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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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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 20시 58분 등록

 

 

새해 잘 여셨는지요? 나는 갑오년의 심란함을 잠재우지 못하고 을미년의 새날을 맞았습니다. 한 해를 닫는 마지막 날 새해를 위한 계획을 다듬어보려 숲길을 거닐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숲으로 찾아온 손님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내일이면 서른이 된다고 했습니다. ‘눈길을 뚫고 올라와 이 숲에서 새해 새날을 맞겠다니, 멋지다. 청춘!’ 이렇게 생각하며 우리는 그녀가 준비해 온 차를 우려내어 나눠 마셨습니다.

 

그녀는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너무 힘겹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고 싶은 마음에 오늘 내에 결단을 하기로 작정하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유럽 어느 나라로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심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중대한 선택의 공간으로 하필 이곳 여우숲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2년 전 쯤, 지금처럼 힘겨운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이 숲에서 열린 한 캠프에 참가했다가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직원들을 관리하며 매장을 책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관리하며 겪게 되는 갈등과 그 피로도가 여간 버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요컨대 그녀는 직장인으로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죽이고 새로운 삶을 향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닥친 한계 국면을 정면으로 맞서 넘어서볼 것인지를 결단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저 나이에 죽음을 대면하려 하다니, 나는 이 청춘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참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뜬금없이 이 직장인의 고민에서 무슨 죽음을 운운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아닙니다. 이 청춘은 틀림없이 죽음의 의식을 치르러 온 것입니다. 그녀는 더 젊은 날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일본 기업의 서비스 매장에서 일하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서비스 매장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 길을 걷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곳으로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단하러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녀가 죽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일을 때려치워도 죽고 때려치우지 않아도 죽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내가 말하는 죽음은 육체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정신적 죽음, 나아가 영적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견인 것이지요. 매장 관리자로서 조직 관리에서 마주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그녀는 반드시 에고를 죽여야 할 것입니다. 그 죽음을 통해 새로운 차원을 만나야 마침내 날아오르는 경험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나비가 되는 애벌레의 죽음 같은 것이지요. 애벌레는 고치를 찢고 나오며 죽는 것입니다. 나비로 새로 살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현재까지 자신을 지켜온 그 에고를 죽여 범조직적 에고로 확장될 수 없다면 그녀는 조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겠지요. 나비인 그가 탈바꿈에 패배해 나방의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진정 새롭고 참된 삶은 매 국면 그렇게 죽음을 먹고 열린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갑오년의 심란함을 떨치지 못하고 을미년의 새날을 맞은 나는 그래서 심란합니다. 스스로 낡은 나를 죽일 수 있어야 참된 새날을 살 수 있는데하지만 이 역시 슬퍼할 일만은 아닙니다. 스스로를 가두는 틀을 찢겠다는 의식을 품은 자, 반드시 때에 이르면 그것을 찢게 된다는 것도 아니까요.

새해 새날입니다. 죽기 위해 찾아온 그 예쁜 청춘처럼 시작하셨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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