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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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몸도, 마음도.
왜 힘들지?
글을 못 써서? 책을 못 읽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서?
힘이 안 난다. 몸은 무겁고,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마음도 계속 가라앉고 있다. 물 먹은 솜처럼 너무 무겁다. 내 힘으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가고 있다.
카페 일을 하기가 싫어서일까? 지난주 주주 총회를 끝내고, 이제 살롱9에서 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홀가분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서인지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진다. 사실 내일 있을 면접도 걱정된다. 면접을 잘 봐서 일하는 동안 다음에 바로 일할 곳이 있다는 위안을 얻고 싶다. 하지만 합격하면 과연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만약 이번에도 안되면? 다음에는 어디로 이력서를 보내봐야 하나. 과연 나를 받아줄 회사나 공간이 있기는 할까?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다음에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안함.
잘 해 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그저 어딘가에서 혼자 편히 쉬고 싶은 마음.
현재의 파도 위에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언제쯤 '지금 내 삶' 속에서 온전하게 환희를 느낄 수 있을까?
울고 싶은 마음.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들이 마구 뒤섞여 괴롭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를 버티며 살고 싶지는 않다.
숨 쉬고 있으나, 쉬고 있지 않은 상태.
애써 숨을 쉬어야 겨우 살아지는. 배출을 하지 못해 더 괴로웠던 것일까? 어제 한 선생님이 글쓰기 강좌에서 "글로 적어 종이 위에 펼쳐 놓는 만큼 마음에 빈 공간이 생긴다." 는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글을 배출의 통로로 사용하면서 내 마음과 몸의 곳곳에 쌓여 있던 묵은 감정들이 조금씩 자각되며 그것들에 개의치 않는 상태로 점차 변해왔다. 물론 글 외에도 내게 도움이 되었던 많은 것들이 있지만 말이다. 배출. 안에서 밖으로 내보내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쌓여 있었나? 얼마나 배출했고,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배출해야 할까? 다시 "척"하며 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좋은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무엇이 좋지 않고, 왜 괜찮지 않은지, 어째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펴보아야 할 시기가 내게 또 한번 찾아온 듯하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왔나. 이 생에 무엇을,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 걸까? 남들처럼 사는 건 불가능할까?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
오늘 아침 요가를 하며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등에 베개를 두고, 그 베개를 느끼는데 도대체 왜 눈물이 났을까? 예전에 찾아 온 우울의 감정과는 다른 느낌이다. 우울할 때는 끊임없이 내 생활과 내 주변 사람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나를 들여다볼 뿐이다. 각 순간마다 느끼는 나의 감정들과 내 마음을 자각하려 애쓰고 있다.
자각하고, 명료하게 느끼려 한다.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사람이나 상황에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실 이것이 내가 자각해야 하는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내 마음이 무엇에 끌려가고 있는가?
무엇이 자각하려는 마음을 방해하고 어지럽히고 있나?
그래서 나는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고, 아픈가?
사실 그저 있는 그대로 느끼면 그뿐인데. 끊임없이 "왜?"를 찾고 있다.
논리로, 이성으로 나를 설득시킬 무언가를 찾고 있다.
나는 여기 있다. 그냥 여기 있다는 사실만이 사실이다. 무엇을 더 바라고 있나? 무엇이 더 필요한가? 나는 그저 나일뿐인데. 내가 우주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내게 고통을 주는 '외부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켄윌버의 <무경계>라는 책을 다시 읽으며 발견한 문장이다. 내가 우주임을 깨닫는 그 환희의 순간, 어쩌면 나는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내가 우주임을 깨닫게 되는 그 환희의 순간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답은 알고 있는데, 또 이렇게 빙빙 돌아왔다. - 살롱9에 왁자지껄 손님들이 마시고 있는 와인향이 퍼지고,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중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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