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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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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17시 58분 등록
스물 아홉째 날

제2차 그로기상태다. 아침 예배도 포도밥도 거른 채 내내 비몽사몽이었다. 어제 잠이 안 온다 떼 쓰는 성경과 얘기를 하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예배를 알리는 찬송가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잠을 청하고 일어나지 못했다. 10시반 포도밥 시간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심한 몸살을 앓듯, 독한 감기약에 취한 듯 작은 움직임조차 힘 들어졌다. 성경과 가벼운 산책에도 어질하고, 감을 깎는 무리에 앉아서도 칼을 쥘 집중력도 안되었다. 결국 누워 쉬라는 충고대로 또 누워 몸을 관찰했다. 명현현상이란 게 이런 걸까? 심장이 움찔거린다. 통증이 느껴진다. 어제 밤에는 기침도 나고 가슴이 콱 막히는 느낌에 답답하곤 했는데, 기관지와 심장이 안 좋다는 목사님 말씀대로 내 약한 장기들이 마지막 반란을 하고 있는 걸까? 자꾸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속으로 남친을 불러댔다.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전화를 하는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냉찜질을 하기 전까지 그렇게 골골했다. 참 신기하다. 냉찜질의 효과가 이런 것인가 보다. 단전부위에 얼음팩을 두르고 한 시간 넘게 있으니, 누워있기가 답답하다. 벌떡 일어날 기운이 생겼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뱃가죽도 아랑곳 없이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었다. 오늘은 봄날처럼 따스했다. 산 속의 시원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폐로 깊숙이 들어온다.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다행히 오전 내내 골골하던 증상이 사라졌다.

관장은 하루 일과 중 제일 힘든 관문이다.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늘은 숙변이 보일라나 유심히 관찰을 하는데, 선배님들의 말씀처럼 ‘허연 몽글한 기름기’같은 것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대신 채변봉투에 담을 만한 콩알 세 알 크기의 딱딱하고 새까만 똥덩이와 작은 콩알 하나 크기의 똥똥똥들이 보였다. 이건 또 무엇이더냐. 에고, 지쳐 말라 비틀어진 숙변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께 여쭈었다. 음냐, 그렇다면 숙변은 아직 안 나온 거란다. 실망, 실망, 대 실망. 몬한다. 더 이상은 몬해. 내일까지다. 그렇게 말씀 드렸다. 그냥 너그러이 웃으신다. 내일까지다 포도밥은.

종교. 신앙. 감 따러 오신 원목사님까지 합세한 예배와 건강강의 시간은 나를 위한 간증과 부흥회 시간 같았다. 황집사님과 할머니는 연신 아멘을 외치시고, 나는 목사님 말씀 중간 토막을 톡톡 잘라 잘도 후벼 판다. 사실은 간절히 믿고 싶어 이런다. 그런데 도통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니 질문이 꼬리를 물 수 밖에. 살면서 신께 의지 하고픈 순간이 참 많았다. 그래서 종교를 가져보려 노력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실망만 더 커져갔고,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게 되었다. 지금, 이곳에서 만난 종교인들은 평생을 신앙과 실천으로 겸허한 삶을 유지하시는 분들이다. 누구라도 이분들을 뵈면 자발적인 존경심을 갖게 되리라 확신한다. 적어도 현실의 상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존경심이 이 분들의 삶을 뒤따르고 싶어지게 한다. 성경은 이런 얘길 한다. ‘스스로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언니 자신 외에는 믿고 싶지가 않아서. 언니 안에서 한 번 찾아봐. 저 분들은 자신들 안에서의 신을 발견하신 분들이야.’ 알 듯 말 듯한 얘기를 던지더니, 결국 아봐타를 찾아 보란다. 궁금하다.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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