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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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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1일 02시 16분 등록
집에 오는 길에 자꾸 웃음이 납니다.
괜히 큰 소리로 노래도 불러보고,
미친 여자마냥 실없이 웃어도 봅니다.
얼굴 정도만 아는 동네 아저씨에게 인사도 해 봅니다.

식염수에게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걸까요?


시간은 거슬러 거슬러 9월 초로 되돌아 갑니다.
서점 주인이 꿈인 식염수양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서점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대형 서점에 일하면서 대기업의 갑갑함에 질식할 것 같았던
식염수양이였기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오픈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걸까요?
도무지 제대로 된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른 건 뭐 그렇다 해도
번호를 무시한 채 책이 진열되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책을 검색하면 서가번호가 뜹니다.
예를 들어 인문은 401, 종교는 702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400번대 옆에 2600번대의 책이 있고,
또 그 옆에 1300번대의 책이 있고... 흠...
또, 400번대 안에서도 406번 옆에 418번이 있고...
뭐 이런 식입니다.

차라리 번호가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 번호 때문에 고객들이 다들 혼란스러워 한다는 사실!!
오픈한 후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책이 옮겨 다녔을 때고,
그 때 번호를 고려 안 한 거겠죠.

역시나 주제 파악 못하는 식염수양!
어떻게든 번호를 정리해 보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힙니다.
아무도 동의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혼자 시작 합니다.
하루 종일 옮기고, 또 옮기고, 계속 옮기고...
하지만 제 자신도 방법을 잘 모르겠기에
계속 시행착오를 거칩니다.
400번대를 이쪽으로 옮겼다가,
또 담날은 저쪽으로 옮겨보고...
남들이 보기에는 헛짓거리만 하는 거죠.
덕분에 별명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사고뭉치'

어느 날은 마무리를 짓지 못해
새벽 두시까지 일을 합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하루 하루가 계속 됩니다.

하지만 젤 힘든 순간은
어쩌면 제가 틀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입니다.
아무도 그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이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닐지도 몰라..
정말 생고생 하는 거 아냐?
그럴 땐 자꾸만 자신의 경솔함에 화가 나는 식염수입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 어느 덧 11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번호순대로 정리를 끝냈답니다.
멋지게 도면도 다시 그리고...
야호~!!

물론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냥 자기 만족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계획한 일을 끝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결국 안 될거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결과를 보고 다들 놀라는 눈치랍니다.
이제 사고뭉치라는 별명으로 식염수양을 부르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이제 무슨 사고를 쳐볼까나?
오늘부터 머리를 굴려 봐야 겠습니다.


식염수양은 바랍니다.

서점이 조금 가벼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이 조금 즐거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이 조금 독특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에서 기상천외한 이벤트들이 많이 열렸음 좋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찾아와 주었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점 안에서 보낸 시간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한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머리가 나쁜 식염수입니다.

혹시 좋은 생각 있나요?
다들 식염수보다 똑똑하니
어쩜 여러분들은 그 방법을 알지도 몰라요.
혹시 서점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 이벤트,사업제안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서점의 말단직원이지만
힘이 닿는 대로 추진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시나 무엇이든 날로 먹으려는 식염수양이였습니다.
ㅋㅋ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행복한 하루 되시길…
참, 감기 조심하세요~~^^

IP *.234.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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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11.21 09:38:30 *.248.16.2
식염수양, 발랄한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하루 될 것 같습니다^^ 아, 언젠가 'You've got mail'영화에서 주인공인 맥라이언이 대를 이어 운영해온 서점이 생각납니다. 그 서점 이름이 'around the corner...'였나...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 길모퉁이 서점'정도로 번역이 됐던거 같아요. 그 서점- 작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동네 꼬마들을 위한 동화책 읽어주기 행사를 정기적으로 하더군요. 그런 작지만 따뜻한 서점이 동네에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식염수님도 아름다운 서점 꼭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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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1.21 15:49:33 *.133.238.5
ㅋㅋㅋ
술술 읽히는, 편하고 좋은 글... 유쾌한 글...
일기보러 맨날 올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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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21 22:45:41 *.70.72.121
참 잘했네요. 늘 이런 정신이라면 뭐든 문제 없겠는 걸요. 애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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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염수
2007.11.22 00:32:56 *.234.209.57
앨리스님, You've got mail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서점이라구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꼭 봐야겠네요. 신촌에는 꼬마보다 머리 큰 대학생들이 득실대지만, 앞으로 동네서점을 내게 되면 참조하겠슴다. // 할리보이님, 제 글이 읽기 편하기는 편하죠. 인정!! ㅋㅋ 할리보이님 위해서 열심히 쓰겠슴다.^^ // 써니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런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사고치는, 아니 일하는 식염수 되겠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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