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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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일은 여행과 닮아 있다. 저자의 글 속에서 같이 호흡하고 느끼며 그 사람의 인생으로 한 발자국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기쁨과 애환을 가슴 깊이 헤아리는 타임머신을 탈수록 저자와의 만남은 성공적이다. 여행 또한 현지에서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자료 조사가 많을수록 좋고, 그런 것들이 밑받침 되었을 때 흥건히 젖어 들을 수 있다.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성공적인 여행일수록 자신을 객관화 하는 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떠날수록 현실이 작아지고, 책은 읽을수록 불편한 것이 많아진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내 문제는 사소한 것이 되고, 저자와의 교감을 할수록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리라.
이런 까닭으로 연구원으로 생활한지 6개월째에 접어 드는 시점이 되니, 여러 가지 불편함이 생긴다. 생각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이 앞장을 서기에 스스로에게 못마땅하다. ‘최선을 다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침묵과 함께 항상 고개가 떨구어진다. 처음 시작하기 전의 각오만큼 한땀한땀 건실하게 떠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원이라는 것을 눈팅만 하며 볼 때와 지금의 나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 년을 이 곳을 바라보며 애태웠던 시절이 있었건만, 그 때의 간절함을 잊어버리곤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것을 두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는 실행력이 여전히 눈에 가시처럼 못마땅하다. 고선생도 김구에게 ‘…일할 때에는 판단. 실행. 계속의 세 단계로 사업을 성취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나의 판단이고 선택이건만 실행력은 항상 뒤처지는 이 병을 어찌할꼬.
게다가 나의 긍정성도 가끔은 힘을 잃을 때가 있는데 ‘뭐 있어 마음 따라 그냥 가 보는 거야’ 무대포로 덤비다가도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리둥절해지고 방향감각이 멈추어 버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집안일과 여러 가지 상황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핑계를 대어 보지만 도망갈 구석은 뻔하다. 그곳에 숨어도 왠지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다. 숨을 수 있다고 한들, 가릴 수 있다고 한들 반나절 밖에 더 가겠는가?
김구선생의 자서전에 ‘원대한 목적을 품고 먼 길을 가는 처지에 사소하게 잘못 만난 일을 마음에 둘 바 아니라 하여, 한신이 회음의 시정잡배에게 당했던 일을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하였다’라는 대목이 있다. 나의 것은 원대하지는 않더라도 그 힘도 미약하였던 것은 아닐까? 70평생을 한 가지의 소원에 몸바친 분도 계신데, 나는 이제 겨우 6개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김구선생의 글을 접하니 그 글은 곧 거울이 되기도 한다.
김구선생의 삶에서 계속된 실천과 꺽이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가져오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의 자유로운 하루를 드리고 싶다. 책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드린다면 이 분은 어떻게 사용하실까?’ 하는 상상을 계속 해보았다. 김구선생 같은 분들이 자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위를 버리고 평생을 바쳐 얻은 자유를 나는 계속 뽑히는 휴지처럼 쓰고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반문이 들었다. 마치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는 착각과 함께.
누군가의 평생을 건 꿈으로 얻은 나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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