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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9일 12시 50분 등록

세월이 젊음에게 page 191.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은 관심으로 가득한 가슴만 있으면 된다. 영혼은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마음은 막힘 없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나의 첫 팀은 평균 나이가 아주 젊은 편이었다. 팀장님도 마흔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가장 높은 직급은 차장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였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기는 했지만 서로 교류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친밀한 관심을 주고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팀원들 간의 우정은 주어지는 것이었다. 입사 후 1년 반쯤 지났을 때 팀이 여러 번 바뀌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런 팀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직원들의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팀의 평균 근속은 매우 높았다.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몰랐던 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작은 대화와 질문을 할 때에도 상대를 많이 배려해야 했다. 함께 팀에 있던 분들도 나에게 매우 조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중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상대가 나와의 관계를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거나, 정말 잘 맞는 스타일이 아닌 경우에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억지로 노력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결과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3년이 지나면서, 나는 조직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경우의 수가 바로 ‘변화’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팀이 개편되거나, 업무가 신설되거나, 직원의 배치가 변경되는 것은 이전과 비교해 더 좋아졌다기 보다, 그저 있는 현상의 겉모습만 조금 바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20년 동안 변화경영 부서에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책을 내 세상에 알려진 것과 비교해보면 아주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실제로 실무 조직에 있어서의 변화란 새로운 적응과 익숙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했다. 변화된 것에 익숙하는 과정에 실수가 생기고, 실수를 지적받거나 고치기 위해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그렇다.

 

직급이 높은 분들은 팀원의 들고 나감에 유연하게 대처하곤 한다. 새로운 인원이 오면 담배를 함께 태우는 시간이나 두 세시간쯤 야근을 함께 하다가 갑자기 마련된 삼겹살 번개를 통해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안되어 새로온 동료가 자신의 업무 범위 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훌륭한 적응력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야근을 하고 나면 금새 파김치가 되어 바로 집에 가야하는 나로서는 참여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급속한 친화력의 물살 속에 나 혼자 유리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또한 새로운 인원이 나의 자리나 업무를 위협하지나 않을까 조금은 쌀쌀맞게 대하기도 했다. 나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과 너무 먼저 들이대면 좀 오지랖 같이 느껴질 거란 계산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조금 안달난 상태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기회로 매우 자연스럽게 새로 배치된 상사의 업무에 속하게 되었고, 같이 일을 하면서 관계가 부드러워진 경험이 있었다. 알고 보니, 배울 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을 통해 만난다. 나는 이 자연스러운 시작 방식을 즐겨쓰기로 했다. 같은 팀이라면 곧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 때를 활용하는 것이다. 함께 힘을 모을 일을 찾고 나면, 아주 작은 관심으로 상대의 개성을 보게 되고, 그것으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만들고 일마저도 유연하게 만들어낸다. 이런 일은 내게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우연히 한 번 일어났다. 그런데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세월이 젊음에게에서 위의 구절을 읽었을 때, 이 일화가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첫 팀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바로 ‘작은 관심’의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은 관심으로 가득한 가슴만 있으면 된다. 영혼은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마음은 막힘 없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글귀를 읽고 나서는 조금 더 나의 마음과 관심을 열기로 했다. 서로 언젠가 스쳐지나갈 운명이라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료인 것이다. 이 작은 조약돌 같은 관심들 덕분에 나의 곁도 조금더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넓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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