을 다 적고 나니 참 많다. 설마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이야. 적기 전엔 몰랐다. 적고나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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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7일 현재 
1) 내 몸에 걸치고 있는 물건들
1-1) 왼손팔목에 지하철 역에서 여름에 산 팔지 하나, 친구들이 생일선물로 사준 손목시계
1-2) 옷 - 속옷(브레지어), 속옷(메리야스), 노란 긴팔옷, 그 위에 빨간색 반팔옷, 그 위에 검정색 아웃도어 잠바, 삼각팬티, 기모 레긴스 바지, 청바지(오정이가 자기가 입다가 사이즈 맞으면 주겠다고 선물로 준 청바지), 망원시장에서 산 수면양말, 여름에 교회 근처에서 무조건 2만원 한다고 해서 산 운동화,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겨울 잠바,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모자
안경, 머플러

2)  내 호주머니 속 물건들
2-1) 외투 호주머니 속 물건 - 옷핀(길거리에서 주운 것), 단추 2개(길거리에서 각각 주운 것), 장식이 떨어진 플라스틱 머리핀
2-2) 내피 잠바 호주머니 왼쪽 - 손수건
2-3) 청바지에서 나온 물건
왼쪽 앞 - 동전 100원짜리 8개, 오십원짜리 2개, 십원 큰거 1개 작은 것 1개,
뒤쪽 주머니 - 산타마리의원 명함(분당, 토요일감기로 진료받은 곳) , 국민은행 ATM출금전표, 국민은행 ATM 계좌이체 전표

3) 가방 안 물건들
3-1) 가방 안쪽 - 노란 손수건(꿈벗 소풍 기념품), 지갑(니다님이 해외여행으로 사와서 선물해 준 장지갑), 처방전(토요일  감기와 두통으로 병원에서 받은 것), 약봉지(토요일 감기, 두통으로  행복한 온누리 약국에서 받은 것, 약 1일분 남음), 농협 ATM 전표(거래정지 카드 조회), 노트(주간노트 메모용), 립밥, 카드지갑(각종 회원카드와 자주쓰지 않는 카드 모음, 모임에서 손바느질로 직접 만든 가죽지갑), 장갑, 명함지갑(회사 기념품으로 받은 것, 내 명함), 자전거 앞에 다는 후레쉬, 핫트렉 포장종이(쓰레기),  광주사는 김아영이 보낸 편지(오늘 나오면서 우편함에서 집어 나온 것, 아영이 직접 그린 엽서, 직접만든 손에 묶는 매듭), 노트(2013년 9월 15일부터 쓰기 시작한 작은 노트), 달력 3장(작년에 2014년 1장짜라 만들어서 배포한 것, 여분),  손바닥만한 수첩, 책(택리지, 어린이도서관에서 빌린 것), 무선 키보드, 무선 키보드 집(내가 손바느질로 만든 것, 직접만든 고무줄과 장식이 달린 것), 필통, 수첩2014(양지사의 reminder 48)
3-2) 가방 앞쪽 - 만년필, 붓펜, 볼펜, 샤프펜, 이어폰 2개, 건전지 다 쓴거 2개(무선 키보드에 썼던 것), 신용카드국민카드, 녹차 티백1개(인문학 강좌에서 같이 강좌 듣는 사람(??)이 준 것), 진피차 티백(인문학 강좌에서 같이 강좌 듣는 박샘님이 나누어 먹으려고 가져온 것을 하나 집어온 것), 김은경씨 명함(12월 강좌에서 강사 선생님 김학원 대표님과 면담 중에 이야기 나누고 교환한 것), 서현경씨 명함(12월 강좌중에 김학원 대표님과 면담하고 교환한 것), 서현경씨에 대한 메모 포스트잇, 기타 피크 2개(이문연씨가 빌려준 기타 가방에서 나온 것, 0.8mm, 1mm), 포스트잇 태그형, 열쇠고리(산악용 자일 고리형, 자전거 열쇠, 익산 집열쇠, 작은 맥가이버 칼이 달림), 편지봉투 2종류 8개, 홈프러스 추첨권, 홈프러스 11월 1일 구매상품 영수증, 건강보험공단 2차검진 안내 편지(미개봉), 이한솔씨 편지(연말에 답신으로 보내온 것), 살롱9 카드매출전표(2014.1.27 유자차 구매), 미니색연필 1세트(아름다운 가게에서 구매한 것), 건건지 (AAA형 듀라셀 2개, 이미 꺼내 쓴 2개는 무선 키보드에 사용중), 신용카드 매출전표(홍대입구역 앞 북새통문고 만화책 구입 3,800원 2013.11.01), 영수증(국민은행 계좌 KB드림톡 계좌 해지 후 최종 정산 이체 받은 것을 증명하는 영수증, 2013.10.30), 은행 대기 번호표(2013.10.30. 14시 00분, 국민은행 합정역출 지점),
휴대폰(아이폰 4), 휴대폰 받침대(그림엽서 받은 분이 선물로 보내주신 것)
3-3) 필통 안에 든 필기구 등
uni-ball Signo 0.5 red
uni-ball Signo o.5 black
rotring 만년필 fine
조율피리
형광펜(연두색, 세필과 두꺼운 것 2웨이 방식)
0.7미리 샤프펜슬
2+1 (red+black + shape pen) 볼펜 2개색과 샤프 복합형
미술용 지우개 1개
8기가 USB 저장장치
더존 2B 컴퓨터용 연필 + 연필 깍지
도루코 칼(오래되어 손잡이가 깨져서 본드로 붙여 수리한 것)
밀어쓰는 칼 1개,
가위 1개
Staedtler yellow pencil 134-HB (연필 1자루)
4) 지갑안에 든 것
사진(구본형 사부님, 박승오가 3기 동기모임에서 뽑아준 것), 주민등록증, 올레 멤버쉽카드,국민은행 체크카드, 국민은행 보안카드, 금액을 다쓴 살롱9 적립카드(미영언니가 쓰라고 준 것 1장과, 내가 모임을 위해 산 것 1장), 이마트 적립카드, 어린이도서관 자료대출증,
살롱9 신용카드 전표(2013.12.28)
살롱9 신용카드 전표(2013.12.30)
살롱9 신용카드 전표(2014.01.21)
이마트 은평점 영수증(씨앗 1봉지, 수족관 물관리 약 1병 구매)
아이스마일억인 품질보증서(2013.11.08 휴대폰 음향부분 이상으로 교체 수리)
GS25신사본점 영수증(2013.12.23)
GS25신사본점 영수증(2013.12.24)
GS25신사본점 영수증(2013.12.25)
GS25신사본점 영수증(2014.01.09)
산타마리24의원 카드승인 영수증(분당 감기로 진찰 받은 병원, 혈관주사, 기타 약 처방으로 40,900원)
문화상품권 1만원권 3장(김미영 언니가 가을 쯤에 준 건데 아직도 안썼다). 
돈(오만원권 1장, 만원권 8장, 5천원권 1장, 천원권 3장) - (아버지께서 23일 법원에 일있어 상경하셔서 10만원을 용돈으로 주셨고, 그날이 아버지 생신이라 아버지 맛난 거 사드릴려고 나도 출금을 좀 해서 현금이 많다. 명절 연휴에 차비로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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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마리 24의원 진료에 대하여
- 침대에 누워 주사 맞는 동안 나보다 먼저 진료받고 주사맞은 사람이 사만구백원 결재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이씨 다른 증상에 나도 그만큼 진료받고, 처방 받았네. 나았으니 괜찮지만, 아이고, 없는 살림에, 아프기까지 해서 그나마 없는 돈을 한 방에 혈관에 꽂아 넣었구나.
 
==
위의 목록들로 알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은?
- 자질구레한 것을 다 갖고 다닌다. (정리가 잘 안되는 타입으로 추정됨.)
- 위의 물건들이 다 들어갈 만큼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 중고 물건들을 거리낌 없이 쓴다.
-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선물받은 자잘한 물건들(편지, 적립카드, 휴대폰 거치대, 카드 등)이 많다.
- 기타를 한번이라도 쳐본 적이 있다.(피크 2개와 조율피리)
- 휴대폰은 아이폰을 이용한다.
- 미술용 도구를 사용한다. (노트링펜과 미술용지우개)
- 국민은행이 주거래 은행이다.
- 단골로 이용하는 카페가 있다.(살롱9 적립카드와 영수증)
- 수첩과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메모한다.(노트 2권, 일정관리 수첩1, 메모용 수첩 1)
- 자가용이 아닌 자전거를 이용한다.(자전거 열쇠와 자전거 용품)
- 가방에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
- 손바느질을 한다.(직접 만든 무선키보드 집과 카드손지갑)
- 도구 사용이 익숙하다.(주머니칼, 가위 등)
- 컴퓨터를 자주 사용한다. (무선키보드와 USB 저장장치)
- 은평구에 산다.(이마트 은평지점과 GS25 신사본점 영수증)
- 최근에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있다.(병원 영수증과 현재 복용중인 약)
IP *.131.8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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