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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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글을 쓴다. 사랑은 의식과 시간의 결정체다. 반대로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다면, 사랑이라 말을 해도,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결과물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어도, 사랑후에 사랑은 남는다.
'햇빛처럼님'이 오다. 가게문을 열고 누군가를 찾는다. 내 눈은 그가 손에 든 책으로 꽂힌다. 미아리에서 저런 류의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를 보며, 김00님 아니냐고 묻는다. 그제서야 '햇빛처럼님'임을 알았다.
날씨는 춥고, 분당에서 이곳까지 거리도 멀다. 나를 애써 찾아온 사람이 내 생에는 없다. 반가움에 두 손을 잡는다.
찜닭을 먹었다.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데, 같은 상황에 있으면 나와 같은 반응을 할 것 같다. 이를 테면, 너무 많은 선택을 만나면,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 책을 읽고, 몽상하고, 현실이 되었을 때, 피가 끓어오르는 그 감격을 사랑할 것같다. 언젠가 쨍할날 있을것이라 믿으며 자신을 가꿀 것 같다.
그는 전령이다. 이야기의 내용 보다, 내 앞에 '그가 있음'이 중요하다. 그가 가지고 온 메세지를 잘 해독하여야 한다. 그와 나를 아우르는 거대한 힘이 그를 이곳으로 보냈다.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비슷한 싸인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캇펙은 이런 싸인을 '은총'이라고도 했다.
2008년에 구원받았다. 잦은 이직으로 내 자존감은 바닥이었다.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했고, 어렵게 입사하면 자괴감이 들었다. 직장과 구직으로 상담했던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다. 똑같은 고민으로 아침에 눈뜨기 괴로웠다. 안으로 움츠러들고, 유일한 소통은 변.경.연이었다.
글쓰기는 OS를 다듬어준다. 불필요한 파일을 버리고, 엉킨 레지스터리는 삭제한다. 방황은 줄고, 애매모호함은 명확해졌다. 나에게 맞는 일이란 없다는 것. 고생없이 즐거움과 환희도 없다는 것. 지금 이자리에서 시작해야한다는 것. 변화는 깊이의 변화이지, 카테고리의 변화가 아님을. 어느 길로 가든, 그 길은 한 점에서 만날 것임을.
비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 흔히 타이틀을 떠올린다. 내가 원하는 것은 포정의 칼이지, '000전문가'가 아니다. 비범은 평범에서 시작한다. 평범이 새털같이 쌓이면 비범이 된다. 장사한 지 8개월째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거다.
햇빛처럼님의 방문은 사랑이자 은총이다. 오.만.하면, 대상을 존재하게 하는 허공을 보지 못한다. 삶에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감사할 일이다.

어느 때 부터인가 글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과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면 글이 아무리 좋아도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글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하나의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2008년 마지막을 장식한 만남이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맛있게 먹고 좋은 선물을 받아왔습니다. 아내도 참 좋아하더군요.
=
너무 많은 선택앞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 가슴을 찌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동류임을 파악하는 그 점쟁이 같은 시선이 놀랍군요.
앞으로도 좋은 만남 이어 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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