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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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4(토), 포항, 로스터리맨 3층
1. 들어가며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상 부산에서 포항으로 가는 도중에는 당연히 울산도 있고 경주도 있다. 화석도 아니면서 10만년 만에 한번씩 모임에 나오는 세화가, 5만년 만에 전화를 해서는, 가는 김에 울산에 들러 귀한 몸 픽업해 달란다. 아효~~~ 여튼 성격 좋은 내가 오케이 해야지 뭐. 근데 당일 아침 우리 회장님 경주 지나는 김에 자신도 픽업해 가자시네. 얼쑤~ 오늘 뭔 날인가? ㅎㅎ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10만년 간 밀린 얘기와 그간의 진화(?) 혹은 퇴보에 대한 개똥 철학을 나누다 보니 이동하는 길이 심심하지 않아 좋았다. 10만년 만에 만난 세화는 얼굴보자 마자 세월 탓인지 많이 상했다는 둥, 전혀 근거없는 얘기로 빈정 상하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더치 커피를 뽑아오는 성의를 보임. 후기를 쓰기 전에 그 향을 음미해보니... 흠... 조으다. 담에는 좀 큰 보온병에 담아 주시게 세화 낭자.
급변경된 이번 모임 장소는 포항 시립 미술관 건너편에 위치한 "로스터리 맨" 공용 주차장이 널찍하게 자리한 여건 덕분인지 손님이 와글바글. 포항의 뉴 핫플레이스인가? 늦은 점심을 짜장면으로 떼우고 3층의 모임장소로 이동. 번잡한 아래층들에 비해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 아~ 짜장면 값은 세화에게 교통비 대신 삥 뜯음. ㅎㅎ
참석하신 분들,
고문 초아 선생님, 이수 선생님, 회장 운전 정희근, 운제 김달국, 송현 서정애, 효재 오옥균, 혜암 민도식, 서학 신은희, 단원 이강전, 석향 예영순, 세화 이수진, 한서 권양우 그리고 형산
2. 출판 기념회 : 운제 김달국 / 말잘하는 사람들의 3가지 비법 (유머, 칭찬, 아부)
9번째 출간으로 성실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회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계신 운제 샘. 한결같은 정진이 우리 모임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다시금 축하를 드리며, 5쇄 이상을 넘어갈 경우 한턱 쏘신다는 그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
3. 강의 : 미학, 바흐찐에 대하여 / 석향 예영순
우매한 회원들을 도탄에 빠뜨린 강의. 미학만 하더라도 머리가 아픈데 바흐찐이라니? 도대체 이 양반이 어디에 쓰는 사람이란 말인가? 혁명기에 활동하다가 유배를 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고 이후 1980년대 한국 민중예술에 사상적 영향을 끼친 분이라는데 솔직히 낯이 설다. 일가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을 통해 우매한 민중을 깨우쳐 주시길...
일단 미학의 정의, "미적 사실 전반을 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며 미적 사실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 무엇이냐에 관한 견해이다. 미학은 '아름다움'을 성립시키는 주관적 원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견해이며 그것은 '아름다운 것' 특히 예술작품이 중요하다는 견해이다. 미학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며 우리의 인생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정상을 탐구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관심에서 비롯된 노력이다." 이상, 출처 네이버
강의 당일에도 그랬고 지금도 사실 명확한 이해가 힘들지만, 강사님의 질문이자 강의의 요체였던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곰곰 생각해볼 계기는 되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과 현실 참여를 위한 예술의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듯 다른...영원히 계속될 논란에 대한 생각과 그 가변성에 대해 이런 저런 토론이 있었지만, 후기로 요약하기에는 형산의 내공이 딸려 패스~ 죄송합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바흐찐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알게 된 것과 석향님의 시각 예술에 대한 오랜 애정을 엿본 것으로 만족하며, 아울러 도둑 결혼을 감행하신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하오니 다음 기회에 회원들의 섭섭함을 보상하시길. 이런 모임에서 시간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공부라는 초아 샘의 코멘트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는 화두.
4. 독서 토론: 나는 학생이다 / 왕멍
워낙 유명한 저자이고 저서인지라 읽은지 오래된 분들이 많아 다양한 종류의 판본을 접함. 개개인의 소감을 소개하기 보다 여러분이 나눈 내용을 나열하는 것으로...마무리. 죄송.
ㅇ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 갈 수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간의 평판이란 것도 한 세상 끝내고 나면 무용한 것을. 초인에 가까운 저자의 연보를 보며 기죽기 보다는 그는 그대로의 삶, 나는 나대로의 사정이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니 세상일을 보는 것이 좀 편해졌다. 세상은 살 수록 모르는 것이너무 많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너무 적더라.
ㅇ 생각의 교통정리에 도움이 되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배움인 것 같다. 전문성은 치열함의 댓가이고 삶은 생존과 유리될 수 없다.
ㅇ 일상과 괴리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저자의 언행일치를 엿보았다. 내가 혼동스러워 하는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생존의 중요성과 꾸준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휴식과 노동을 적절히 결합하는 삶, 무위와 생존의 조화를 꿈꾼다,
ㅇ 나이들어 이런 자전적인 책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요...
ㅇ 성실한 사람 왕멍. 어려움을 기다림으로 채울 수 있음을 배웠다. 말, 글,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ㅇ 대단하다. 그가 겪은 10대의 고난만으로도 남은 여생의 시련 정도는 쉽게 넘어서지 않았을까? 늘 겸손하게 공부해야겠다. 나는 학생인가? 기댈 언덕이 있으면 최선을 다할 수 없다.
ㅇ 망각은 가장 좋은 인간관계다. 모든 곳, 모든 사람을 고려할 수는 없다. 필요한 곳, 필요한 사람에게 심력을 기울이자.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면 망각하자.
ㅇ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과 배움. 미래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민낯을 편안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아직은 부족한 내 자신 때문인 듯한데, 언젠가는 민낯으로 살고 싶다. 실패할 준비를 염두에 두는 것은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맘이 들어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야 나를 점검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닐까?
ㅇ 역경은 배움의 기회다.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저자가 배움을 강조한 반면 최진석 교수는 배움을 가볍게 대하라고 충고한다. 두 사람의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철학 세계는 다음 모임의 주제로 삼자. 기준의 수행자가 되지 말고, 기준의 생산자가 되자.
ㅇ 인생은 불평등과 우연의 결합임을 인정하자.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배움에는 생존형 공부와 가치 추구형 공부가 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므로 생존형 공부도 필수적이지만, 평생에 걸쳐 쌓아 나가야 할 공부도 있다.
ㅇ 방벽을 쌓지 말자. 아군을 만들면 적군이 생기기 마련이다.
왕멍의 시 한수 - 우의 -
우정은 반드시 잔을 부딪힐 필요가 없다.
우정은 반드시 의가 좋을 필요가 없다.
우정은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다.
5. 석식 그리고 대화
저녁 시간은 반가운 만남의 기회였다. (계림횟집) 맛난 회와 더불어 더욱 맛깔난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있었으니...
졸업하고 25년 하고도 2주가 지난 세월만에 만난 서학과 '포항의 진주' 조영심씨. 사반세기만에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정담과 애틋한 표정들이 어찌 그리 정겨운지요. 처음 만난 회원들과도 스스럼 없이 대화를 이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도 함께 할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일정이 있어 늦게 합류한 한서 권양우는 여전한 입답과 미모. 그리고 초아 선생님의 지인, 경산 손준호 선생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신 이수 선생님 형수님도 반가웠지요. 여전한 미모와 젊음으로 이수 형님을 졸지에 양심불량자, 산도적으로 매도하게 만들었답니다. ^^
헤어지기 아쉬워 인근의 커피전문점에 모여 앉아 다시 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진한 커피향보다 더 진한 것이 오늘보다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정이었을까요? 창원, 김해, 부산, 울산, 경주, 포항...제각기 돌아갈 곳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곳이 같으니 우리는 여전히 도반이리라 믿습니다. 먼길 함께 하며 오래 오래 이 인연 이어가기를.
6. 차기 모임 공지
차기 모임은 잠정적으로 5월 23일 울산입니다. => (수정 : 경주 월암재, 1박 2일, 숙박은 옵션)
토론 지정도서는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지정 강사는 세화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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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통하여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임, 영남 지역
※ 조직도 (종신 체제)
회장 : 운전
재무 : 함장 황성일 (총무, 해성
고문 : 초아
후원 : 포항 3인방 + 미스 포항 (운제 김달국, 효재
회원 : 영남지역에 거주하였거나 거주하시거나 거주할 의향이 있거나 그냥 맘이 동하시는 분.
오시는 분 환영하고, 가시는 분에게도 부담 드리지 않음.
※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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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당, 오늘에 이름.
- 격월로 모임을 갖고, 1년에 한 번은 1박 2일로 정신줄 놓는 행사를 가짐.
※ 모임의 진행 및 성격
- 주기: 격월 진행 (회원 사정 및 외부환경에 따라 탄력적 조정. 단, 1년 6회 엄수)
- 진행: 강의(회원 품앗이 또는 외부강사 초청), 독서 토론(지정도서 또는 최종 모임 결정에 따라 선정)
기타 출간자가 있거나 외부 강사가 있을 경우 상황에 맞게 진행. 이후 석식 간담회.
- 회비: 3만원. 찬조하시겠다면 절대로 안 말림. 완전 환영.(반지, 목걸이 제외.)
- 혜택: 초아 샘의 아호 및 촌철살인 인생 코멘트(단, 청심환 복용 필요)
운제 선생님의 폭발하는 유머, 기타 영남 회원들의 끈끈한 정을 무상 공급함.
후기를 정독하다 보니 지난해 이맘때 모임에 참석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보고싶은 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읽었어요^^
다음달 모임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10년차 재능세공사로서 깨달은 (어직도 갈길이 멀지만) 재능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허락된다면요
부끄럽게도 형산님이 제 기억속에 매칭되지 않아서 존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