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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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1(토), 포항 기천고택
1. 들어가며
두 달이 금방 지나간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자 마침 라디오에서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가 흘러 나온다. 새로운 방식으로 피아노를 대한 거장. 역시 최고보다 유일한 것의 생명력이 길다.
2시 10분 전에 모임 장소 근처에 도착했으나 네비게이터가 헤맨다.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물어도 기천 고택은 잘 모르겠단다. ㅠㅠ 결국 20여 분을 돌아다니다가 함장 형님께 전화해서 고택을 찾아간다. 낯익은 얼굴들과 더불어 사진으로만 보던 양우씨의 미남 아들까지 먼저 와서 모임 준비 중이시다. ^^
한국전쟁 당시 동네에서 유일하게 소실되지 않은 고택이라 경북문화재인 건물, 기천 고택. 건물 이름의 유래는 마당에 위치한 우물에 새겨진 글자, 杞泉. 우물가에 향나무, 소나무는 있어도 구기자 나무는 못 봤는데 예전에는 구기자 나무가 곁에 있었나 보다.
참석하신 분들,
회장 운전 정희근, 이수 선생님, 운제 김달국, 효재 오옥균, 함장 황성일, 한서 권양우+ 박경덕, 혜암 민도식, 백오 김용규, 세정 윤태희 + 제산, 형산 그리고 오늘의 강사 오병곤 연구원
처음 오신 분 : 박진태 (백오의 강의에 참석했다가 엉겁결에 1박 2일을 함께 함. 자주 봅시다요 ^^)
모임 최초로 일찍 온 사람들의 시장기를 달랜다는 명목으로 삼겹살, 고래고기에 막걸리 파티가 벌어짐. 덕분에 강의 및 독서토론은 몽롱하게 진행됨. ㅋㅋ 아궁이에 열심히 장작을 지폈으나 구들에 허리를 지지지는 못하여 아쉽고.
2. 강의 :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오병곤 연구원
출간 서적의 얼개를 들여다 본 시간. 오병곤 연구원은 자타공인 '성실한 독종'인 만큼 이 책을 통해서도 그의 성실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2가지 중의 하나가 첫 책을 낸 것이란다. 나머지 하나는 회사를 그만 둔 것. 회사를 그만 두면서 불안했던 것과 달리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어차피 밥벌이의 연장이니. 다만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 좋단다. 낮술과 평일 산행이라는 소소한 재미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꿈도 못 꿀 일탈이다.
이 책은 자발적인 떠남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일종의 분수령이 되는 마흔이라는 지점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구체적인 조언을 주고 싶었다. 주도성의 회복에 방점을 둔다.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도 함께 한다. 우선은 바쁜 일상을 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Half Time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면을 탐색할 온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인생의 어느 순간을 넘기 위한 통과의례나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는 고대로부터 전해온 지혜로운 통과의례들을 모두 생략한 채 틀에 맞춘 방식으로 살게 한다. 따라서 정서적으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셈이다.
꿈을 꿔야 꿈 처럼 살 수 있다. 재능이 없는 이는 없다. 크든 작든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온전히 쓰고 가기 위해서는 나의 욕망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많은 현대인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다가 세월 다 보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심이다. 결심하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일단 시작해서 궤도를 수정해 나가야지 완벽하게 설계해서 시작하려면 평생 시작할 수 없다. 자기다운 방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찾아 Only One이 되자. 지금껏 해온 일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슬기롭게 Remodelling하자는 것이다.
긴 시간 강의가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3. 독서 토론: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제목부터 내용까지 논란이 많았던 책. 사부님의 마지막 수업에서 언급된 원전 중의 하나로 적은 페이지 수에 비해 내용은 독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받아들여짐. 이해 불가, 동의 불가, 불쾌, 이게 책이냐 프롬도 뭘 모르고 쓴 거 아닌가...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결론인즉슨 다양한 독자만큼이나 저자의 생각 또한 다양하므로 동의나 이해 이전에 '이런 주장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 책을 기회로 각자의 배우자, 자녀들에 대한 사랑의 방식에 대한 토론도 오갔으며 이성에 대한 것 역시.
큰 틀에서는 사부님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함. 그리고 사랑이 기술이든 아니든 훈련이 필요한 감정이며 머리로만 사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가슴을 여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의견.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이는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
책에서 읽고 이해했다고 금방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현재의 내 생각, 행동과 비교해보고 더 나은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는 결론의 또 다른 표현은 아마도 배려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는 이런 책 권하지 말자는 분도 계셨는데 ㅋㅋ
4. 석식 그리고 긴 대화
기천 고택 근처의 오리고기 전문점 아랑 식당에서 '전복, 능이버섯 오리탕'을 맛나게 냠냠. 사전 답사를 하신 운제, 함장 형님의 덕분으로 맛나고 몸보신 되는 음식을 즐겼습니다. 차를 가져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음주 하신 분들은 차를 놔두고 3대의 차량으로 숙소 이동. 원래 고택에서 1박 예정이었으나 인원수를 고려하여 포항공대 교수 기숙사로. 장소 섭외에 감사드립니다 효재 형님..
독서토론의 주제였던 사랑을 화두로 하짓날 짧은 밤을 꼴딱 새우며 대화에 열중하느라 가져간 주류를 거의 소진하는 기록을 세움. 초반에는 금기시 하고 있는 현실정치 얘기로 잠시 시동을 걸었는데 밤이 깊어가며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못다한 토론의 주제들을 되새기며 격론을 펼침. 혜암 형님의 저돌적인 질문, '사랑이 있기는 한 건가?' 부터 참 많은 대화가 오갔네요. 개인적으로는 대학 4학년인 큰 딸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슬과 관련되어 모임 창설 이래 7년 동안 한 잔도 안 드시던 분이 이날 소맥을 3잔 이상 마신 사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그런 모습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제가 주제인만큼 오프더 레코드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대화도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ㅋㅋ
변화경영연구소의 앞날에 대한 여러 의견도 나왔는데요... 여기에 옮기기는 그렇고 아마도 이사회 멤버들께서 적절히 반영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모임은 영남 모임의 7주년 이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벌써 8년차로 접어드는군요. 사부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5. 차기 모임 공지
차기 모임은 8월 30일, 경주에서 개최 예정.
토론 지정도서는 오병곤 연구원의 추천 도서 "모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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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통하여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임, 영남 지역
※ 조직도 (종신 체제)
회장 : 운전
재무 : 함장 황성일 (총무, 해성
고문 : 초아
후원 : 포항 3인방 + 미스 포항 (운제 김달국, 효재
회원 : 영남지역에 거주하였거나 거주하시거나 거주할 의향이 있거나 그냥 맘이 동하시는 분.
오시는 분 환영하고, 가시는 분에게도 부담 드리지 않음.
※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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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당, 오늘에 이름.
- 격월로 모임을 갖고, 1년에 한 번은 1박 2일로 정신줄 놓는 행사를 가짐.
※ 모임의 진행 및 성격
- 주기: 격월 진행 (회원 사정 및 외부환경에 따라 탄력적 조정. 단, 1년 6회 엄수)
- 진행: 강의(회원 품앗이 또는 외부강사 초청), 독서 토론(지정도서 또는 최종 모임 결정에 따라 선정)
기타 출간자가 있거나 외부 강사가 있을 경우 상황에 맞게 진행. 이후 석식 간담회.
- 회비: 3만원. 찬조하시겠다면 절대로 안 말림. 완전 환영.(반지, 목걸이 제외.)
- 혜택: 초아 샘의 아호 및 촌철살인 인생 코멘트(단, 청심환 복용 필요)
운제 선생님의 폭발하는 유머, 기타 영남 회원들의 끈끈한 정을 무상 공급함.
긴시간에 토론한 것을 요약하지니 고민좀 되었겠네요. 암튼 형산 수고하셨습니다.
거의 새벽이 되도록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면 할 얘기를 웬만큼 했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남아 있는 얘기가 아직 많은 것 같아요.
너무 열성을 내서 이것은 지나치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역시 정치나 시사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통제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도 사부님께서는 정치와 종교에
대한 토론은 삼가하라고 하셨는데 이것을 지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네요.
그런 얘기를 하면 귀가 솔깃하거든요.
저는 가급적 다양한 얘기를 가감없이 많이 듣기로 했는데 참지 못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한 것같아 씁스럽합니다. 혹시 제얘기 듣고 불편해 하신 분 있으면 이해 바랍니다.
독서는 특히 독서토론을 전제로 한 독서는 한권의 책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하더라고요.
각자 독특한 집들을 짓게 마련이지요. 남들은 이책을 가지고 어떤 집들을
지었을 가 하고 들여다 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번에 제목이 된 사랑의 기술을
가지고 고민한 일주일 내내 내가 사랑하는 일은 이책을 볼 때 어느 수준에 와 있을 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제나름의 생각은 사랑은 어디까지나 마음쓰임이고 자신을 상대한테 주는 것인데 그 상품이
시원찮으면 그 사랑 또한 시원찮은 것이 될 수 밖에.그래서 사랑을 잘 하려면 우선 그 상품의
질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말을 강조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같이 참여해주신 분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