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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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석 달간 주 5회 쓰겠다는 자발적인 강제이다. 게으른 내가 글을 쓰기 위한 궁여지책인데, 약속에 민감한 나에게는 아주 유효한 방법이다.
‘글쓰기’라는 고전적인 주제에서 나만의 틈새를 발견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이 주제를 마음에 품고 꾸준히 읽고 쓰고 생각하며 발길 닿는 대로 가 보려고 한다. 요즘 전에 읽었던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다시 읽고 있는데 참 좋다. ‘읽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다.
‘스누피의 글쓰기완전정복’에서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글쓰기원칙을 재확인했다. 신선한 편집형식과 ‘성공한 만화가’에 대한 부러움은 덤이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한 작가가 작품을 낚아채는 직관이 매혹적이었다.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창작론을 한 데 매치한 편집 또한 독특했다. 그런가하면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에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이를 지극히 쉽게 풀어놓은 내공에 빨려 들어갔다. 소설 이야기인지 인생 이야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함축적이며, 독자 즉 세상 사람에 대한 애정이 차곡차곡 쟁여있는 내용도 참 좋았다. 오죽하면 전에 없이 일본 소설에 대한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저자들이 하는 말이 겹칠 때가 많다. 내가 인정하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저자들이 하는 말이 똑같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연장통’에 단단히 여며 넣어야 할 것들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것은 모두 다섯 가지이다.
첫째, 많이 읽고 많이 써라,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이것처럼 널리 회자되는 글쓰기원칙은 없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 “또 그 소리야!” 하고 식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맞아, 역시 그것 밖에 없어.”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대는 중간 정도 온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인생의 문제와 해법이 모두 단순하다는 것을 깨달은 연배로서 하는 말이다.
둘째, 글쓰기는 뮤즈의 영역이 아닌 노동의 영역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가 영감과 필-feel-의 영토에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결코 아니다. '글쓰기 생각쓰기‘의 앞부분에 나오는 아마추어 작가와 전업 작가의 대담은 아주 흥미롭다. 글쓰기가 아주 즐겁고, 영감을 받아서 줄줄 써 내려가며, 글이 안 써지면 필 받을 때까지 다른 일을 한다는 사람은, 잡지에 몇 번 기고한 아마추어 작가였다. 반대로 글쓰기는 즐겁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은 그저 일일 뿐이며,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하루에 일정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사람은 전업 작가였다.
실제로 아주 많은 작가들이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곤 한다. 안정효는 하루에 A4 한 장을 쓰면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다. 그는 ‘충동적인 영감’이 정신적인 설사와 같다고 한다.
셋째,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글쓰기는 너무나 미묘하고 섬세하고 개인적인 작업이라서, 다른 사람의 지도를 받거나 모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계속 남에게 배우기만 해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서게 됩니다. 그것이 소설이든 음악이든, 또는 ‘인생’처럼 예술 작품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든, 각각의 인간에게 준비된 길은 마지막에 단 한 줄기가 되어 버립니다.”
넷째, 한 사람의 가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라.
모든 언어는 소통을 전제로 한다. 글쓰기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침투해 들어가기 위한 행위이다. 이럴 때 내가 제일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 제일 먼저 감동시키고 싶은 사람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면,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져 훨씬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다섯 째, 간소하게 부디 간소하게 써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의 글은 간결하다. 쉽고 명확한 용어로 선명한 이미지를 그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글을 어렵고 장황하게 쓴다. 자신의 준비부족이 드러날까봐 이론을 앞세우거나 중언부언하기 때문이다. 안정효는 접속사를 모조리 제거하라고 한다. 스티븐 킹은 부사를 혐오할 정도이다. 그리고 윌리엄 진서는 이렇게 유머러스한 예시로 나를 웃겨 준다.
‘말’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논의’하지 말자, ‘잠시 후 상당한 양의 강우가 예상된다’고 하는 비행기의 기장은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친구’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게 된 것은 업무상의 친구와 구분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바람에 말도 우정도 품격이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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