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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7일 08시 52분 등록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 칼 구스타프 융

네 안의 가장 두려운 것을 찾아라를 쓸 때가 되었어요. ‘쓰다‘write’사용하다의 의미 둘 다 있어요. 지금 나는 내 안의 가장 큰 두려움과 만나고 있는 듯 해요. ‘두려움의 실체는 잡히지 않지만 증상은 난무해요. 요 며칠 동안 심장이 벌렁거리고요. 숨을 몰아 쉬어요. 깜짝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원치 않는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시시때때로 만나고 후다닥 도망치길 반복해요. 상대는 나에게, 나는 상대에게 어떤 걸 투사하고 있을까요? 나의 그림자 탐색이 필요한 시점이예요.


융 심리학자이자 시인인 로버트 A 존슨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책을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융의 문장으로 열었습니다. 그림자는 시소의 끝에 위치하는 것, 문명화된 것과의 균형을 맞추는, 반대방향의 똑같은 무게의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둠만 있을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그림자 안에는 어둠과 함께 황금이 들어 있다고 했어요. 자기 안에 있는 그림자를 남에게 투사하는 데서 인류의 많은 비극이 왔다고 하죠. 히틀러는 자기(민족) 안의 그림자를 소수 민족인 유태인에게 투사했고,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흑인들은 백인들의 그림자 투사대상이 되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게 자연의 투사대상이 되었고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 누굴, 어딜 들이파야 할 지 모르겠어요. 꿈을 들여다봅니다. 오늘 것까지 포함해 내가 두려움에 휩싸인 최근 일 주일간 꾼 꿈들입니다. 악몽이 몇 개 있어요. 이 꿈들이 나의 그림자로 나를 이끌어줄까요? 그럴 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네 개의 위를 가진 소가 되새김질하듯 꼭꼭 씹어봅니다.  


1. 갱단이 쫒아 와서 고의로 자동차들로 우리의 진로를 방해한다. 갱단들은 차 하나에 한 명 탔는데 운전을 매우 거칠게 한다. 그들은 중앙성, 우측운행, 교통규칙 따위 지키지 않는다. 나는 남편 뒤에 앉아 도망간다. 남편이 운전한다. 나는 처음에는 자동차를 탔다가, 경운기를 탔다가, 오토바이로 바꿔 탄다. 그래도 자꾸 길이 막히고 좁아진다. 이젠 더 어찌할 수 없게 잼에 갇혔다. 하늘로 솟든, 땅으로 꺼지든 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곧 문을 열고 갱단이 나와 남편을 해꿎이하러 올 것 같다.


2. 호랑이 집에 들어갔더니 더 이상 호랑이에게 쫒기지 않고 안온했다.


3. 어미새가 알을 품다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려는 찰라 내가 그 새들을 들여다본다. 새들이 지네 엄마를 두고 나를 처음 보았다는 이유로 나를 엄마로 생각한다. 어떤 새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각인한다는 걸 기억한다. ”잘못 짚었어. 나는 니들 엄마가 아니야. 니네 엄만 새, 나는 인간. 엄마는 저 쪽이야.” 하면서 황톳빛 진창길 내리막길을 살금살금 내려간다. 그게 내 길이다. 작은 새 두 마리, 노랑 새와 하양 새가 나를 정신없이 쫒아 온다. 아직 날지 못해서 기우뚱거리는데, 엄마가 간다고 죽을 힘을 다한다. 미끄러져서 진창길에 나뒹굴어 진흙이 묻는다.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계속 따라온다. 날개가 젖고 바들바들 떤다. 새들이 가여워졌다. “에잇, 까짓것 새들이 자랄 때까지 엄마인 척 해주자. 그 뒤에 내 길 가지 뭐. 한 철이면 될 거야.” 한다.


4. 증조할머니가 부엌에 밝힌 촛불더미를 본다. 지름 5cm 높이 5cm의 흰 색 초가 쌓여있다. 초에는 초록색 옴글자가 그려져 있다. 부엌 바깥에는 장독대와 항아리들이 있다. 부엌과 장독대 사이에 검은 수채구멍이 있다. 그것이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이대 전철역처럼 크고 깊어진다.


5. 갑자기 발령이 났다. 어렵다고 소문이 난 학교다. 내가 발령이 난 건 6개월 후면 교감으로 나갈 *** 씨가 나를 끌었기 때문이다. 가서 보니까 듣던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싱크대에는 수북하게 설거지 꺼리, 빈그릇들이 더미를 이룬다. 그런데 수도꼭지가 부적절한데 달려 있어서 물 쓰기가 불편하고 수월치 않다. 수납할 수납장은 교실 바깥에 있고, 그나마 자바라로 가려진 임시거처다. 그녀가 간 뒤 3년 반 동안 거기서 근무할 일이 깜깜하다. 큰 부담이 느껴지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


고혜경 <나의 꿈 사용법>에 의하면, 언제나 꿈은 꿈꾼 이의 영적,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전일성을 돕기 위해 오고, 한 가지만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니라, 다층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룹꿈투사를 꿈의 탐색으로 좋은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게 내 꿈이면이라는 방식으로 투사를 하다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아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유태인들은 꿈을 신이 수수께끼로 보낸 연애편지라고 했어요. 혼자서 내 꿈의 봉투를 만지작거립니다.


나의 정서가 차의 모양을 바꿔가며 도망치고 있는 혼비백산의 상태임을 알겠어요. 호랑이에게 쫒기는 느낌과 갱단에게 위협받는 느낌 역시 비슷할테구요. 교통수단을 바꿔도 도망가기 어려울 겁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하나는 헬기를 불러 타고 공중으로 도망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더지처럼 땅굴을 파고 지하로 들어가는 것이요. 쫒기는 꿈은 내가 직면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해 보라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남편이 함께라는 겁니다. 그건 나의 남성적 자아, 아니무스의 비유일테구요. 길잡이, 동행자로서 옆에서 잘 기능하고 있는 듯 해요. 내가 지금 만나는 두려움을 통해 배우는데 여성적인 힘과 남성적인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거나 사용하라는 말처럼 들려요. 일 중일 동안 우수수 쏟아지는 꿈들은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제안하는 걸까요? 3가지가 읽혀요. 촛불 밝히고 직시하기, 지하로 내려가기=호랑이 굴로 들어가기, 작은 새처럼 자신을 돌보기예요.


첫번째, 증조할머니의 촛불 밝히기 입니다. 나는 외롭거나 부대낄 때 증조할머니의 두레반에 앉아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일기를 씁니다. 할머니는 엄마가 연년생 동생을 낳아 기르느라 등에 콩이 튈 때 나를 업어주신 분입니다. 젖 떨어지자 마자 할머니 등과 품에 붙어 자랐어요. 어떨 때는 엄마가 두 분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오디세우스가 갓 돌을 지난 텔레마코스를 두고 트로이전쟁에 떠나면서 아들을 살펴주길 친구 멘토르에게 부탁하죠. 멘토를 구할 때의 그 멘토가 바로 이 사람 이름, 멘토르에서 왔다고 해요. 아테나여신은 텔레마코스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때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어요. 아마도 증조할머니도 꿈이 선택한 나의 멘토르일겁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 증조할머니라는 배우를 통해 꿈이 권고하는 듯 합니다. 넌지시 촛불을 많이 밝혀라말합니다. 불은 언제나 이성의 밝힘을 상징합니다. 이건 두 눈을 뜨고 직시하는 걸 말하는 거죠. 그게 뱀인지 끈인지, 자라인지, 솥뚜껑인지, 한강인지 종로인지를 눈 감지 말고 똑바로 보라고 하는 거죠. 나에게 촛불은 기도의 불빛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기도와 명상을 할 때라고 말하는 듯 해요. 융이 말한 선험적 기능에 기댈 때인가 봅니다. 큰 자아에서든 어디서든 길이, 답이 보일 때까지 자기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기도와 명상을 하며 고요히 침참하는 상태말입니다. 재미난 건 초를 밝히는게 부엌이라는 점이예요. 나는 꿈에서 종종 어릴 적 자란 집의 부엌으로 찾아가곤 해요. 요리를 자주 해요. 조물조물 떡을 만들고, 밥을 하고, 약을 고기도 해요. 게슈탈트 기법에 의하면 꿈에 나오는 인물, 장소가 모두 나의 일부분이라고 합니다. 내 안에는 가마솥과 물을 담아주는 곳, 군불을 때고, 밥을 하는 부엌이 있는 듯 해요. “저는 요리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이건 저의 천직이 요리사라는 말입니까? 저의 소명, 저의 천직을 알고 싶습니다.” 나는 그룹투사 꿈작업을 시작한, 꿈의 마스터인 제레미 테일러씨에게 질문했던 적이 있어요. “요리는 창의적인 일의 비유다. 그리고 일상에서 내가 창의적으로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두번째, 꿈은 지하로 들어가라고, 내면을 탐색하라고 나에게 넌지시 말을 합니다. 지금이 바로 너의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탐색을 할 때라고 시절을 읽어줍니다. 부엌과 장독대 사이의 수채구멍은 하수도입니다. 계속 쳐다보니까 그 하수도가 이대 전철역의 에스컬레이터가 되었거든요. 지하 3~4층 깊이의 전철역이었어요. 전철은 지하에서 연결되고 지하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입니다. ‘수채구멍으로 내려가라, 더러운 오물을 버리고 악취가 나는 하수도처럼 보여도 그 길만이 너의 해법이다.’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해요. 이것은 꿈5의 그동안 미뤄둔 산더미 같은 그릇을 설거지 하는 일이고, 그것을 제 자리에 정돈하는 일이기도 할테지요. 나는 먼저 수도를 재정비하고, 잘 갈무리해 넣을 붙박이장이나 장식장도 마련해 가면서 이 작업을 해야 하나 봅니다. 하긴 설거지한 것들을 그냥 죽 늘어놓는 것보다 제 자리를 정하고, 그 자리에 두면서 하면 일은 더 효율적이긴 하겠어요. 꿈은 표지판이며 나침반 노릇을 해 줍니다. 이대 전철역은 내가 본 가장 깊은 전철역이고요, 학교를 가자면 내려야 했던 역이었어요. 스물한 살의 나에게는 너무 벅찬 인트로였어요. 지금 만나는 이 두려움은 스물한 살 때 만나던, 내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의 어둠과도 재질이 같은 걸까요? 그런데 전철역이 하필 이대역이니 지하로의 하강, 내면 탐색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공부, 대학교 급의 공부인 듯 해요. 6개월 후에 교감으로 나간다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일 겁니다. 이 일의 가치를 말하는 걸 겁니다.


세번째, 내가 그 어린 새이며, 양모일 겁니다. 나는 나에게 양모 노릇을 할 필요가 있는 듯 하군요. 또는 어린 새 같은 나에게 양모 노릇을 해줄 모성적, 여성적인 힘에 접속하라는 말도 되고요. 누가 이런 과제를 풀어가는 나를 도와줄 조력자일까요? 주변을 둘러봅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직면하자면 힘이 필요합니다. 빽 말입니다. 직면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내 눈 앞의 것이 솥뚜껑인지, 자라인지, 종로에서 내 뺨을 친 사람인지, 애꿎고 얄궂게도 내가 화풀이를 하고 있는 한강인지를 보는 겁니다. 어떻게 나를 잘 돌볼 수 있을까요? 힘이 부족할 때는 힘을 얻어와야 합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기 전에 어떻게 버틸 힘을 얻어올까? 나의 전 역사와 참고문헌을 검색해 세 가지 산소 공급원을 찾아냅니다. 명상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요. 틱낫한 스님의 mindfulness 명상, 가족세우기에서 배운 가족 나무와 세크매트 여신에 대한 유도이미지 명상, 인디언의 drinking beauty 기법입니다.


앨리스 D 도마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입니다. 그녀의 책 <자기 보살피기> <아름다운 기다림>에서 운전하다가 사슴이 튀어나오는 상황에 비유하여 인체의 긴장과 이완 반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의식적인 이완반응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수를 1에서 10, 또는 4까지 세면서 복식호흡을 하도록 합니다. 심신이완법은 불안, 우울 같은 여러 감정과 여러 생애 사건에 적용될 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방법을 읽으며 걷기명상, 좌선을 가르쳤던 프랑스 오얏마을의 베트남 스님 틱낫한 스님과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익숙한 그의 명상 만트라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트라에 따라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 쉬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떠오릅니다.


Breathe in out

Breathe in out…

I’m blooming like flower

I’m fresh like dew

I’m solid like mountion

I’m firm like earth


이 상태에서 두번째 유도이미지를 사용해요. 가족나무 명상은 이런 거예요. “조그만 아이인 내 뒤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 계십니다. 그 어머니와 아버지 뒤에는 또 그분들의 부모님이 서 계십니다. 그 뒤에 수백 수천 수만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서서 자신의 자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습니다. 나는 그 분들을 통해 내게로 이어져 전달된 생명의 흐름을 느껴봅니다. 이제 나는 어머니 아버지만큼 커졌습니다.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자식들을 봅니다. 그 자식들을 부모로 해서 태어난 자식들, 그들의 아이들, 수백, 수천, 수만의 생명을 지켜봅니다.” 이건 버트 헬링거의 명상입니다. 가족세우기 웍샾의 초입에 준비명상으로 하곤 했어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장엄한 명상입니다. 나는 등이 펴지고 든든해집니다. . 부모님이 내 등에 엄마는 왼쪽, 아버지는 오른쪽에 한 손씩을 올리고 서 계시다고 상상을 하면 커다란 힘을 받을 수 있어요.


, 아직 있지 않은 미래의 자손, 내가 생명의 통로가 되어 전해진 인류의 한 부락을 보는 것 역시 나에게 힘을 줍니다. 나의 역사를 간절히 내가 짐 지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너희에게 나의 빚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몽땅 갚지 못해도 줄이기는 할 것이다. 나의 이 두려움을 넘겨주지 않고 내 대에 끝내리라. 먹이에 이빨을 박고, 몇 톤을 휘감아 돌려 숨통을 끊어 놓은 뒤 아작아그작 씹어먹는 어미 악어의 맹렬함과 집요함으로 그렇게 하리라. 뼈를 부숴 내 뱃속에서 소화시켜 너희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으리라. 내가 나 하나라면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생명나무의 어딘가입니다. 나는 시험관 과배란 중이죠. 내 난소에는 자연주기일 때는 자라는 1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알들이 보육되고 있죠. 그러니 나는 그 알들의 진짜 엄마란 것도 사실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관점은 나에서 나와 좀 더 너른 시야를 갖게 해주고, 내 안의 너른 영지를 가진 데메테르의 힘과 접촉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유도이미지로 두 번째 사용하는 것은 세크메트 여신입니다. 세크매트는 이집트의 여신입니다. 인도의 깔리여신과 함께 몇 안되는 분노의 여신 중 하나입니다. 여자의 몸에 사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모성을 가진 신이었어요. 그런데 자신이 보호해야할 대상이 공격받을 때는 사자의 용맹함, 잔인함, 힘을 가지고 보호했어요. 나는 세크매트 여신의 무릎에 앉은 어린아이인 나를 상상합니다. 지혜는 힘을 가지고 있을 때 강건해집니다. 여성은 아름답고, 지혜롭고, 강인할 수 있습니다. 힘이 있기 때문에 더 우아하고 편안할 수 있습니다. 이 명상을 하다가, 문득 문신을 하고, 맹수가 그려진 옷을 입는 이들은 사실은 마음 속의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최근에 drinking beauty 개념을 읽었어요.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책에서였어요. 이건 인디언들이 치유를 위해 쓰는 방법인데요. 한 가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한 가지의 아름다움을 붓는 겁니다. 그녀는 집을 깨끗이 청소한 뒤, 꽃들로 집안을 채우고, 생명력이 가득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달리기를 하고, 기도하고 명상하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회복해 있다고 했어요. 내 안의 작은 새를 돌보는 양모 노릇, 나의 drinking beauty를 하기로 작정합니다. 남을 돌보기 보담 나를 돌봅니다. 나의 아름다움들과 더 자주 접촉합니다. 식물들, 햇빛 산책,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


풀 세팅을 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를 두렵게 하던 이의 영상이 올 때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일입니다. 나는 마치 버티고 서서 확성기에 대고 이야기를 하듯이 그 대상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비명일 때도 있고, 욕일 때도 있고, 일러바치는 말일 때도 있어요. 조용한 아우성으로 마구 소리를 지릅니다. 며칠 명상할 때마다 그랬나봐요. ‘밖으로 가는 투사를 거둬들여 내면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게 저의 기조였어요. 문득 내가 두려워하는 건 화내는 여자라는 걸 알겠어요. 여초직장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대부분의 인간관계 어려움은 이것과 관련이 있었고, 지금 힘들어 하는 상대도 그 버튼을 건드리는 듯 합니다. 나는 이 버튼이 눌려지면 상대의 나이, 직급을 떠나 얼어붙거나, 줄행랑을 치거나, 심한 공포반응을 일으켜요. 다음에는 이 버튼을 다루어 보면 좋겠습니다. 누구한테 물어야 할 지 알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 위해 나는 더 많은 두려움과 직면해야할 테지요. 나의 작은 성과, 승리에 기뻐하고 축하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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