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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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을 통한 나의 숨은 그림 찾기
2014.07.05
10기 찰나 연구원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숨은 그림 찾기’
난 어렸을 때 이것을 무척이나 즐겨서 신문이나 책에 있는 숨은 그림 찾기를 봤다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 찾아보았다. 어떨 때는 그림이 너무 어렵게 숨겨져 있어서 한참을 걸려서 찾는 경우도 있다. 이 그림을 만든 사람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에,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한참을 뚫어지게 보고나서야 간신히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 찾고 나서의 뿌듯함이란 마치 미지의 신세계에서 내가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다보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데카메론≫은 1384년 페스트가 창궐하는 피렌체를 피해 빈 별장에 모인 젊은 부인 7명과 세 명의 젊은 남자가 매일 한편씩 열흘간 나누는 100편의 이야기이다.
100편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본연의 내적 욕구에는 과연 어떤 것이 숨어 있는 것일까를 한편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씩 찾아내는 것이다.
인간 본연의 내적 욕구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다룬 남녀간의 사랑.
성직자, 상인, 노동자, 철학자, 정치인, 귀부인, 평민 할 것 없이 전 계층, 어느 직업이든 해당되는 얘기다. 사랑의 기저에 흐르는 性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보카치오는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性의 힘을 노래했다. 성직자가 엄청난 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의 이야기들도 실은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기보다는 그 욕구가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자연의 섭리‘임을 밝히는 것이었다.' - ≪데카메론, 813p≫ 中
수도사, 수녀, 수도원장, 수녀원장들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참으면서 많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성직의 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데카메론≫에서는 유혹에 흔들리는 성직자들과 부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기존에 성의 표현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부류들이 여기서는 거칠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떤 직업이나 성별 이전에 인간이 갖는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발산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안의 욕구를 잊은 지 오래다.
쳇바퀴 같은 삶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잊은 채 달려야 했다. 나의 욕구보다는 사회적 욕구가 먼저였고, 나의 속도보다는 사회적 속도에 맞추어야 했다. 자신의 욕구를 얘기하면 사회를 모르는 사회적 부적응자라 얘기하고, 달리는 속도가 늦으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안의 욕구는 늘 잠들어 있어야 했다. 깨워 일어나면 또 다시 혼란을 야기 시키기에 깨우면 안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나 도덕과 종교라는 미명하에 있던 보이지 않는 규제들, 여자라는 이유로 스스로의 욕구를 표현하기 보다는 감추어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의 욕구를 표현하는데 많은 제약을 주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사회 곳곳에 이런 것들이 배어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한 학습된 무기력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잠든 나의 욕구들을 하나둘씩 깨워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의 잠든 욕구들을 하나씩 찾아야 하리라. 처음에는 쉽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리도 돌려보고 저리도 돌려보고 한참을 뚫어지게 보다보면 발견하게 되리라.
내 안의 잠든 거인을 이제 깨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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