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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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구조조정 중입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 수십 명의 임원들과 부서장들이 하루아침에 퇴출명령을 받았습니다. 부서가 통폐합 되면서 제가 있던 부서도 사라졌습니다. 금요일 오후,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서입니다. 월요일부터 새로운 부서로 출근합니다.
새로운 부서로의 발령 통고를 받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광활한 대지 위에 홀로 선 기분입니다. 의지와 상관 없이 노동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바꾸라는 명령을 받고 보니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또 울컥하기도 합니다. 회사가 변화할 때, 노동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노동력을 요구 받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일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가르쳐 줄 사람도 마땅히 없습니다. 스스로 연구하고 틀을 잡아 가야 합니다. 새로운 도전입니다.
삶의 터전은 늘 변화합니다.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세상 한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사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마음을 다잡아 보고 또 다잡아 봅니다. 변화하는 현실에 짜증을 내 보아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을 침묵 중에 고요히 바라봅니다. 변치 않는 명제를 떠 올립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 밖에 없다’
흔들리는 세상을 바라보면 멀미가 나기 마련입니다. 흔들리는 중심에 선 내 자신을 바라 봅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현실을 단순화 시켜 봅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봅니다.
‘나’를 작은 원으로 그려 봅니다. 작은 원으로 그린 제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흙에서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갈 존재’ 입니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지구별 여행을 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약하고 여린 존재 이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삶’이라는 여행을 즐기는 존재입니다.
‘나’라는 작은 원을 둘러싼 아주 큰 원을 그려 봅니다. 이 큰 원에는 ‘세상’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세상’은 ‘나’에게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행복한 여행길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거친 폭풍과 소용돌이로 아픔과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 ‘세상’은 저에게 새로운 종류의 노동력을 원합니다. 새로운 노동환경으로 저를 밀어 넣습니다.
작은 원 ‘나’와 큰 원 ‘세상’ 사이에 또 하나의 원을 그려 봅니다. ‘세상’과 ‘나’ 사이를 둘러싼 원입니다. 제 뜻에 따라 세상과 나를 소통시켜주는 공간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 원의 이름을 ‘의지’라고 붙여 봅니다. 이제 제 ‘의지’는 저와 세상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겁니다. 이름을 붙여 놓고 나니 제법 흡족합니다. 제 의지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저의 중심을 잡아 줄 겁니다. 월요일부터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제 자신과 제 의지, 이 두 가지만이 변치 않을 겁니다. 이 두 가지를 꽉 붙잡고 흔들리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제 마음의 중심에 서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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