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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4일 19시 43분 등록

추모집에 제

 

 

지디마자

 

그렇다,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은 것은

바로 나였다


이것은 당신의 기념책

나더러 누군가의 이름을 쓰라면

나는 위대한 영혼이라 쓰겠습니다

(이 이름은

당신에겐 낯설겠지만

내게는

죽을 때까지 간직할

특별한 이름이니까요)

옛날 옛적 그녀는

작은 소녀였답니다

치마를 갈아입던 그 황혼녘

그녀는 숨죽여 울었더랬지요

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렇게 울었답니다

열여섯이 되던 해

그녀는 시집을 가게 됐지요

백마를 타고 산기슭을 지날 때

목동 하나가 그녀를 쫓아왔답니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그녀는 문란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아름다웠다고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 말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처녀였답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낳았지만

남편이란 작자는 술고래였지요

서른다섯이 될 즈음

그녀는 종종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침없이 웃었습니다

어느 난산의 부인을

돕겠다며 찾아갔는데, 그 부인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해 겨울

버려진 아이를 안고 오다

문 앞에서 다리가 부러지던

그때 그녀 나이 쉰이었지요

그 후 정말로 늙은 뒤에는

부뚜막가에 앉아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답니다

어느 여름날

어느 긴 여름날이었어요

옛날이야기를 하던 중

꿈꾸듯 스르르 죽었습니다

오직 품에 안겨 자던 아이만이

마지막 한마디를 들었답니다

별빛 찬란한 밤

마침 그녀의 일흔번째 생일이었지요

그녀의 이름은

지커진스모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랬답니다

얘야,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거라

 

 

 

 

-----

그가 물었다

깊어진다는 것은 뭘까?”

“……”

대답을 못했다. 깊어지고 싶다면서 아무 생각없는 내가 부끄러워 질문을 메모해두었다.

깊은 인생은 뭘까?”

장소가 바뀌었을 정도로 한참 후 어쩌구저쩌구 말했다. 그는 괜찮은 정의라고 말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걸로 해두자.

이제 메모해 두었던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를 찾았다.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

그녀의 유언처럼, 우리 스승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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