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86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와유臥遊
안현미
내가 만약 옛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어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
하루 종일이다. 어제 노오란 단풍 폭신한 길 울렁거림의 여운이 아직이라 하루 종일 사뿐히 걸었다. 국화꽃길이였는지 노란 단풍길인지 어릿어릿한 데 이 고운 시를 만나니 산속에서 여우를 만난듯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무언가 이상하다. 오늘밤에서 이듬해로 이어져 훗날의 그대까지, 오랜 시간의 기다림 때문인가 보다. 가만 누워 상상하고 즐김이 이리도 품격있으니 황진인가 하노라.
내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가을비를 이해한 국화술을 따르리니 그대 멋스러운 풍류객으로 오소서.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29 | [영원의 시 한편] 두 번은 없다 | 정야 | 2014.12.09 | 8982 |
3928 | [영원의 시 한편] 사는 이유 | 정야 | 2014.12.08 | 2469 |
3927 | [영원의 시 한편]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야 | 2014.12.06 | 2581 |
3926 | [영원의 시 한편]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 정야 | 2014.12.05 | 2602 |
3925 | [영원의 시 한편] 일찌기 나는 | 정야 | 2014.12.04 | 2871 |
3924 | [영원의 시 한편] 사랑하는 손 [1] | 정야 | 2014.12.03 | 2624 |
3923 | [영원의 시 한편] 내력 | 정야 | 2014.12.02 | 2709 |
3922 | [영원의 시 한편] 첫사랑 | 정야 | 2014.12.01 | 2667 |
3921 | [영원의 시 한편] 푸른 밤 | 정야 | 2014.11.29 | 2697 |
3920 | [영원의 시 한편] 11월의 나무 | 정야 | 2014.11.28 | 2759 |
3919 | [영원의 시 한편] 인연서설 | 정야 | 2014.11.27 | 2826 |
3918 | [영원의 시 한편] 도망가는 연인 | 정야 | 2014.11.26 | 2730 |
3917 | [영원의 시 한편] 후회하는 나 | 정야 | 2014.11.25 | 3742 |
3916 | [영원의 시 한편] 목마와 숙녀 [2] | 정야 | 2014.11.22 | 2770 |
3915 | [영원의 시 한편] 호수 1 | 정야 | 2014.11.21 | 2675 |
3914 | [영원의 시 한편] 따뜻한 슬픔 [2] | 정야 | 2014.11.20 | 2719 |
3913 | [영원의 시 한편] 낙화유수落花流水 | 정야 | 2014.11.19 | 3507 |
3912 | [영원의 시 한편] 세 송이의 꽃 | 정야 | 2014.11.18 | 2516 |
» | [영원의 시 한편] 와유臥遊 | 정야 | 2014.11.17 | 2860 |
3910 | [영원의 시 한편] 산길에서 만난 여우 [2] | 정야 | 2014.11.15 | 2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