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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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과 제천, 전남 해남과 영암을 돌고 돌아왔습니다. 방학을 앞둔 고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어떤 학교는 그저 인문학 특강을 위해 나를 초대했고, 다른 어떤 학교들은 <숲에서 온 편지>의 저자와 학생들을 만나게 하기 위한 시간으로 나를 초대했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학교에 다니니?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어느 학교든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어색해 했습니다. 질문이 던져진 공간에는 어김없이 짧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잠시 뒤 용기 있는 아이들 서넛이 대답을 했습니다. 대답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의무라서!”라는 대답이 어김없이 포함돼 있었고 중고등학교 공통으로 나온 대답에는 “돈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지금 보내고 있는 학창시절을 자기 삶의 전체 맥락 속에서 살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순간순간 이미 닥쳐와 버린 시간의 토막에 갇히지 않고, 마주했고 마주할 삶의 전체 속에서 학생의 시절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독서로 치면 문장에 갇히지 않고 문맥과 장, 책 전체가 담고 있는 흐름을 놓치지 않는 눈으로 그 책을 읽어나가는 시각을 가져보길 바랐습니다. 그 맥락의 눈으로 청소년 시절의 의미와 학교를 다니는 의미를 삶 전체 속에서 생각해보길 바랐습니다. 놀랍게도 돌아온 대답을 삶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학생들의 인식에 있어 학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한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 것이었습니다.
하긴, 근현대화 과정에서 학교의 주된 역할이 그런 기능적 편향성을 품고 있었으니 이런 반응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되게 배출하는 것이 학교의 주된 역할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적을 쥐고 세상으로 나가느냐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의 경제적 일생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 의식이 세대를 넘겨 확대 복제되고 심화되고 있으므로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무의식적 반응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철학과’가 남아 있는 대학이 전국을 합쳐 열 곳도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십시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기도하는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제사를 지내거나 예배를 올리는 짐승을 본 적이 있는가? 살아있음 너머의 세계를 생각하고 우주와 나의 관계를 궁금해 하는 풀이나 나무를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저지른 어떤 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생명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오직 인간만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하고 보이지 않는 경지를 향하는 생명임’을 역설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외면만이 아니라 내면을, 살아남음만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고민하는 심보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참된 공부의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학교는 저마다 먹고살기 위한 문을 열 열쇠를 깎아가는 중요한 공간이고 시절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눈을 갖춰가는 공간이고 시간임도 잊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공감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라는 나의 이야기,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는 참된 이유 하나가 바로 그 눈을 갖기 위한 것이라는 나의 이야기. 그대는 어떤가요? 그런 눈 갖기 위한 공부,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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