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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8일 01시 31분 등록

지난 반년간의 땟쑤나무의 굵직굵직한 여정들......

 

6 : 육체적 정신적 황폐가 이어지고 있는 황무지마을의 세르푸스(self)는 예언자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예시받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명의 서를 찾으러 간다. 그 여정 중 잠, 여자, 게으름, 페르소나 등 수많은 역경이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이를 모두 이겨내고 생명의 서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수 많은 책들 속에서 생명의 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를 찾는 과정에 만난 책들 모두가 생명의 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와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세르푸스는 죽어서 나무가 된다.

7 : 역사 속의 세 장면 - 천식을 이겨내고 나병환자가 있는 섬으로 넘어간 혁명가 체게바라, 오랜 시간 꿈꾸었지만, 현실 앞에 잠시 접어두었던 그것. 이 꿈이 다시 그를 찾아온 순간 망설임 없이 이를 잡았던 작가 하루키의 시작, 그리고 진한 커피향을 풍기며 춤추듯 에스프레스를 추출하는 이태리의 한 커피숍의 강렬함을 놓지 않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그들은 하고 싶은 것, 열망하는 것 앞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였다.

8 : 쩜프! 몽골의 아이들….. 말의 역동성. 자연의 순수함.

9 : 인생에서의 30, 사랑, 어머니, , 행복이란 주제를 가지고 위대한 위인 러셀, 김구, 괴테, 칼 융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지만, 언제나 노력하고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는 괴테와 사랑과 지식에 대한 갈망, 인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을 지닌 러셀이 잔잔히 내 맘 속에 남았다.  (숙제 해내느라 정신없었던 과제)  

10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란 산문집을 쓰고 전방위적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다.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웃음을 줄 수 있는 나의 존재를 그려보다. 미래를 상상하며 만난 주말 아침의 햇살을 받던 어느 외국인 노부부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 있는 그런 달이기도 다. (일상달리보기)

11 : 늦춰진 죽음 앞에 당황한 우리들(고령화), 기계화로 쓸모가 떨어진 좌뇌 대신 더 중요시되는 우뇌, 싱글족과 핵가족화로 가중되는 인간의 고독. 내가 뽑은 미래의 세가지 트렌드였다. 이런 모습의 미래를 노인공동체로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나의 재능을 나누고 그들과 소통하는 프리랜서로서의, 나눔이로서의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의 키워드를 일상이 아닌 소통이란 단어로 잡아보았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고, 나 또한 그랬다. 다만 여전히 많은 키워드들이 머리 속에 돈다. 변화’, ‘자기경영’, ‘일상’, ‘소통

12 : 현실 속에 나의 꿈을 구체화하는 시간. 3가지 키워드는 사람(에 대한 연민), 글쓰기 그리고 책 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해 그들과 소통해야 하고 그 소통의 수단을 나의 글과 책으로 삼았다. 나를 홍보하는 수단 중에 재능기부와 봉사활동과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번째 쓰고자 하는 책의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부차적이긴 했으나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에 실천이 없다는 것.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주제도, 1인기업가로서의 독창적인 이름도 지어내지 못한 아주 그냥 낯뜨거운 달이기도 했다.

* 약 1년이 지났다. 정식 과정으로는 약 10개월 정도가 지났다. 모든 과제에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단. 노력이 부족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려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시간을 즐기려 노력했다. 언제나 나의 진심을 다하려 했다. 그래서 나의 생각도, 나의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나의 이 열 손가락도 자연스럽게 하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춤추듯 자판을 두드리려 했다.

내가 하는 말이 가식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또는 가식적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왜냐하면가식적으로 해봤자 얼마 안가 탄로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부족했건, 더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이 부족했건, 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던 건, 아마도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일관되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 스스로 나의 모습을 여전히 잘 모르거나 그 모습에 확신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몇몇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몇몇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더 많은 질문들이 나에게 우두두 떨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할 것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나다운, 그리고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다.

 

 

이런 고민과 후회에 빠진 나에게 신영복 선생님께서 편지를 보내주었다.

***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당신. 책 속에서 그리고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난 당신. 지금은 그 보폭을 좁게 가져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를 조금 더 넓히리라 마음먹고 있는 당신. 현실과 이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많이 읽고 쓰고 상상하고 다짐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당신. 이상을 이루기 위해 굳은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였지만, 당신 앞을 가로 막는 현실이라는 높은 산에 부딪혀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예전에 우공이라는 아흔 살 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의 집 앞에 넓이가 칠백 리, 만 길 높이의 태행산과 왕목산이 가로막고 있어 생활하는데 무척 불편해 했습니다. 이에 이 노인은 가족들과 함께 산을 옮기려 했습니다. 지수라는 사람이 그 어리석음을 비웃었지만 우공은 자기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자손손 이어가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다는 우직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천상의 옥황상제가 그 뜻을 가상하게 여겨 산을 옮겨주었다는 고사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사성어 우공이산의 이야기 입니다.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자루 달랑 들고 서있는 아흔의 노인이지만, 내면의 단단함과 우직함 느낄 수가 있는 이야기 입니다.

당신이 걷기 시작한 이 여행, 1년이 지나면 내공이 쌓이고, 2년이 흐르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책 한 권을 쓰고 몇 년 뒤에는 조직이란 곳에 기대지 않아도 되겠다고 어슴프레 생각했던, 천복을 찾기 위한 이 여행. 하지만 당신의 다짐 그리고 예상과 달리 당신 앞에 놓여져 있는 현실들에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군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힘들어 하는 아내, 지금 당신의 상황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결국 진급누락이라는 카드를 내민 회사, 딸리는 체력,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첫 책 프로젝트…… 일련의 모든 것들로 인해 이 여행이 무척이나 고되고 더디게 느껴질 겁니다. 특히, 때로는 노력으로, 때로는 잔머리와 임기응변으로 언제나 성과와 속도 그리고 효율을 추구했던 공학도이자 경영학도였던 당신이라면,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직장에서 살아온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도전이란게 달리기 시작하면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나 홀로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우리들의 삶이 여러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출퇴근길, 주말과 명절이면 차들로 가득 차는 고속도로처럼 저 혼자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이란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여행이 고되고 더디어서,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절망적인 것일까요?

평범한 직장인이자 산악인인 아론 랄스턴은 유타주의 블루 존 계곡을 탐험하던 중 바위 틈새로 떨어지며 바위에 팔이 끼어 127시간 동안 고립되어 있었지요. 탈수와 환각 그리고 험준한 협곡의 추위에 떨던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바로 그늘진 협곡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태양으로 얼마 되지 않는 간 동안 그는 팔과 다리 얼굴 등 노출 시킬 수 있는 한 자신의 맨살과 햇살의 조우를 위해 부단히도 애를 씁니다. 그 순간의 따사로움에서 삶의 희망을 보게 되지요 

젊은 시절 감옥에 있을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좁은 독방에 해가 삐뚤게 들어왔었지요. 처음엔 점 하나였지만 점점 커지면서 신문지크기만 해 졌습니다. 그 신문지크기의 햇빛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시간. 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 한 점의 햇살만으로도, 그 햇빛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게 손해는 아니다. 그 햇살이 없었으면 나도 숨을 끊었을지 모른다.’

127시간동안 고립되어 결국 자신의 오른팔을 직접 절단하고 살아남은 아론 랄스턴이나 사형과 무기징역 선고, 20년의 감옥생활을 한 나 같은 사람도 햇살 한 점에 희망할 수 있는데,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온 몸으로 햇살을 끌어안을 자유를 가지고 있으니 순간 순간의 장애물 앞에서 쉽게 무릎을 꿇거나 절망해선 안되지 않을까요?

내가 하루하루의 깨달음으로 결국 20년을 견디었듯이, 당신도 하루하루의 깨달음으로 당신의 삶을 견디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결국 당신이 원하는 순간을 만나길 바랍니다. 당신이 갖는 인간적 이유, 존재의 의미를 가지십시요. 그렇게 자기 이유를 가지게 되면 견딜 수 있는 힘, 자기 삶을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길겁니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거죠.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재촉한 걸음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놓치지 마십시요. 자신의 기대와 주변의 환경, 환경이 당신에게 바라는 요구로 인해 페이스를 잃었다면 다시금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으십시요.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물이 흐를 수 없듯이 그렇게 흐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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