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 조회 수 2025
- 댓글 수 8
- 추천 수 0
연구원이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벽의 존재를 발견했다. 나름 수용성이 크고 유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내가 공감하는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고 나에게 존재하는 걸음종이는 아주 좁은 깔때기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주로 일상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하는데 이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임을 시간이 갈수록 실감하게 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중에 하나는 창조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창조성은 일상생활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었기에 불편함을 몰랐다. 하지만 A4 용지의 여백은 어느 순간부턴가 써 내려가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탁구공이 코트 위에서 게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상자 안에서 수 많은 나와 부딪히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 또각 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나는 어느 한 곳인가를 열어 주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내 세상을 점점 넓혀 자유롭게 뛰어 노는 아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매일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는 일이었다. 이것은 성공하면 혁신이고 실패하면 ‘나 예전에 그거 해봤어’하는 경험담을 남길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보통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창조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창조성을 일깨우는 방법으로 모닝페이지 전도사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닝페이지를 시작했고 1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는 포항에서의 오프 수업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쓰고 있으니 출석률은 좋은 편이라 하겠다. 요즘은 잠에 못 이겨 책상 앞에 앉아서 지렁이를 잡기도 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창조성을 만날 가장 뛰어난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곳에는 잠으로 빠지는 샛길도 있었다.
나에게 모닝페이지는 43년 만의 대청소라고나 할까? 마음은 급하지만 그것을 단시간에 다 끄집어 낼 수 없음을 안다. 단지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그래서 숨도 쉬지 못하고 존재도 없는 것 같이 퇴화해 버린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고 싶을 뿐이다. 수북이 쌓여 찾기 조차 힘든 추억을 헤집고 헤집어 겨우겨우 찾은 보물처럼 저 안에서 울려오는 나만의 창조성 영역을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매일 같은 단어와 다람쥐 쳇바뀌 도는 듯한 생각에서 벗어나 나에게 자유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을 뿐이다. 좌뇌적인 생각, 좌뇌적인 판단, 좌뇌적인 관습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이런 사고와 판단의 틀을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그 동안 호들갑스럽게 좌뇌에 의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균형을 맞추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뇌의 생기를 되살리는 길 밖에 없다.
게리 해멀도 경영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하며 혁신은 창조성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조직을 위해 인간답지 않게 일하고 있다. 인간의 자연스런 회복력이나 창의성을 고갈시키는 현대 조직에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 정확성과 원칙, 절약, 합리성, 서열 등을 강조하는 경영원칙과 프로세스는 예술이나 부적합성, 독창성, 대담함, 비약 등에 그 어떤 가치도 두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게리 해멀이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은연중에 순응을 강요받아 왔다. 타고난 창조성은 뒤로 숨긴 채 말이다.
글을 쓰는 작업도 나의 인생을 경영하는 작업도 결국은 ‘창조성’이 필수단어임을 말해준다. 누구도 이 단어를 벗어나서는 자신다운 삶을 그리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창조성 Road’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유롭게 뛰어 노는 경영의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92 | 도도한 그녀 길들이기 [3] | 왕참치 | 2014.11.24 | 2123 |
4391 | 살아있는 여자들의 나라 [2] | 종종 | 2014.11.24 | 1877 |
4390 | #31 하루의 귀환 - 이동희 [3] | 희동이 | 2014.11.24 | 1909 |
4389 |
자전거 아저씨(남궁 문)_구달칼럼#32 ![]()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23 | 2124 |
4388 |
#31 카메라 수리공에 대한 기억_정수일 ![]() | 정수일 | 2014.11.23 | 2231 |
4387 | 萬或의 言靈 [8] | 종종 | 2014.11.17 | 1978 |
4386 | 내 존재의 본질 ‘숨’_찰나칼럼#30 [5] | 찰나 | 2014.11.17 | 1958 |
4385 | #30 휴대폰 없이 보낸 일주일 - 이동희 [6] | 희동이 | 2014.11.17 | 1985 |
4384 | 모자람을 경계하듯 지나침을 바라보라 [10] | 어니언 | 2014.11.17 | 2006 |
4383 | 도미노 [5] | 에움길~ | 2014.11.17 | 2273 |
» | 창조성 Road [8] | 왕참치 | 2014.11.17 | 2025 |
4381 | #30 두 개의 장면_정수일 [4] | 정수일 | 2014.11.17 | 1910 |
4380 | 홀푸드의 추억 [5] | 앨리스 | 2014.11.17 | 2027 |
4379 | 매일의 작은 혁신 [4] | 녕이~ | 2014.11.17 | 1927 |
4378 | 자전거 매니아 열전2, 차백성편_구달칼럼#31 [4]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16 | 2107 |
4377 |
#29 11월 오프후기_정수일 ![]() | 정수일 | 2014.11.12 | 2176 |
4376 | 발표 하지 못한 11월의 과제 | 종종 | 2014.11.12 | 1960 |
4375 | 오프 후기 [2] | 에움길~ | 2014.11.11 | 2139 |
4374 | 맹장과 아이와 나 [3] | 종종 | 2014.11.11 | 2301 |
4373 | 11월 오프수업 과제 | 앨리스 | 2014.11.11 | 30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